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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BY yks1121 2003-01-02

녹차를 끓여 마주 봤다.
식탁 밑 에서 자꾸 발로 내 다릴 툭툭치며 장난하는 선배에게
눈을 흘겼다.
스타킹의 올이 나갈까봐 계속 피해다니는데...
선배의 발장난에 난 더이상 피해 다님을 포기하고 발로
힘껏 선배발을 밟아 줬다.
내 직격탄에 선밴 아프다며 엄살을 떨었다.
녹차에 설탕을 한 스푼 넣었다.
장난을 치느라 미처 빼지못한 티백 탓에 색이 많이 우려 나와 있었다.
향이 진한건 나도 질색이다.
선배네 집엔 커피와 녹차 뿐이다.
인스턴트 음료수도 없다.
기본적으로 오렌지 쥬스는 모두 한병은 가지고 있는데.....
하긴 아무리 더워도 청량 음료 안마시고 물을 마시는 선배니까..

아직 물기가 서려 있는 머리칼 탓인지...
좀 섹시한기가 묻어 나왔다.
녹차를 마저 마시고 일어서며 내가 말했다.

"이태리 연수는 놓치고 싶지않아....작년에 갔다가 너무 아쉬웠거든"
"좋은 기회잖아....간다고 하지 그래..."
선배가 선선히 가라고 대답했다.
"몇년인지 알고 말하는거야...?"
"....한달이나 두달 아냐....?보통 그렇게들 간다며...?"
"잘모르고 있네.....2년이야...."
"뭐 ..?2년....?"
역시...예상했던 반응이다.
화들짝 놀라며 일어서는게....
"2년 이라구.....?2년 동안 갔다온다구.....?"
"응.....기혼자는 힘드니까......나 같은 미혼이 유리하지....."
선밴 잠시 아무말 없었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이였다.

그사이에 난 설겆이를 했다.
하지말구 그냥 나두라는 선배의 말을 못들은척 하구.....
행주에 세제을 묻혀 깨끗하게 빨았다.
주방 행주는 비누보다 세제로 빨면 더 때가 잘 지워졌다.
행주를 빨아 건조대에 널며 난 선밸 곁눈질 했다.
좀 심각한 얼굴.....
아깐 순순히 다녀오라더니...
지금은 알 수 없는 ..복잡한 얼굴이였다.

쇼파로 자릴 옮기며 음악을 틀었다.
안단테의 레터......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공간을 메웠다.
선배의 심각한 얼굴을 보며 잠시...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너무 쉽게 간다는 말을 한걸까......?
선배가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또 다른 제안도 있었어...."
선배가 돌아다 봤다.
"요번에 완공되는 청담동 빌딩 알지....? 거길 매장겸 사무실겸 창고로 쓸건데.....내게 매장 총 책임을 맡기고 싶대.......소품디자인을 본격적으로 할 생각인가봐...."
"소품 디자인.....?"
"응...의외로 우리 브랜드 소품이 잘 먹혀 들거든...고가 인데도 인기가 높아...요번엔 청담동 매장 오픈하면서 소품 디자인 공모도 하잖아...거기서 입상 되면...디자이너로 채용할 수도 있데...."
"처음 부터 키운다는 말이네....'
"그렇지.....근데 난 사실 소품은 그냥....옷에 맞춰서 만드는 것 뿐이거든...엠디를 더 배우고 싶어...."
"그럼 넌 그 이태리 연수를 가겠다는 거야.........?"
"가고 싶지....이런 기회가 다시 오겠어.....?"
"난 어떡하구.....?나랑 2년 동안 헤어져 있을 수 있어....?"
선배의 말에 금방 대답을 못하는 날 보며 선밴 다시금 내게서 얼굴을 돌렸다.
정말 .....그게 문제였다.
다시 시작한지.....얼마 되지 않았는데.....
차라리 그때 헤어지지 않고 계속 사귀었음....
이번일에 대해서 .....이렇게 심각하진 않았을 텐데.....

쇼파로 와서 옆자리에 앉으며 갑자기 선배가 말했다.
"연수는 언제쯤 이래......?"
"....가을쯤.....9.10월...그때쯤 이라던것 같은데....그건 왜...?"
"너 나랑 결혼하고 가라....그럼 내가 보내 줄께....."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