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쓰리다
갈증도 심하고
속은 이루말할수 없이 부데끼고 머리는 깨질듯 아프다
"물좀줘.. 엄마.."
앉지도 못하고 그냥 침대속에 파 뭍혀 혜영은 엄마를 불러 보지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엄마~~~~~ 엄마~~~~~~~~"
연이어 두번을 있는힘껏 부르자 그때서야 쟁반에 컵을 하나 받쳐 들어오신다
"아구~~ 이 화상아... 무슨 술을 그리 마셨어? 다큰 처녀가?"
엄마의 잔소리는 귀에 들리지도 않고 건네주는 꿀물을 뺏다시피 하고는
벌컥 벌컥 한번에 홀랑 마셨다
"너 말좀 해봐? 무슨일 있었어?"
"아냐...."
"너 어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은 나니?"
"나?......."
"정말 너 때문에 내가 챙피해서 태훈이 얼굴을 볼수가 없다.. 아휴~~~ 널부러진 꼴 하고는..."
"오빠가 나 델고 들어왔어?"
"기억도 안나니?"
"모르겠어.. 그냥 술먹고 애들온거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너~ 결혼할 생각은 꿈도 꾸지마.. 그런 정신으로 무슨 결혼을 하고 며느리 노릇을 한다고 그래? 넌 정신 차리려면 아직도 멀었다 멀었어..."
"엄마?"
"왜?"
무진장 화가 나 있는 모양인지 대꾸해주는 목소리엔 칼날을 갈아도 될듯 싶었다
"회사엔 전화했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출근을 하지 못한건이 뭇내 걱정이 되어 묻자
"쯧쯧쯧.. 니 회사에 내가 왜 전화해야하니?"
"안했어?"
이불을 벌떡 걷어치고 일어나 엄마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물어 본다
"했어 안했어?"
"니가해.. 엄마가 너 술먹고 뒤치닥 거리나 하는줄 알아? 너 이참에 아주 된통 혼나야 되"
혜영의 말이 다시 나오기도 전에 엄마는 문을 있는 힘껏 닫고는 휭~ 하니 나가버리셨다
"아~~~ 어떻게...."
다시 침대로 벌렁 누워 이불을 머리 정수리 까지 올려 덮고는 혜영은 눈을 감았다
<어떻하지.. 어떻하지..짜증 나는데 그냥 회사 관둘까?>
어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벌써 소문이 나 있을테고
그런 혜영은 오늘 출근을 안하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늘 하루 회사에 거센 스피드를 몰며 옮겨다니고 있을터이다
<아~~ 도데체 왜 내가 이 쪽을 당해야되.. 아~ 미치겠네...>
전화를 한통 넣을까 말까 내심 고민을 하던중
혜영은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찌 됐던 전화를 하던 말던 낼 출근하면 한소리 들은껀 뻔 할터이고
또 그에 따른 시말서나 추궁이 있는건 안봐도 비디오였다
<우쒸.. 될데로 되라.. 어차피 팔린 쪽 얼마나 더 팔리겠어>
혜영은 이불을 그냥 덮어쓴 상태에서 옆으로 누워 마저 더 잠을 청하기로 했다
한나절을 퍼 질러 자고 일어나자
몸이 개운했다
얼마를 잔건지 창밖은 벌써 어두스름 한게
하루를 꼬박 잠으로 때운모양이다
방을 나가 보니 엄마는 거실에서 이불을 펴 놓고 바느질을 하는 중이였다
펼쳐진 이불속으로 두 발을 집어넣고는 애교석인 목소리로
"엄마~~ 배 안고파?"
"......."
"엄마아아~~~~"
"......."
"아이~엄마아아~~~"
"그렇게 자빠져 자고 일어나니 배 고프냐? 고프면 니가 차려 먹어 넌 손이 없니? 발이 없니?"
"엄마~ 정말 이럴꺼야?"
"이럴꺼라니? 너 왜이리 건방져?"
갑자기 혜영은 고개가 푹 들어 간다 자라 목 마냥
왠만해선 화를 내지 않는 분이신데 이번엔 아주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알았어.. 내가 차리면 될꺼 아냐"
슬그머니 집어 넣었던 발을 빼고는 주방으로 가서 이것 저것 뒤져보지만 막상 먹을려고 하니 또 땡기지가 않았다
냉장고 문만 열다 닫았다 또 냄비의 뚜껑을 열다 닫았다만 하다가 그냥 물 한컵만 가득 마시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좀 있으면 엄마가 쟁반에 먹을꺼라도 갖고 들어오겠지... 하는 잔꾀를 생각했지만
시계는 그냥 말없이 흘러만 갈뿐 방문은 닫힌 그대로 그냥 굳건히 있을뿐이였다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 온다
혜영이 그렇게 술을 먹어야 했던 이유는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자신이 놀다 진탕 먹고 뻗은 아이라고 생각하는 엄마가 너무 얄밉고 서러웠다
친구들도 태훈도 연락도 없고
먼저 전화를 하려고 하니 그냥 그랬다
줄줄히.. 회사에서 일어났던 일을 얘기해야 하고 ......
하루종일 쫄쫄 비어 있는 배 속에선 "밥좀줘..." 하고 난리도 아니다
전화기를 들어 태훈에게 연락을 해 본다
"여보세요"
"오빠 나야.."
"그래.. 속은 괜찮니?"
"아니.. 엄마가 밥도 안줘서 먹지도 못했어"
"그럼 니가 챙겨서라도 먹지 그랬어?"
"그렬려고 했는데 그냥..."
"왜그랬어 혜영아? "
"뭐가?"
"너 어제 왜그렇게 술을 마셨어?"
"아아~~ 그거?"
"무슨일 있는거니?"
"아냐.. 별일 아냐"
"별일도 아니라면서 술을 그렇게 마셔? 그것도 혼자?"
"그냥 그렇게 됐어.."
"뭔데? 오빠한텐 말 할수 없는 얘기야?"
"좀 그래..."
"뭔지 말해주면 안되?"
"나중에 얘기해줄께.."
"그래 그럼.."
"오빠?"
"왜?..."
"오빠 지금 이리 올수 있어?"
"지금?"
"응.. 지금"
"왜?"
"배 고파서.."
"풋하하하~~ 엄마가 아무것도 안줬어?
"으응~~"
"어머님도 안주셨는데 나도 줄수 없지.."
"뭐? 정말? 오빠까지 날 배신하는거야? 흑흑흑~~"
"너 혼좀 나야되.. 너 어제 그렇게 혼자 마시고 취해서 나쁜놈들이 건드리기라도 하면 어쩔려고 그래?"
"미안해.. 앞으론 절대 그런일 없을꺼야.. "
"약속이다.."
"응 정말.. 그럼 올꼬야?"
"알았어.. 뭐 먹고 싶은데?"
"일단 죽종류 아무거나랑 .. 피자"
"술먹은 애가 밀가루 음식이 들어가?"
"응.. 나 피자 먹고 싶어"
"알았어 포장해서 도착하기 전에 전화할께"
"응.. 빨리와~~ 사랑해 오빠~~"
"에휴.. 관둬라 그런말은.."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이내 웃음을 머금으면서 혜영은 텔레비젼을 켜고 이내 화면에서 나오는 우스게 몸짓에 웃음보를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