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척 만척 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맏언니의 손이 가슴쪽으로 올라오면서 입구를 가로막았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올려져 있는 손을 혜영은 양손으로 거세게 내리치고 아무렇치 않다는 듯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아 버렸다
어이 없다는듯한 표정과 냉소를 머금은 맏언니의 표정이 혜영을 향해 걍렬하게 보내졌지만 더이상의 반응은 주위사람들에게 재미난 사건을 제공하는 것밖에 되질 않아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게 제일 좋은 처신이라고 나름대로 생각을 했다
잠시 몇분간을 그렇게 그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오로지 혜영에게만 시선을 보내던 맏언니는 그러더니 이내 몸을 돌려 제 자리로 가는모양이다
사무실 사람들의 수근거리는 소리
들키지 않게 손가락짓을 하면서 좀전에 지승우과 맏언니가 연출한 행동에 대해서 꾀나 궁금한듯
그들 나름대로 줄거리를 짜맞추는것 같았다
<참자.. 동요하지 말자.. 아무일도 아냐.. 괜찮아.. 그냥 가만이 있으면 아무일도 없는거 처럼 잠잠해질꺼야...>
속으로 괜찮다고 주문을 외듯 자신을 안정시키려 하지만
혜영의 얼굴은 벌써 관리할수 없을만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알수 없는 눈물이 송글송글 맺히더니
어느새 민둥한 책상위로 눈물이 떨어져 버렸다
누가 볼새라 손등으로 언능 훔쳐 보지만
닦기도 전에 샘솟는 눈물샘은 주체를 할수가 없었다
곧이어 어깨가 들썩거리게 눈물을 흘러 버렸고
그나마 울음소리가 밖으로 세어나지 않게 이를 꼭 다물고 있었다
마주보고 앉아 있던 여직원이 재빠르게 혜영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옆구리를 부축해서 나가자고 한다
아무말 없이 혜영은 그저 그녀가 이끄는 곳으로 고개를 숙인채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한편.......
"야~ 이효진~~"
사무실을 들어서자마자 지승우는 효진을 향해 누가 보던 말던 있는 힘껏 맏언니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깜짝 놀란 맏언니와 주위 사람들이 모두 일시에 지승우에게로 눈동자를 고정시킨다
"야~~ 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버려... 진짜 보고있는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 너란 여자.. 정말 밥맛없고 매력없어"
갑자기 사무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지면서 지승우와 이효진의 얼굴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본다
개중 귓속말로
"어머.. 너무 한다"
"뭐야~ 무슨일인거야?"
자기깐에는 작게 말한다고 하지만 뭔말이 오가는지 뻔하게 눈치를 챌수가 있었다
"야~~ 이효진.. 내 말 안들려? 너 당장 꺼지라고?"
얼굴이 벌개진 맏언니는 의자를 힘있게 뒤로 밀면서 일어나더니
"니가 뭔데 나보고 나가라 마라야?"
"너보단 상사니까 하자없는 말이다.. 언능 꺼져"
"뭐라구?"
"귀가 막혔냐? 너 나가라고.."
맏언니 이 효진은 무슨 이유인지 하다못해 귀까지 벌개져선 어떤 대꾸도 못하고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혜영과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핸드백과 외투를 챙겨 밖으로 뛰어 나간다
"뭣들 합니까? 무슨 구경이라도 났습니까? 그냥 업무나 계속 하세요 나간 사람 신경쓰지 말고.."
지승우는 분산되어 있는 사무실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훈계하듯 내 뱉곤 제 자리로 앉더니 이내 담배를 챙겨들고 다시 사무실 밖으로
나가버린다
회사는 오늘 하루 생각지도 못한
지승우, 박혜영, 이효진의 연출에 아주 흥미거리와 한동안 씹을수 있는 가쉽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술렁이기에 충분했다
지옥같은 하루가 그렇게 가고
혜영은 은주와 선임에게 연락을 취해놓고 나이트로 먼저 가 있었다
"혜영씨 왜 혼자야?"
"기다려.. 이따 우리 멤버 올꺼야.. 오빠 빨리 술먼저 갔다죠"
"어.. 그래.."
양주와 술안주가 나오자 혜영은 웨이터가 따라주는 첫잔을 거부한채 혼자 음료컵에 디리 부어 원?牡막?마셔버린다
"어~~ 어~~ 혜영씨 왜그래?"
혜영이 한잔을 들이키고 또 한잔을 따르려는 순간 이를 제제하고는 다른 잔에 음료수를 부워 준다
"나 오늘 건드리지마.. 오빤 할일 다 했으니까 다른 자리나 봐.."
