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상쾌한 맘으로 출근을 했다
지승우와도 잘 해결이 되고
또 그토록 기다리던 이브가 오늘이기때문이다
엄마한텐 적당히 친구들과 태훈일행과 올나이트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설레는 맘으로 하루종일 일과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설레는 마음은 태훈도 마찬가지였다
태훈은 오늘밤 혜영에게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할 생각이였다
거금까진 아니지만
호텔을 예약한것도
오늘을 위해서였다
태훈의 사무실도 분위기가 어수선한게
오늘 하루 업무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
특히나 태훈의 마음은 벌써부터 호텔방서 혜영에게 프로포즈를 할생각으로 머리가 빈틈이 없었다
"삐삐.. 삐삐.. 삐삐.."
"누구지?"
태훈이 전화기를 들어 음성을 확인하자
생각지도 못했던 미주의 음성이 남겨져 있었다
<태훈아~~ 나.. 미주야... 오늘 잠시 만날수 있니?..... 시간이 되면 연락좀 줄래?.. 내 호출번호는 015-XXX-XXXX야.. 퇴근후라면 더 좋치만 힘들면.. 점심때라도 봤으면 좋겠어.. 연락주라>
<어떻게 호출번호를 알았을까? 알려준적이 없는데? ...>
태훈은 내심 미주의 만나자는 제안에
쉽게 결정을 내릴수가 없었다
나름대로 태훈에게 연락한것이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터인데...
잠시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태훈은 미주에게 점심시간을 빌려 만나자고 음성을 남겼다
뭐 대단한건 아니겠지... 하면서
직장동료에게 잠시 외부에 나간다고 하고선
조금 일찍 사무실서 나와
약속장소고 갔다
자신이 먼저 도착을 할꺼란 태훈의 생각을 져버리고
미주는 벌써 와있었다
"일찍 왔네?"
"응.. 시간이 남아서.."
"그랬구나.. 근데 어쩐일로?"
"으응~~~ 너한테 줄께 있어서"
"나한테?"
"응"
"뭔데?"
옆자리에 놓인 쇼핑백을 테이블 위에 얹어 놓는다
"이게 뭐야?"
"궁금하면 봐봐"
태훈은 포장지를 뜯어 상자를 연순간
입이 떠억~~하고 벌어졌다
"이게 다 뭐야?... 아니 이거 무슨 의미야?"
"그냥... 이제 간직해도 소용이 없을꺼 같아서.."
상자의 내용물은 다름아닌
미주와 자신이 그간 오갔던 선물과 또 앨범2권이 들어 있었다
"왜?....."
"너한테 전해주는게 좋을꺼 같아서... 차마 ... 내 손으로 그걸 버릴수가 없었어..."
"너두 못하는걸 나보고 하라구?"
"그럼 어떻게... 난..."
그러고는 이내 미주는 눈물을 흘렸다
소리도 없는 그 잔잔한 울음이 얼마나 태훈의 가슴을 후비는지
태훈도 울고있는 미주를 달래지 못하고 쳐다볼 뿐이였다
"태훈아~~ 나 너무 이기적이지만.. 그냥 잠자코 들어줄래?"
"말해봐... 모든 들어줄께"
"실은.. 나 아직 너 사랑해... 지금와서 이런말 너무 미안하지만.. 너때문에... 너때문에 .. 모든걸 포기했었어"
"무슨소리야? 내가 알아들을수 있게 얘기해줘"
"그때.. 내가 널 떠난거..."
사연인즉
미주는 그 학교선배에게 간음을 당하고
협박에 시달렸다
그 선배의 아버지는 태훈의 아버지의 거래처였고
그 당시 큰 거래를 선배의 아버지와 흥정중이였다
우연치 않게 그 사실을 알게된 선배는
미주를 이용해
태훈과 헤어지고
자신과 결혼을 하고
태훈과의 이별대신
태훈의 아버지와 거래를 성사시켜주는 조건이였던 것이다
"그게.. 말이되? 어떻게 어른들이 하는일이 자식의 입김으로 거래가 되고 안되고 할수가 있어?"
