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이 막바지로 접어들자
혜영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극심한 진통에 숨을 쉴수가 없자
아기의 심박동이 떨어진다는 간호사의 말에
깊은 호흡을 태훈과 같이 내 쉰다
들어마셨다 내 뱉었다
태훈도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서 자신이 분만을 하는것 처럼
같이 숨을 쉰다
옆에서 바라보던 혜영의 엄마가 잠시 그 모습에 웃음 짓는다
"혜영아~ 조금만 더 힘을 내.. 이제 조금 있으면 아기가 나온데.."
"몰라... 애기 언제 나와.. 그냥 수술하면 안돼?"
"조금만 조금만 ... 더 참아.. "
혜영은 아무말도 들리지도 듣고싶지도 않았다
주사를 맞은후 1시간도 안되서 진통이 오기 시작하는데
이루 말할수 없는 통증이였다
아프겠지.. 애기 날때 다른 사람도 다 아프니까... 하면서 자신을 달랬던 그 고통과는 질이 틀렸다
책으로 공불 하고 라마즈 호흡법을 배우고 평소에 분만을 대비해서 나름대로 진통을 줄이는 방법을 공부했었는데
막상 진통이 시작되고 간격이 좁아지자
그 공부했던 방식은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자~~ 조금만 더 힘주세요.. 애기 머리가 만져지네요.."
혜영은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위에 달린 침대창살을 잡고서 힘을 준다
숨을 들어마시고 있는힘껏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힘을준다
남아있던 양수와 진통하는 동안 나오는 출혈로 인해
혜영의 다리사이는 태훈이 보기에 끔찍하다는 표현이 딱~ 이였다
"자자~~ 이제 분만실로 옮깁니다.. 보호자는 나가 계십시요"
침대가 분만실로 옮겨지고 태훈과 엄마는 밖에서 이제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린다
"어머니.. 저 애기 두번은 못낳겠어요"
"호호호 그런가?"
"어머님 웃음이 나오세요.. 전 기절하기 일보직전인데.."
"첨엔 그렇네.. 그래도 난 혜영이가 대견하네.. 항상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참아내는게.. 엄마가 되긴 되려나 보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 태훈의 부모님이 들어오신다
"아휴.. 어찌나 차가 밀리는지.. "
"오셨습니까.. 사돈"
"죄송합니다.. 부랴 부랴 온다는게.. 그만.. 어떻게 됐나요? 애기는?"
"이제 곧 손주 보실껍니다.. 좀전에 분만실로 들어갔습니다"
"아~ 그래요?"
시어른들 혜영의 엄마 태훈...
이들은 일초가 일년같이 더디게만 느껴진다
언제쯤 저 분만실 문이 열리고 아기가 나올지만을
누구라도 할꺼 없이 시선은 문에 고정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 사이 혜영의 비명소리는 문틈을 타고 계속 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드디어...
분만실 문이 열리고.. 녹색천조각에 싸여진 아기를 안은 간호사가 나온다
"애기아빠 어디계세요?"
"누구?"
"임서방 자네 찾지 않나?"
애기아빠... 태훈은 그 단어가 귀에 익숙치 않아서 자신을 부르는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예~~ 접니다 전데요"
태훈이 주춤 하다 간호사 곁으로 가자
"축하합니다 득남하셨어요"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온간 감사하다는 멘트는 다 갖다 붙인다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던 이들은
쭈글거리고 아직까지 태지가 빠지지 않은 아기 얼굴을 쳐다보면서 흐믓한 미소를 지으면 연신 싱글벙글 하다
"산모는요?"
"마무리 되면 회복실로 옮겨질껍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내 아길 델로 분만실 옆에 붙어 있는 신생아 실로 들어간다
태훈은 기뻐서 어쩔줄을 모르고
혜영의 엄마는 아빠에게 전화를 해서 어디까지 왔냐며 아들이라고 큰소리로 통화를 한다
그토록 기다리던 손자를 보신 태훈의 부모님은
태훈의 등을 두둘기면서 장하다고 기특하다며 다독이신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다
갑자기 분만실 문이 열리면서 간호사가 어디로 황급히 뛰어 간다
영문을 모르는 이들은 왜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면 뛰어나간 간호사의 등을 쳐다보며 고개를 기운다
"뭐죠? 왜그런거죠?"
태훈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좀전에 들어간 신생아 실의 간호사가 분만실로 잰 걸음으로 들어간다
10여분 가량이 흐르고
간호사가 나온다
"뭡니까? 왜그런거죠?"
태훈이 나오는 간호사의 소매를 붙잡고 다그친다
"산모가 출혈이 심해요.. 수혈을 해야 하는데 저희 병원에서 보관중인 수혈이모자랍니다.. 보호자 께서 수혈을 받아 오셔야 할꺼 같은데.. 혹 헌혈증 보관하고 계신거 있나요?"
