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우리 최대한 빨리 결혼하자"
혜영의 뜻하지 않은 서두름에 태훈은 놀람을 감출수가 없었다
"왜그러는데? 너... 무슨일 있는거지? ... 혹시 미주때문이니?"
"아냐.. 그런거"
"그럼 왜 그런데?"
"실은...."
혜영은 이내 예전에 자신이 나이트에서 술에 취해 업혀와야 했던 이유와... 지승우라는 사람에 대해.. 또 가장 중요한 오늘 있었던 일까지...
태훈은 자믓 심각하게 아무 대꾸없이 혜영의 얘길 듣고만 있었다
"하나만 묻자"
"뭔데?"
"솔직하게 얘기해.. 그럼 내가 그 실마리 풀도록 노력할께"
"알았어.."
"넌 그 사람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긴.. 난 아무 생각없어 또 느낌도 없고.. 왜 내 자신과 상관없이 일에 휘말려서 내가 이런꼴을 당해야 하는지 ..오빤 날 그렇게 몰라?"
"알았다.. 그 남자 연락처 있어?"
"아니..."
"그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되니?"
"사무실로 직접하면 되지"
"그래~~ 니가 낼 정당히 시간잡아서 나한테 연락해 그럼 내가 그 자리로 나갈께.."
"그렇게 해줄꺼야?"
"임마~~ 니가 너무 이쁘니까 남들이 그러는거 아냐?"
"피이~~~ 예쁜게 뭐 죈가?"
심각한 분위기는 이로써 마무리되고
태훈과 혜영은 다가올 크리스마스 이브를 생각하며 얘기를 나눴다
다음날 아침 혜영은 출근을 하자마자 지승우한테 전화를 걸었다
"선배.. 오늘 저녁에 시간좀 내줘요?"
"혜영씨가 왠일이야?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시간 낼수 있어요? 없어요?"
"없어도 내야지... 누구 부탁인데?"
"그럼.. 퇴근하고 지하 주차장서 만나요"
"알았어.. 오케이~~"
지승우는 아마도 기분좋게 수화기를 내려놓았을 것이다
혜영은 통화를 끝내자 마자 태훈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하루는 물 흐르듯 지나가고 마침내 퇴근시간이 되었다
혜영이 오늘도 변함없이 칼 퇴근을 하려고 준비하는데
지승우가 먼저 혜영의 방으로 혜영을 데릴러 와있었다
"혜영씨? 끝났어?"
"네.. 나가요"
지승우의 출현에 사무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또 한번 같이 나가는 이들의 행동에 다시한번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 눈초리도 오늘로 땡~이다>
혜영은 무슨 대단한 각오라도 하듯
침을 꼴깍 넘기고는 지승우의 뒤를 따라 나갔다
"무슨 얘길 하려고 그래?"
"가보면 알아요?"
"음.. 이거 조금 떨리는데?"
"긴장할 자린 아니니까 걱정마세요"
"그래?"
지승우는 혜영이 알려준 곳으로 방향을 잡고
곧 그 약속장소로 도착할수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제가 잘 오는 곳이예요?"
"여기서 차나 한잔 하면서 얘길 하자... 이뜻이구만?"
".........."
뮤즈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태훈이 먼저 와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혜영의 뒤를 따라 자리로 걸어가는 승우는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듯
콧노래를 흥얼 거린다
"인사하시죠.. 승우 선배"
"어?"
태훈이 지승우를 보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임태훈 입니다.."
"네?.. 구누신지?"
"예~~ 전 혜영이하고 결혼할 사람입니다"
"뭐라구요?"
"선배 내가 얘기 했었죠? 결혼상대자 있다구요"
"일단 먼저 앉으시죠.. 얘기가 길어질꺼 같은데"
지승우는 일그러진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 철퍼덕 하고 앉았다
"죄송합니다.. 예의가 아닌줄 알면서 이렇게 밖에 하지 못한점 먼저 양해를 드립니다"
"그래서요?"
지승우는 삐딱선을 타듯이 태훈의 얘길 귀담아 듣지 않았다
"혜영일 좋아하신다구요?"
"..........."
"저흰 내년에 결혼날짜를 잡으려고 합니다.. 벌써 양가 어른들 인사도 다 마친상태구요.. 택일만 앞두고 있습니다.. 근데 지승우씨께서 혜영이를 좋아한다고..."
"............"
"사람좋아한다는거.. 말린다고 되는거 아니란거 잘 압니다.. 하지만.. 혜영이와 전 벌써 결혼을 약속하고 기다리는 중이라.. 그만 지승우씨께서 단념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단념을 못한다면?"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저희에겐 아무런 방해가 되진 않습니다"
"오호~~~ 그렇게 각오가 대단하다?"
태훈은 지승우의 깐죽데는 말투에 속에선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정중히 부탁할때.. 여기서 그만 포기해주십시요?"
"포기?"
"네..."
"내가 계속해서 혜영씰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쩔꺼요?"
"그건 당신 맘이니까 .. 거까지 터치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시간낭비라는건 알려주고 싶군요"
"오호~~ 어쩐지 오늘 사근거리면서 혜영씨가 나한테 먼저 전활하더니... 이 꼴을 보여주려고 했구만"
"선배? 계속해서 이렇게 나올꺼예요?"
"내가 뭐 어쨌는데?"
"이러지 마요.. 제발~~ 왜 그러세요?"
혜영이 거의 울먹이는 투로 말을 건넨다
"지승우씨~"
갑자기 태훈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혜영과 지승우는 고개를 올려 일어난 태훈을 향해 바라본다
"혜영이를 힘들게 하지 말아주세요 .. 정말 부탁합니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숙여 지승우에게 허리까지 굽혀 사죄아닌 사죄를 한다
"뭐.. 뭡니까?"
"전.. 혜영이 없으면 죽습니다.. 제가 다시 이렇게 재기 할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 혜영이 입니다.. 절 두번이나 죽게 하지 말아주세요.."
남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지승우는
떨떠름하면서도 더이상 자신의 고집만으로는 피울수 없다는 상황을 파악하고 만다
"좋습니다.. 내가 여기써 그만 포기하겠습니다"
"정말요 선배? 저 이제 그만 놓아주는거예요?"
"그래~~ 내가 잠시 오기를 부려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글쎄.. 뭐랄까.. 혜영씬 첨 볼때 부터 제 맘속에 들어왔습니다... 생기발랄하고 음... 이런말 해서 좀 뭐하지만... 효진이하고 많이 틀렸어요.. 그런 점에서 끌렸던거 같아요... 또 결혼할 상대가 있다고 했을때.. 솔직히 존심이 상했습니다.. 나보다 뭐가 그리 대단한 사람일까.. 해서요..."
지승우의 얘긴 의외로 길었다
하지만.. 혜영은 다행이 잘 넘어가는 이 상황이 그저 고마울수 밖에 없었다
역시 생각처럼 승우 선배도 나쁜 사람은 아니였다는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