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개진 얼굴로 태훈은 어떠한 변명도 못하고
그저 말 없이 혜영의 부친뒤를 머리를 긁적이며 따라간다
현관문을 열고 혜영의 부친은 신발을 벗으려다
잠시 뒤를 돌아보더니 태훈의 하체쪽으로 시선을 내린다
태훈이 뒤축에 살짝 얹혀 구겨져 있는 신발의 모양새를 확인하고는 다시 아무말도 없이 신발을 벗으신다
<아코... 아버님 신발이였구나...>
신발을 벗은 태훈은 구겨진 뒤축을 손으로 매만져 제 모양으로 만들려고 몇번을 꾹~꾹~ 눌러 모양새를 매 만진뒤 소파로 향한다
"당신이였어요? 혜영인줄 알고 나간건데...."
머쓱해져 들어오는 태훈의 모습을 익히 감지하고는 뭔지몰라도 태훈의 편에 얘길 꺼내주신 어머님의 너무 고마울 지경이였다
"옷 갈아 입고 나올께..."
두어번 헛기침을 하시고는 방문을 열고 이내 모습을 감춰버리신다
"제가.. 혜영인줄 알고 조금 실수를 했어요.. 어머니..."
"괜찮아요.. 그럴수도 있지... 좀 앉아요 언능 저녁준비해줄테니까"
"네에~~~"
<아휴.. 이거 첫 대면에 이런 실수를 했으니 어떻게 만회한다? 이따가 나오시면 뭐라고 말씀을 드리지?>
태훈은 웃음 없이 대꾸없이 방안으로 들어간 아버님의 모습에 왠지 불안하기만 했다
"엄마~~ 왜 문이 안닫혔어?"
혜영이 현관문을 열면서 외친다
"어~ 오빠 여기 있었어? 엄마는?"
잽싸게 혜영에게로 다가간 태훈은 작은 귓속말로
{야.. 너 왜 이제서야 오냐? 우쒸... }
{왜그래? 몬일있었어?}
{넌줄 알고 문열었는데 아버님이 들어오시잖아... 조금 실수했단 말야...}
"푸하하하하~~~~"
혜영의 웃음 소리에 놀란 태훈은 급하게 손으로 입을 막는다
"으픗프프... 왜그래에?"
"에휴~~~~ 아니다..."
"피~~~ 자기가 실수하구선... 엄마아~~"
혜영은 잠시 눈을 한번 흘기곤 주방쪽으로 들어간다
태훈은 자리가 영~~ 불편한게 아니였다
괜시리 첫대면부터 아버님께 점수를 잃은듯 해서
또 과묵한 아버님의 태도에 왠지 주눅이 들어버렸다
옷을 갈아 입고 방문을 나오자 태훈은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냥 앉아 있게.. 어차피 나도 앉을껀데?"
"네?아..네에...."
아버님이 쇼파에 앉자 태훈도 같이 따라 앉는다
"인사치곤 참 특이했네..."
"아..예~~~ 그게..."
"괜찮네... 뭐 대단히 잘못한 것도 아닌데.. 혜영인줄 알았다면서?"
"네.. 죄송합니다"
"그래.. 근데 오늘 이렇게 예고도 없이 어쩐일인가? 자네 온다는 소린 듣지 못했는데.."
"옛~~ 기다릴수가 없어서 이렇게 예의가 아니란거 알면서도 먼저 실례를 무릎쓰고 왔습니다..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고 이뻐해주십시요"
"허허허~~ 아까완 다른 모습이구만..."