"그런 아내는요? 아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태훈은 수혈이란 말에 혜영의 걱정이 먼저 앞섰다
"일단 지켜보는 중이니까 먼저 헌혈증 있으면 좀 주세요"
"알았습니다"
태훈이 승균 한테 전화를 한다
승균은 스포츠 강사를 하면서 단체에서 규칙적으로 헌혈을 하고 있어 보관한것이 많다고 예전에 말했던 기억이 났다
"승균아 헌혈증 있으면 나좀 주라.. 급하다 급해.."
대충 급한 사항을 전하고 승균이 알았다고 했는지 전화를 끊는다
좀전의 상황보다 상황이 더 안좋은 모양이다
다른 의사가 분만실로 들어가고
분주히 물건을 갔고 들어가는 간호사가 또 있다
"뭐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혜영의 엄마는 애간장이 탔다
이윽고 혜영의 아빠가 들어오신다
"여보~~"
끝까지 침착함을 잃치 않던 엄마가 아빠의 출현에 이내 눈물을 흘린다
"왜그러는데? 뭐야?"
"흑흑흑~~ 혜영이가 잘못됐나 봐요.. 아직 잘 모르는데.. 출혈이 심해서 지금 수혈중이래요"
"뭐라구!!!!!"
태훈의 아빠는 침착성을 잃으셨다
갑자기 분만실의 문을 두 손으로 쿵쿵~~ 치면서 소리를 친다
"뭡니까? 얘길 해줘야 하는거 아닙니까?"
태훈은 다리에 힘이 빠지는것 같았다
<혜영아.. 혜영아.. 제발 무사해야돼... 오빠가 잘할께.. 앞으로 너한테 무조껀 잘할께.. 미안하다 미안해.. 오빠 용서해줘..>
태훈은 무엇이 그리 잘못했는지 미안하다는 말을 연속해 하며 이내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는다
가슴을 조인지 얼마가 흘렀는지 모르지만... 이윽고 분만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나온다
의사는 좀전의 긴박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입고 있는 녹색 옷에는 피가 여러군데 튀어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이 의사의 출현에 한꺼번에 우루루 몰려 의사를 휘감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혜영이는요"
"아긴 어때요? 산모는요?"
"어떻게 됐습니까?"
한꺼번에 내뱉는 질문에 의사는 손으로 진정하라는 표시를 한다
"일단 응급 조취는 취했습니다.. 하지만 큰 병원으로 이송을 해야 합니다"
"왜죠?"
"왜요?"
"태반이 나오고 갑자기 출혈이 심해졌습니다.. 자궁이 수축이 되질 않아서 많은 량의 출혈이 아직도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요? 어떻게 되는건데요?"
"일단 병원을 옮기시고 출혈이 계속 멈추지 않으면 자궁을 들어내야 합니다.. 산모까지 위험해 질수 있습니다"
하늘이 노랗다는것은 이럴때 표현이 적절하다고 해야 할까
의사의 얘길 전해들은 식구들은 모두 똑같은 하늘을 보고야 말았다
그 사이 승균이 들어오고
어디서 갖고 왔는지 한웅큼 되는 헌혈증을 갖고 왔다
"태훈아~~~"
태훈이 승균과 같이 따라온 상훈을 보자
참았던 눈물이 흐른다
승균의 품에 안긴 태훈은
크나큰 대성 통곡을 한다
이 모습에 어른들도 같이 눈물을 흘린다
"어쩌나.. 여보.. 우리 혜영이 놓치면 어떻해요.."
혜영의 엄마는 기절하기 일보직전이다
승균도 상훈도 눈시울이 불거진 것이
좀전의 기쁨은 온데간데 없고
모든 사람들의 눈에는 소금기가 찐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응급차가 도착을 하고 혜영은 알수 없는 여러가지의 링겔줄을 덜렁거리며
얼굴은 하얗디 못한 창백한 낫빛으로 이동을 한다
"혜영아~~ 혜영아~~ 정신차려.. 오빠야~~ 오빠 알아보겠어?"
태훈은 침대를 끄는 와중에 허리를 굽혀 혜영에게 자신을 알린다
가까스로 실눈을 뜨고 있는 혜영이 태훈의 모습을 알아 본다
"오..빠~~ 애기.. 우리 애기.. 봤어?"
"혜영아.. 정신 잃으면 안돼.. 알았지.. 오빠하고 애기 다시 봐야지..'