"그게.. 그렇데.. 선배는 학생이면서도 아버지 회사에서 엄무를 보고 있었나봐.. 그때 너의 아버지와의 거래라는것을 알고 .. 아버지에게 부탁을 했었나봐.. 너하고.. 헤어지지 않으면.. 둘다 망하게 하겠다고...흑흑흑~~~"
태훈은 머리속이 빙빙 도는것이 당잔 그 자식을 찾고싶었다
눈앞이 깜깜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말을 하는거야? 도데체 이럴수가 있는거야?>
"난 도저히 이해할수가 없다.. 니가 날 위해 그 선배를 택한것도.. 또 그 선배가 그렇게 입김이 쎄다는것도... 또 어른들간의 거래가..그런식으로 이뤄진다는것도..."
"넌.. 이해할수 없겠지.. 나도 그랬어... 강간당하고.. 너하고 헤어지지 않으면 .. 내 나체 사진을 학교에 뿌린다고 까지 했으니까?"
"뭐?"
도저히 인간으로 할수 없는 행동이였다
태훈가까이에 그렇게 잔인하고 혹독한 사람이 존재했었다니...
"그럼.. 왜 헤어졌니? 애기까지 낳고서 넌 왜 헤어졌어? 첨부터 날 위해서 한 결혼이라면 ... 더 잘살었어야지? 왜? 왜? 지금 이모양이 된거야? 왜에~~"
태훈은 식당안에 있는 사람들이 있건 말건
있는힘껏 고함을 치며
탁자를 내리쳤다
"힘들었어... 너무 힘들었어.. 또 그럴수 밖에 없었구..."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모르지만..지금에 와서 왜 이러니? 미주야? 어?"
"미안해.. 태훈아.. 너한테만은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어"
"기왕이면 그 진실 끝까지 숨기고 살지 그랬니? 아니면... 좀더 좀더 일찍 말해주지 그랬어?.... 이제와서 나보고 어쩌라고?"
"너한테 어쩌라는건 아니야.. 나 혼자만 아파하면 되.. 넌..혜영씨하고..."
"지금 이 마음으로 나보고 혜영이랑 결혼을 하라고? 너 그걸 말이라고 하니?"
"그럼... 혜영씨 버릴수 있어?.. 예전에 날 잊듯이.. 지금 혜영씨 잊을수 있어?"
"크으~~~~~~... 지금 넌..그 선배보다 더 잔인하다... 잔인해..."
"미안해.. 지금에 와서 이런말이 무슨 소용있겠냐만은..."
태훈은 아무말도 못하고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음식은 하나도 손도 못데고
김이 모락모락 나던 하얀 밥도 식은지 오래다...
침묵을 고집하던 태훈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미주야.. 미안하다.. 지금은 너무 늦었다"
소개를 숙이던 미주는 태훈의 말이 끊나자 마자 또한번 눈물이 떨어진다
"그럴줄 알았어... 내가 너무 이기적이였어..."
"미안하다.. 지금은 내인생에 있어서 혜영이가 전부다"
"그정도니?"
대답대신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알았어.. 이건 ...네가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다.. 너에겐 정말 .. 미안해"
"나도... 그렇치... "
흐르던 눈물을 손등으로 휙~하고 문지르더니
이내 미소를띄운다
"사랑해서 보낸다는말.. 전엔 정말 이해못했거든?"
"............"
"근데.. 꼭 그 사랑이 옆에 끼고 있어야만 사랑하는게 아닌거 같다.. 비록 내 옆엔 없지만... 나 보다 더 좋은 사람옆에서 네가 행복하다면.. 니 사랑.. 내가 빌어줄께.. 정말이야 태훈아"
"미주야~~~"
"그만 밥먹자.. 국이 다 식었다"
미주는 수저를 들더니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밥을 한수저 가득 퍼서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미주야.. 미안하다... 난 ... 너한테.. 언제나 죄인이구나.. 이기적인건.. 네가 아니고 난데...>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입안가득히 들어있는 음식물을 씹으며 미주는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