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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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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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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혜성 2003-01-07



그의 손에 들린 종이컵을 받아들고 보니..율무차..
오후에 커필 먹으면 잠을 못자는 날 위한 그의 배려였지만..
너무 달아 율무차두 아닌 미수가루 같은 맛에 한 모금 물구..인상이 절로 찡그려진다. 미수가룬.. 약간 단 맛에 뻑뻑하게 ..숟가락으로 떠 먹어야 하는 나였기에..

그는 한 손엔 담배를 들고 한 손엔 커피를 들고 엉거주춤 주저앉아있다...그런 그를 보니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대입시험이 끝난 나는 단짝 친구들이 다 전기에 떨어진 관계로..
그냥 방바닥에 배깔고 책 보는 거 말군 마땅히 할게 없었다..
한 친구 만나 위로 하구..후기로 넣을 대학 알아봐주구..
한 친군 정해놨길래 수원에 그 대학까지 따라가봐주구..
그렇게 하루 이틀 보내구 있기엔 넘 시간이 아까웠다..
첨으로 갖게 된 나의 자유시간이었는데..
합격한 대학에 가서 사람을 사귀어 볼 생각을 할 만큼 사교성이 좋지
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두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였기에..

아르바이트란 게 하고싶었다..
대학가면 미팅만큼이나 매력적으로 보였던거 였기에..
내가 뭘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전에 신문에 난 광고가 눈에 띄였다..
심장병어린이돕기 행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찾구 있었다..
집에서두 그리멀지않구..페이두 괜찮았다..
난 후기 원서 내논 친구 하날 끌고 같이 신청을 했다..
그 친군 이번에 안되면 재수 할꺼 라면서 바뀌는 시험제도 땜시 부담을 느끼고 있던터라..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원하고 있었다..
왜 머리가 복잡해지면 몸을 혹사 시켜야 하는지..

다행히두 그 곳에서 연락이 왔구 ..약간의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로 친구에게 전활 걸었다..
낼 버스정류장서 만나 같이 가자구..

아침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없구 들뜬 우린 큰 소리로 버스에서 떠들다가 중년의 아저씨게 꾸지람을 들었다..
말만한 애들이 ..옛날같음 애가 둘일꺼라면서 요즘애들은 공중도덕두 예의범절두 모른다면서 다 싸잡아 뭐라하는 통에 우린 너무 억울한대두 한 마디 말두 못한 채 눈으로만 씩씩거리다가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 막 그 아저씨 욕을 하면서 행사장 입구로 들어서니..우리가 일찍 온 건지..넘 썰렁하게 아무도 없었다..

와보니 거긴 의류행사장이었다..
입점업체로부터 판매액의 일부를 받아 그걸로 심장병어린이를 돕는 거 였구..우린 그 입점업체들이 판매액을 누락하지 않나 보기위해 투입된거 였다..내 첫일인데..스파이라두 된거 같아 좀 불편했다..
어쨌든 난 그 입점업체 사람들하구 하루종일 같이 일하구 밥먹는데..그들을 감시하는게 내 일이라니..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들었다..

난 여성복 판매하는 곳에 배정되었다. 원래는 판매일보를 적는게 일이지만 사람들이 몰려 일손이 딸리면 판매일두 병행하게 되었다. 자진해서 일을 찾아서 한 덕분인지..그 여성복 사장아줌마랑 친해져서 첨같은 생각은 내 기우였다. 생각보담 넘 잘 적응하구 옷 파는 일이 재미있어졌다..

오늘은 니가 판 옷이 더 많네..담엔 춘천으로 갈 껀데..같이 안 갈래..?

거기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그런 행사장을 따라 떠도는 것 같았다. 시간이야 있는데..그렇다구 춘천까지..?
크리스마스라 대목이라구 페이는 지금 여기보다 따블로 준다며..
그래두 망설이는 내게 친구랑 같이 와도 된다며 안심시키는데..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엄마,아빤 당연히 안된다구..뭐하러 그러냐구..
그땐 한참 인신매매가 극성이라 봉고차를 조심하라구 학교에서두 가르치던 때라..안심 못하구 불안해하긴 나두 마찬가지였다..데려가야 빨래밖에 더 안시킨다구 너스레를 떨다가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담날 나가보니..내 자리가 바뀌어있었다.
스포츠매장으로..이제 이틀 남았는데..아쉬웠지만..한편으론 거절하기 어려웠는데..잘 됐다는 생각두 들었다.. 그러구 둘러보니 대부분의 자리가 다 바뀌어있었다..업체에서 일부를 받아 같이 짜구 판매액을 누락시킨다는 제보가 있었더랬다..그럴수도 있구나..친해지니까..

바뀐 매장이 전보다 컸구 사람두 더 많아 난 판매일은 할 필요가 없었다..아르바이트비두 벌었구 해서 그 돈으로 뭘 할까 하다가 그 매장서 아빠 엄마 옷을 사기루 했다...혹시나 모를 교환 땜시 위치를 물으니..글쎄..우리 집서 10분 여 거리에 있는 곳에 매장이있었다.

그 앞을 3년 넘게 다녔는데..또 아빠 옷 사러 가끔 들리는 집이었는데두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게..암튼 나랑 뭔 인연이 있구나 싶었다..
갑자기 소름이 쏵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