"애기... 가 .. 보..고..시..퍼~~"
"보호자 한분 타세요"
"제가 탈께요"
"제가 오를께요"
엄마와 태훈이 동시에 얘길 한다
"남편분 오르세요"
태훈이 차에 오르자 차는 출발하고
심하게 울려대는 싸이렌 소리는 그들을 남겨두고 멀어지고 만다
태훈 일행은 이동할 장소로 승용차를 탄다
병원의 수술실 앞에서 다시 한번 발을 구른다
애간장은 예전에 녹아 버렸고
지금은 오로지 누구라도 할꺼 없이 혜영이만을 기다린다
수술실에 들어간지.. 2시간이 되서야
지친 기색의 의사가 나온다
일행이 또 한번 우르르 몰려간다
"선생님~~~~"
"자자~~ 진정하십시요.. 일단 자궁의 수축이 되질 않아서 할수 없이 적출 했습니다.. 출혈이 조금 멎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양의 출혈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럼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혜영이만 살려주십시요.. 제발요 선생님.. 모든지 하라는 데로 하겠습니다.. 살려만 주세요 제발.. 살려만요..."
태훈이 애걸복걸 하면서 끝내는 의시의 앞에 무릎을 꿇고 빈다
"일어나시지요.. "
의사는 이런 태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도 따뜻한 말로 태훈을 일어나라고 한다
"조금후에 중환자실로 옮겨진 껍니다.. 일단 산모의 얼굴을 보시고.. 죄송하지만.."
"죄송 뭐요? 뭐가 죄송하다는 건데요?"
"하혈을 심하게 했습니다.. 보충을 하긴 했지만 수혈이 50장도 넘게 들어갔어요... 일단 의식이 조금 남아 있을때.. 산모와 얘기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작별을 하라는건가?
무슨 말을 하는거지?
수혈이 50개 넘게 들어가면 피가 채워지는거 아닌가?
그 중요한 자궁도 들어냈다면서?
태훈은 수 많은 의심이 머리속에서 한꺼번에 들기 시작했다
"박혜영씨 보호자분들~~"
일행이 중환자실 문에서 나오는 소리에 또 한번 우르르 몰려간다
"면회할껍니다.. 한분씩 들어올수 있어요.. 옷을 갈아 입고 소독하고 들어오셔야 합니다.. 한분만 들어오세요"
태훈이 일행을 밀치고 먼저 들어간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옷을 입고 쐬~~ 하고 나오는 무슨 연기로 소독을 한후
그제서야 안으로 들어갈수가 있었다
혜영은 누워만 있다
오히려 평온해 보이기만 할뿐이다
태훈은 그런 혜영의 모습에 눈물이 먼저 반겼다
"혜영아~ 오빠야.. 내 목소리 들려?"
혜영은 말이 없다
가만히 혜영이 가슴에 얼굴을 데고 숨소리를 들어 본다
약하지만 마시고 내 뱉는 혜영의 가슴은 폭은 좁지만 올랐나 내렸다 한다
알수 없는 링겔과 가슴엔 무슨 선을 꼽고 녹색의 그래프가 그림을 그리는 기계에 시선이 꼿힌다
"혜영아~~ 아들이래.. 알고 있니?"
혜영이 소리가 들리는지 이내 작은 고개로 끄덕인다
"내 말 들려 혜영아?"
대답없이 혜영이 또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혜영아.. 그래 대답하지만.. 잘될꺼야.. 혜영이 잘참을꺼야.. 알지? 오빠는 너뿐이야.. 너뿐이야.. 너..."
태훈이 그만 울음때문에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오...빠.. 우...지...마..."
혜영의 작은 목소리에 태훈을 고개를 번뜩 들었다
"혜영아~"
"오빠.. 미안해... 미안해.... 사랑해... 영원히..."
"혜영아... 혜영아...제발... 눈좀떠.. 제발~~~"
태훈과 혜영의 모습을 멀리서지만 지켜보던 간호사들과 병원 관계자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쳐다본다
혜영의 목숨은... 그것이.. 마지막인듯 했다
"혜영아~ 혜영아~~~"
갑자기 태훈의 목소리가 커 진다
우렁찬 태훈의 목소리에 간호사들이 달라 붙는다
"콜해~~ 언능.. "
우두머리쯤 되는 간호사의 손길이 급해진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의사진들이 도착을 하고 혜영의 진찰이 시작된다
나가지도.. 못한 태훈은 한켠에서 그런 혜영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였다
처음으로 본 전기 충격기
널부러진 혜영의 가슴을 헤치고
전기충격을 가한다
알수 없는 의미있는 신호의 숫자를 점점 높히면서
충격을 가할때 마다
혜영의 몸은
침대 위로 튀어 오른다
몇번을 몇번을
정면에 보이는 녹색의 선이
일직선으로 뚜~~~~소리를 내며
이길로 가야한다는것을 안내하듯이
일직선의 선만 보이고.. 태훈은 눈앞이 깜감했다
의료진들이 시트로 혜영의 머리까지 끌어올린다
태훈의 눈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