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로 분주이 움직인 혜영의 목소리는 이내 가라앉고 말았다
너무 힘든 시간
결혼이란 절차를 두번만 하면 삭신이 녹아내릴꺼라고 생각을 한다
오늘도 계속되는 청소와 정리의 연속이다
엄마는 욕실 청소를 하고 혜영은 포장된 살림을 뜯어서 정리를 한다
장식장에 그릇을 정리하고 싱크대에 필요한 그릇이며 수저등의 셋트를 정리해서 담아논다
이마에 맺힌 땀방을 닦으며 엄마있는 곳을 쳐다보자
고무장갑을 끼고 움직이는 팔을 따라
엄마의 등과 엉덩이가 리듬을 타듯 들썩인다
혜영은 잠시 가슴한곳이 져며옴을 느꼈다
"엄마 대충해.. 나머진 내가 할께"
"니가 언제?"
혜영의 말을 무시하고는 계속해서 구석구석 닦아낸다
엄마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향하고는 엄마의 등에 자신의 볼을 데본다
"얘가 왜이래? 무거워~"
혜영은 아무말도 없이 계속해서 그렇게 가만이 있는다
"왜그래? 힘들다니까?"
혜영이 갑자기 소리죽여 눈물을 흘린다
"너 우니?"
뒤를 돌아보자 혜영은 고개를 숙인채 눈물만 떨구고 있다
벗지 않은 고무장갑의 손등으로 혜영의 눈물을 닦아준다
"혜영아~ 왜그래? 엄만 행복한데?"
"엄마~~ 미안해.. 엉~엉~엉~ 그냥 미안해~"
엄마는 젖어있는 고무장갑의 손으로 혜영의 등을 다독여 준다
"혜영아~~ 울지마.. 엄만 행복해.. 우리딸 벌써 이렇게 커서 결혼도 하고.. 좋은 사람 만난것도 행복하고.. 좋은 시부모님 만난것도 행복해... 차만 타면 금방이고.. 혜영이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하는건데... 왜울어?"
"그냥~~ 그냥 눈물이나... "
"아빠랑 엄마는 괜찮아..."
"그래도...."
이내 품속으로 얼굴을 뭍고는 혜영은 목놓아 운다
엄마는 가까스로 나오려고 하는 눈물을 참는다
사실 딸이 죽으러 가는것도 아니지만
결혼해서 살림하면서 직장생활하고 어른들 곤경해야 하는것만이 결혼생활이 아닌지라... 엄마는 이 어린것이 잘 해갈수 있는지... 그간 제대로 알려준것도 없이 혼자 달랑... 결혼이란 섬에 떨궈놓고 방관해야하는 부모의 입장에 걱정이 먼저 앞선다
한참을 울던 혜영은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고는
"엄마~ 우리 이따가 아빠랑 저녁먹으로 가자.. "
"저녁?"
"응... 내가 살께?"
"그럼.. 태훈이도 부르자"
"아이~~ 오빤 빼고 우리끼리만..."
"알았써"
후후~하고 웃고는 이내 다시 수세미를 잡아 욕실을 닦는다
해저믄 거리로 나가서 택시를 타고는 아빠의 회사로 이동을 한다
뜻하지 않은 아내와 딸의 방문에 아빠는 놀랜 모양이다
"왠일들이야? 연락도 없이"
"딸래미께서 저녁을 산다네요"
"혜영이가?"
"응~ 아빠.. 내가 저녁살께..우리 샤브샤브 먹으러 가"
"조오치~~ 임서방도 올꺼지.. 술한잔 해야겠네"
아빠역시 태훈을 챙긴다
"아니~ 그냥 우리끼리만 먹어"
"우리만?"
"그러자네요.."
엄마가 혜영 대신 말을 건넨다
"것두 좋치~"
아빠의 회사 근처 몇번 갔었던 샤브샤브집으로 이동을 했다
단정하게 빗은 항상 여전한 주인아주머니가 이들을 방긴다
"오셨어요~ 따님도 오셨네요"
"네에~ 우리 딸이 오늘 저녁을 사겠다네요"
"효녀네... 얼굴만 이쁜줄 알았는데...주가 데려갈지.. 복받은 사람이네요.. 남편 될사람이"
"그렇치 않아도 이녀석이 곧 결혼합니다"
"어머~ 벌써요?"
"네.. 하두 이뻐서 델고 간다는 녀석이 있습니다"
아빠는 곧 신발을 벗고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간다
건녀편에 아빠가 앉고 엄마와 혜영이 나란히 앉는다
물잔과 손수건이 내어지고
이내 반찬이 들어온다
"삐삐~~ 삐삐~~ 삐삐~~"
"누구지? 잠깐만 ~~"
혜영은 식당안에 있는 공중전화쪽으로 가서 음성을 확인한다
<혜영아 어딨니? 나 지금 니네 집 앞이야.. 저녁좀 얻어 먹을려고 왔는데 불이 꺼져있네? 어디있니? 청담동이니? 바로 연락주라>
혜영은 이내 자신들의 장소로 음성을 남기고 오라고 연락을 한다
방으로 들어오자 엄마가 물어보신다
"누구니?"
"태훈오빠.. 집에 밥얻어 먹으러 왔데.. 어딨냐고 해서 이리로 오라했어"
"거봐라... 같이 오자니까"
"몰랐지.. 집으로 올줄..."
"이거 임서방한테 우리끼리 왔다고 혼나는거 아냐?"
아빠는 그러면서 술잔에 술을 가득 담아 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