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오라는 상훈의 음성을 확인한후
주저 없이 방배동으로 차를 몬다
늦지 않은 시간이긴 했지만
휴가시즌이여서 그런가 길은 그다지 밀림이 없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아니...이게 누구야...태훈이 아냐?..세상에 이렇게 잘 지내고 있었으면서 얼굴한번 안보여 주고... 이 엄마 섭하다..."
"네....죄송해요 앞으론 자주 올께요.."
상훈은 독자였다
자식이 하나뿐이라 상훈과 관련된 모든것을 어머님은 방기셨고
또 친구들도 자식처럼 구분짓지 않고 대해주셨다
<정은 여전하시네...>속으로 그런생각을 하면서 상훈의 방으로 들어가 본다
"왔니?.. 엄마 좋아하시지.."
"그래"
"근데 뭔일이야? 집에 안가고?"
"혜영이 때문에..."
"혜영씨가 무슨 눈치라도 챗어?"
"얘기해줬어 근데 아무래도 충격이 큰 가봐..."
"그럴테지... 그건 네가 이해해야 하는거 아니냐.. 감수해야 하고..."
"알아~~근데... 맘이 영~~ 편치가 않아"
그 사이 상훈의 엄마가 시원한 식혜를 쟁반에 담아 갖고 들어오신다
"식혜맛이 예전만 못하구나... 늙어서 그런가.. 손맛도 떨어지는거 같구..."
"아휴~~~ 무슨 말씀이세요..어머님 식혜 담그는 솜씬 아마 우리나라에 따라갈 사람이 없을꺼에요.."
"역시.. 태훈이 뿐이다..이따 갈때 조금 담아 줄테니까 어머님 갖다 드려라.."
"아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어머님이 나가시자 태훈과 상훈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씨익~~ 하고 웃어본다
"그럼.. 어쩔 생각이냐?"
"모르겠다.. 나두.."
"너~~ 혜영씨 정말 사랑하는거야?"
"뭐? 무슨 질문이 그래?"
"미주..... 잊을수 있는거야?"
"......."
혜영을 진정 사랑하면서도 미주를 잊을수 있겠냐는 질문에 선뜻 답을 할수가 없었다
"얌마- 왜 대답을 못해?"
"..........."
"너 짜식~~ 그러고도 혜영씨 사랑한다고 말할수 있냐? 짜식이 지금보니 비굴하네..."
"그런거 아냐..임마.."
"그럼 왜 대답못해?"
"상훈아~ 미주를 잊어야 한다고 생각했을때... 정말 목놓아 많이 울었었어.. 근데 말야...지금은 웃끼지만 추억이라고 말할수 있을꺼 같아... 그 슬픔도... 시간이 지나니까..그리움이라고 말할수 있는거 보니까..."
상훈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태훈이 하는 말을 그냥 듣고만..
미주라는 오랜 과거에 뭍혀 있던 녀석이 이제서야 제 눈을 뜬거 같기에... 그저 미소만 머금고 태훈을 바라보기만 할뿐이였다
"혜영이 에게 시간을 줘야 할꺼 같아... 널 만나니까 답의 실마리를 푼거 같아 맘이 좀 편하다... 친구가 좋긴 좋구나"
혜영은 밤새 잠을 이루질 못했다
휴가의 후유증도 있고
사무실 내부의 군데 군데 비어있는 자릴 보고 있노라니
먼저 쓰고온 휴가가 아쉽고
사지가 늘어지는것이 맥을 영~~ 추스릴수가 없었다
"혜영씨? 휴가기간동안 너무 열심이 놀고 온거 아냐? 눈이 다 퀭~~ 하네"
속도 모르고 지꺼리는 건너편의 임대리가 얄미웠다
"그러게요.. 놀다가 일할려고 하니까.. 영~~ 아니네요"
<속도 모르면 그냥 잠자코나 있어... 짜식이 암것도 모르고 불속에 기름을 붓네..>
아침도 .. 점심도.. 몇숟가락 뜨지 못하고
잠도 못자고
휴가의 후유증 까지 겹친 혜영은 몸이 늘어지는것이 기운을 쓸수가 없었다
퇴근시간까지 간신히 버티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바로 와선
침대 속에 몸을 눕히곤 아무 생각없이 잠을 청할려고 했는데...
머리속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죽도 밥도 되지 않는 현재에 마냥 화가 났다
"혜영아~~ 아빠 들어가도 돼?"
"어..."
왠일인지 아빠가 혜영의 방으로 들어와 대화를 하자고 한다
"우리 딸래미 무슨일 있나?"
"왜에~~아빠?"
"음... 얼굴 빛이 영~~ 아닌데..무슨 일인지 아빠한테 얘기하면 안될까?"