"야~~ 왜그러냐.. 아직 친구들도 안오고 혜영씨 오늘 무슨일 있는거야?"
"있어.. 됐지? 그러니까 신경끄고 오빠 일이나 봐"
앉아 있는 담당웨이터의 등을 떠밀며 가라고 계속해서 밀어덴다
뭇내 불안해 하는 웨이터는 알았다는 말과 함께 자릴뜨고 가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혜영을 쳐다본다
선임과 은주가 도착했을때 혜영은 벌서 고주망태가 되어 있었다
얼마를 마신건지
나와있는 안주는 건드린 흔적도 없고
양주병만 벌써 두병이 비워져 있었다
"혜영아~~ 혜영아~~ 정신좀 차려봐..."
양 볼따구를 때려보고 꼬집어 봐도 죽은듯이 기역자로 꺽여져 누워있는 혜영은 물먹은 시체나 다름없었다
"은주야 안되겠다... 태훈이 오빠한테 연락해야 겠어"
"그냥 우리가 데리고 나가자.. 이런모습 보였줘서 좋을꺼 없을꺼 같아"
근심 가득한 얼굴로 선임이 대꾸하자
"야~ 너 지금 애 들쳐 없을수 있을꺼 같아.. 여기서 도움받아 나간다 치지만 택시에서 내리면.. 어떻게 집까지 갈껀데?"
"그건........ 그렇치만..........."
"야야.. 따지지마.. 혜영이 오늘 무슨일 있긴 있나 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혼자 이렇게 마실수 있냐?"
웨이터를 불러 혜영의 소지품을 갖고오게 하고 그 핸드백 속의 수첩을 꺼내 이리 저리 뒤져보더니 태훈의 집 전화번호와 사무실 번호 호출 번호가 차례로 적여 있는 것을 발견할수 있었다
집으로 하자니 혹시 부모님이 받을지도 모를터이기에
호출로 대충 상황설명을 하고 최대한 빨리 와달라는 말을 남겨 놓았다
연락을 취하고는 괜히 연락을 한거 같다고 선임과 은주는 약간의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좋은 일도 아니고
술이 떡이 되서 널부러져 있는 혜영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것도...
또 현재 있는 곳이 나이트란 것도...
30분이 좀 넘자 나이트 홀안으로 연결되 있는 층계를 급하게 내려오는 태훈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수 있었다
"오빠~~ 여기예요"
은주는 양손을 흔들며 두리번 거리는 태훈을 향해 고래 고래 소리를 쳐 덴다
잠시 헤매던 태훈은 이내 은주의 몸짓을 발견하고는
북적이는 인파의 틈새를 헤치고 다가와 소파에 앉으려는 순간
묵여있는 머리는 마구 헝크러져 있고
얼마나 마셨는지 양주 냄세가 진동을 하였다
"혜영이 왜이러니? 무슨 일있니?"
"모르겠어요.. 저희도 좀전에 왔어요 혼자서 저렇게 마셨더라구요"
"오빠 무슨일인지 모르지만.. 일단 혜영이 부터 업고 나가요"
선임이 먼저 혜영을 부축하려 했다
웨이터 까지 동원해서 간신히 업고는 문앞에 데 놓고 있던 차에 바로 혜영을 눕혔다
"니들도 타라"
선임과 은주는 서로 앞자리에 앉으라고 고개짓을 한다
끝내 은주가 태훈의 옆에 앉게 되었다
차 안은 금방 술냄새로 진동을 한다
밤 바람이 차서 창문을 열수도 없고 선임은 자신쪽에 있는 창문을 약간 내리더니 흘끔 빽미러로 태훈의 얼굴을 살펴본다
"오빠~~"
은주가 먼저 침묵을 깨고 태훈을 부른다
"그래..."
"혜영이가 무슨 속상한 일이 있나 봐요.. 원래 저런 애가 아닌데.. 대뜸 호출기에 오라고 해서 간던데.. 벌써 저렇게 취해버렸더라구요"
"그래.. 무슨 속상한 일이 있었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오빠~~ 너무 화내지 마요.. 저희가 대신 사과 할께요"
선임이 은주의 말을 이어 태훈의 기분을 가라앉혀 볼려고 애교성 멘트를 꺼내본다
"그래...걱정마.. 그래도 니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고맙다"
"아니예요..." 은주와 선임이 동시에 아니라고 말을 한다
그러고는 이내 차 안은 정적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