그 사이 혜영이 끼어들고 태훈이 사가지고온 고기를 구워 술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혜영은 보지 않아도 느꼈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아주 아주 듬뿍 받고 자랐음을 알수있었다
어머님은 혜영이 생각외로 눈치가 둔하고
외동딸이라 너무 오냐오냐 키웠다며 칭찬보단 오히려 흠을 더 많이 얘기하셨다
그런 혜영은 불만스럽다고 입을 삐죽이고 말없이 고기만 구워데고
아버님은 자식이라 하는 소리가 아니라며
혜영을 사랑한 그간의 삶과 애정을 표현하면서
태훈에게 믿고싶다고 등까지 다독여 주셨다
위로 둘인 아들이
분가를 하고 대학의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니
이제 끼고있는 자식은 혜영뿐이라며
그런 혜영마저 떠나보내야할 시기가 온듯해
아쉬움을 감추질 못하셨다
"아니.. 뭐 내가 지금 당장 결혼하는것두 아닌데.. 아빤 왜그래?"
혜영역시 그런 모습을 보이는 아빠의 언행에 눈시울이 벌개지면서
더 오래 옆에 있겠다고 포옹을 한다
거하게 취했지만 태훈의 정신은 멀쩡했다
집에가면 도착하자마자 안부전화달라는 혜영을 잠시 밀추더니
"조만간 어른들 뵙으면 하네... 자네가 대신 역활좀 해주게"라는 말을 건네주는 아버님께
짧게 "네~"라고 대답을 하고 허리숙여 깊이 인사를 한 후 태훈은 밤거리로 나선다
혜영의 집은 문제될것이 없고
아버지만 설득하면 된다
그런데... 그 설득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어려서 부터 아버지의 "안돼"라는 말에는 거역을 할수 없는 무거움이 베여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예전과 틀려도 한참틀린 경우기에
나름대로 서로가 기분나쁘지 않게 큰소리 나지 않게 모색을 찾으라니
머리가 일시적으로 지끈거리기 까지 했다
택시 정류장을 지나도 한참 지난 밤거리를 태훈을 계속 그렇게 걷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11시에 바늘이 다가오는 중이였다
주택가 가까운 도로여서 그런지 한산하게 차들이 움직였고
태훈은 이제 그만 집으로 갈생각에 차선 끝에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으려했다
승객을 태우고 있다는 지붕위에 불꺼진 여러차대의 택시가 지나더니
깜빡이를 켜면서 태훈의 앞으로 택시 한대가 미끌어 지기 시작했다
앞좌석의 문을 열고 승차를 하자
뒷자리에 있는 승객이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중이였다
"여기요 기사님.. 잔돈은 됐습니다"
요금기의 금액을 보니
1만원이 넘는 금액이 보였다
<어디서 왔길래 요금이 저리 나왔을까?...> 순간 내릴려고 하는 손님의 얼굴이 궁금했다
뒤를 돌아보니 막 차문을 닫는 중의 여인이 보였다
오른쪽 옆에 붙어 있는 사이드 밀러로 그 여인을 확인하려는 순간
많이 익은 뒷모습
태훈은 눈이 똥그래지면서 다시한번 조금씩 멀어져 가는 그 여인의 뒷모습을
사이드 밀러에 가까이 얼굴을 디다밀고 가까이 좀더 가까이 보려고 애를썼다
"미주......."
확인하지 않아도 미주의 모습이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택시가 떠날려고 하자
태훈은 급하게 내린다고 죄송하다는 말도 잊지 않고
택시에서 내려 그 여인이 끼고돈 모퉁이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조금 앞선 여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급하게 발을 움직이며 거리를 좁히자
그 미주라고 생각한 여인의 발검음이 불안감인지 빨라지기 시작했다
"저기요~~~ 저기요~~~ 잠시만요?"
갑자기 멈춰선 발검음.......
그의 뒷모습에서 옆모습으로 그리곤 이내 앞모습이 태훈의 눈앞에 보여졌다
"왜그러신가요?"
돌아선 그 여인의 얼굴은
그렇게도 잊을수 없었던
아니
잠시나마 혜영으로 인해 잊었다고 생각했던
미주의 모습
그 얼굴
그 모습
그대로인 정말 미주였던 것이다
"태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