"별일 없어 그냥 놀다 일할려니까 힘들어서 그래.."
"아빠가 널 살뜰이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엄마가 원채 집안일엔 신경안쓰게 하다보니까 아빠가 자식일에 너무 나 몰라라 하는거 같아서... 우리 딸래미 한테 너무 미안하네..."
"치~~~ 아빤...."
순간 아빠한테 가슴속에 있는 멍울을 덜어볼까 했지만.. 아직 태훈의 존재를 밝힐만한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냥 그렇게 아빠를 돌려보낸 혜영은
깊은 무력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온몸이 추운것이..
발이 시리고..
머리가 아파온다
<한여름엔 개도 안걸린다는데.. 이거 몸살 오는거 같네..>
이불은 좀더 땡겨 푹~~ 덮고 잠을 청해 보지만
온몸이 두들겨 맞은것처럼 욱씬 거리는것이.. 몸살이 된통 오려는가 보다
밤새 내내 끙끙앓은 혜영은
회사에 출근을 할수 없다는 전화를 걸곤
엄마가 쑤워온 미음을 떠 먹곤
다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건 아닌가? 내가 사랑하는것만 중요하고..오빠맘은 이해하려하지 않고... 좋아할수도 있고.. 사랑할수도 있는건데...지금은 내가 오빠의 주인공인거잖아.. 혜영아~~ 정신좀 차려봐라..>
자신에게 꾸짖어 보면서 또 미련을 떨쳐버릴려고 온갖 생각을 해 보지만
쉽게 머리가 마음을 지배할순 없었다
"삐삐 삐삐 삐삐"
호출기를 들어보니 음성이 남겨져 있었다
전화기를 들어 확인을 해 보았다
"혜영아~~ 오빠야.. 아직도 많이 생각중인가 보네? 오빤... 혜영이가 너무 보고싶어서... 회사에 결근했다길래.. 무슨일있는건 아닌가 해서..연락줄래? 기다릴께..."
수화길 살며시 내려놓곤... 잠시 생각을 해 본다
골...똘...히....
<그래... 이렇게 힘들어 할 필요가 없는거야.. 슬픔이 눈물로만 표현하는건 아니잖아? 그만큼 힘들어 했을 오빠는 어땟을까? 현재.. 지금이 중요한거잖아... 서로 이렇게 사랑하는데.. 사랑해서 이렇게 고민한건데...>
과거는 말 그래도 과거일 뿐이였다
시간은 계속해서 지나가고..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면 되는것이기에...
혜영은 태훈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본다
"임태훈씨좀 부탁합니다"
"네... 어디십니까?"
"박혜영이라고 전해주세요"
"네.."
5초? 오래 걸리지 않아.. 태훈의 목소리를 들을수가 있었다
"네.. 전화바꿨습니다"
"오빠~~~"
"혜영이니?"
"응...."
"그래.. 왜 오늘 회사 안갔어? 어디 아파?"
"응... 아팠어.. 근데 이젠 괜찮아?"
"병원엔?"
"아니 그냥 약 지어서 먹었어?"
"밥은 먹구?"
"응... 엄마가 미음 쑤어줘서 조금..."
"그거 갖구 되겟어? 뭐 먹고 싶은거 없어? 오빠가 배달이라도 시켜줄께"
"크크크크 거기서 여까지?"
"그럼 ... 뭐 어려운건가?"
"아니 됐어... 하루 푹~~ 쉬고 나면 괜찮을꺼야"
"혜영아~~~ 오빠때문에 아픈거지? 나때문이지?"
"아니야... 이젠 됐어.. 나 이제.. 앞만 보기로 했어.."
"..........."
"뒤돌아 보지 않고.. 앞만.. 나하고 같이 해줄꺼지?"
"그럼.. 그럼... 오빠 용서해주는거야?"
"피~~ 용서 하고 말고가 어딨어... "
"고맙다 혜영아 정말 고마워...오빠가 이따가 끝나고 집근처로 갈께.. 나올수 있겠어?"
"응... 오빠......"
"그래 그럼 저녁때 까지 푹~~ 자 이따가 갈께"
"오빠~~~"
"엉?"
"오빠 너무 보고싶어... 보고싶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야..."
"알아 알아... 오빠도 그래.. 조금만 기다려 내 이따가 잽싸게 갈께"
통화를 끝내고 혜영은 언제 아팠냐는듯한 기분이였다
이렇게 좋은것을
이렇게 간단한것을
그 사람 편에서 좀더 생각을 했다면
이토록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되엇을텐데...
한층 더 자신이 성숙되어 가고 있다는것을 느꼈다
지난 일은 뭍은줄도 알고
또 다가오는 것은 맞을 준비도 해야한다는것을...
태훈과 혜영은 경험을 통해
다시한번 느낄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