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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BY 시켜만주이소 2003-02-12

"혜영씨~~"
"네에~~"
실장님의 호출에 혜영은 자리에 일어나 실장의 자리로 향한다
"사장님 방에좀 올라갔다 와야겠어"
"사장님요?"
"그래~~"
"왜요?"
"난들 아나?"

고개를 갸웃뚱 거리며 혜영은 잠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서랍에 있는 작은 거울을 꺼내 얼굴을 살펴본다
파우더를 꺼내서 덧입히고 두 입술을 살며시 비벼 입술이 골고루 퍼지게끔 한번더 손을 본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가는 시간이
기나긴 터널을 지나가는 착각이 든다
가슴은 콩당콩당 뛰고
입술엔 파리~~ 하게 작은 경련이 일어난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상3개가 연이어 붙어있고
그 자리엔 여자하나 남자 둘이 앉아 있다
"누구신가요?"
"네.. 박혜영이라고 합니다.. 사장님께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중 제일 연장자인듯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혜영에게 다가온다
"어서오세요..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은 사장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장님.. 박혜영씨 오셨습니다"
업무를 보고 있었던 모양인지
만년필을 잡고 있던 손을 이내 놓고는
책상을 빠져나와 혜영에게로 다가온다
"어서와요.. "
"네.. 첨 뵙겠습니다.. 박혜영입니다"
혜영이 고개를 숙여 정중이 인사를 하자
사장님은 등을 다독이며 긴장하지 말라고 한다
"여기 앉죠.. 우리 홍차좀 준비해줘요"
"네.. 사장님"
같이 들어온 그 누구인지도 모를 남자는 나가버리고
혜영과 사장 단 둘이 남게 되었다

"박혜영이라고 했지?"
"네"
"얘기 많이 들었어요"
"네?"
"음... 승우가 말 없던가요?"
"승우선배요?"
"알고 있죠? 내가 승우 애비인건.."
"네...."
"조금만 기다려요.. 곧 승우도 올라올테니까"


<이거 뭔 소리야..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어떻게.. 어떻게..>
혜영은 앉아있는 자리가 가시방석이 따로없었다
늘씬한 몸매에 외모도 이쁘장한 ... 아마도 비서인가 보다
홍차잔 주위엔 금테가 둘러져 있는 .. 한눈에 봐도 고급스런 그런 잔... 홍차 하나를 혜영앞에 놓아준다
"마셔요.. 홍차가 아주 맛이 좋아요.. 내 아무에게나 내주는거 아니에요"
"네.. 고맙습니다"
홀짝 홍차한입을 들어마시고 잔을 내려놓자
이내 지승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늦었구나.. 여기 앉아라"
"네.. "
"내가 먼저 혜영양 불렀다"
"네..."
"그래.. 혜영양 근무하는데 불편한건 없구요?"
"네.. 없습니다"
"음... 내년에 인사이동이 있을텐데.. 특별히 다른곳에서 일하고 싶은 부서는 없나요?"
"감사하지만 없습니다"
"요즘 젊은이 같지 않구만..."
"..........."
"아버지~~~ "
"이놈~~ 회사에선 아버지라고 하지 말랬지?"
"죄송해요.. 그래도 지금 자리에선 그리 불러도 되지 않나요?"
"껄껄껄~~~ 혜영양 미안해요.. 그래도 승우가 자식이다 보니 .. 내 자식한텐 어쩔수가 없네요..."
"예에~~~"
"아버지.. 혜영씨 담번에 제가 맡게될 부서에 비서로 발령해주세요"
"니 비서?"
"예~~"
"저두 이젠 제 스케줄을 감당하고 또 업무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요"
"음... 듣고보니 그렇구나"


<얼러리.. 북치고 장구치고 두 부자가 이게 뭐하는 짓이야? 누가 누구 비서로 들어가고 누구 업무를 도와준다는거야?>

혜영은 두 부자가 대화하는 동안
열심히 머리속엔 빠르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흘러가는 승우와 자신의 관계가....
영~~~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 혜영양 생각은 어때요?"
"음...... 사장님.. 이런말씀 드리는거 죄송하게 생각하고 또 절 이렇게 높게 봐주셔서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십습니다... 일단 전 아무곳에도 이동하고 싶은 생각이 없구요.. 또 내년에 이 회사를 계속 다닐런지 아직 확실하게 모르겠습니다... 제가 내년에.."

"아버지? 아까 회의있으시다고 하지 않았나요?"
승우가 혜영의 입에서 무슨소리가 나오려고 하는지 갑자기 말을 가로막고는 대화를 끊어놓고 말았다

"아.. 참.. 시간이 몇시나 됐지?"
"11시 좀넘었어요"
"이런.. 혜영양 미안해요.. 자세한건 다시 저녁에 한번 자릴 마련하죠.. 그래도 되겠어요?"
"저... 그게..."
"그럴께요... 오늘은 일단 얼굴부터 봤으니까 됐고.. 빠른 시간안에 저녁자리 마련할께요.. 어서 일어나세요.. 늦겠어요"
"그래.. 미안해요 혜영양 "
"네...."


사장이 빠져나가고 혜영과 승우는 주인없는 방에 남게 되었다
"선뱃~~~~"
화가났다는 투로 혜영은 지승우를 불러본다
"지금 뭐하는거예요? "
"이럴수 밖에 없었어.."
"이럴수 밖에 없다니요? 선배하고 제가 사귀는줄 알겠어요 남들이 보면.."
"내가 얘기했을텐데.. 넌 내 여자가 될꺼라고"
"뭐라구요? 제가 왜 선배 여자가 되어야 하죠?"
"그렇게 돼 있어 각본이.."
"참.. 무섭군요.. 권력이란것을 이런데 써먹는건지.. 몰랐네요"
"그렇게 비아냥 거리지마.. 혜영이 에게도 나쁜건 아냐"
"선배.. 지금보니 아주 바보 멍청이군요.."
"내가?"
"그래요.. 선배 맘대로 하세요.. 전 이 까지 회사 그만 두면 되니까.. 선배혼자 북을 치던 장구를 치던 맘대로 해보세요"

혜영은 할소릴 다 건네고
사장실 문을 열고 먼저 빠져나왔다
엘레베이터에 잠시 섰지만
이내 분을 삭하지 못하고
비상계단으로 요란한 신발소리를 내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웃겨.. 어디 한번 해보라지.. 자기 뜻대로 내가 호락호락하게 넘어갈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