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슨소리들을 하고 있는거지? 내가 껴야 하는 분위기야 아니야... 태훈오빠에 대한 얘기를 하는거 같은데.... 미주는 누구지?>
대화의 내용을 중간에 듣다 보니
"아버지가방에 들어가신다.." 라는 꼴이 된듯 하다
현태라는 사람이 소리를 지르는거 보니
좋은 대화내용은 아닌듯 하고
섣불리 따지자니... 분위기만 더 요상하게 몰고갈듯하고...
"왜들 그래요?... 술 잘 마시고는......"
일단 아무렇치 않게 분위기에 끼어드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괜시리 혜영이 무슨소리냐고 꼬리를 잡고 늘어지면
더 안좋은 분위기만 연출할듯 하기에...
"어..어..벌써 갔다 왔어?"
"그러엄...화장실서 뭐 대단한 볼일이 있다고..."
혜영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상태라 혜영의 질문이 너무 급작스러웠고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왜들그래요? 갑자기?"
"아닙니다 혜영씨... 그냥 지난 얘기 하다가 현태놈이 울컥하는 바람에... 그냥 우리끼리 조금 언성이 높아진거 뿐이예요... 알다시피 현태가 유부남이 잖아요... 지난여자 얘기 했더니... 짜식이 민감하게 흥분을 하네..."
상훈이 나름대로 현태를 걸고 넘어지며 혜영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듯한 인상을 심어주려 한다
"아하~~~ 그런거예요?.... 난또... 뭐 어때요?.. 지난얘기 하는건데..."
"난.. 과거에는 별로 연연한 스탈이 아니거든요?"
"그럼요... 짜식들이 내 아픈곳을 공격하길래 불끈 했지뭐야... 미안해요 혜영씨...헤헤~~~"
상훈과 현태 그리고 태훈은...
혜영이 눈치를 채지 못한것 같기에 소리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본다
"그나저나 혜영씨?"
"네?"
상훈이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다른 질문을 던진다
"현태야 유부라 치고.. 태훈은 혜영씨가 있고.. 가지 하나 치셔야죠?"
"가지요?"
"아니 아니 럴수 럴수 이럴수가... 그럼 둘만 홀랑 재미를 볼려고 했어요?"
"태훈이 말 안하던가요?"
"짜식이 말야.... 혜영씨하고 잘 되면.. 친구중에 이쁜 친구로 가지 친다고 하더니... 이제서야 혜영씨 얼굴보여주고... 가지는 언제 칠려고 저러는지... 급한 사람이 우물가 가서 냉수찾아야줘 뭐....쩝~~~"
"ㅎㅎㅎㅎ.. 그랬어요 오빠가?"
"크윽~~~ 들었냐 현태야 저 알랑거리는 오~빠~~"
"아이~~~ 놀리면 싫어요..."
"아.. 그러니까 언제 칠꺼에요?"
"알았어요 제가 친구들한테 얘기 해 볼께요.."
"전 조건같은건 보지도 않습니다 딱 ~~ 혜영씨 정도면 오케바리입니다"
"얌마~~~ 혜영이 정도면..공주지...꼴에 눈은 높아서..."
태훈이 혜영의 미모는 최고급이라고 추겨세워준다
"ㅎㅎㅎㅎ 듣기 좋긴 하지만 바로 코 앞에서 들으라하니까 넘 ... 좋네요"
"네에~~?"
아무렇치도 않게 자신을 이쁘다고 인정하는 혜영의 말에..
상훈과 현태는 웃음을 짓는다
"야야~~얘가 원래 이래... 거북해도 이해해라.."
태훈의 말에 다시 한번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피곤하긴 했지만
태훈의 친구들과 모처럼 좋은 시간을 보낸 혜영은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다만 아까의 그 의문이 풀리지 않아서 조금 찜찔할 뿐이지...
태훈과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이동을 하는중
혜영은 태훈에게 조금더 늦게 가고 싶다고 얘기를 꺼냈다
"왜? 나하고 헤어질라니까 싫어?"
"ㅋㅋ.. 착각도 대단하셔..."
"그럼왜?"
"오빠?"
"응?"
"내기 묻는말에 진실하게 답해줘.."
"뭔데?"
"아까는 분위기 나빠질까바 꺼내질 못했는데 오빠하고 단둘이니까 물어봐야겠어.."
태훈이 짐짓 무슨 질문을 하려는지 감이 잡혔다
차를 한가로운 길에 주차를 시켜놓았다
그리고...
"혜영아?"
"응...."
"먼저 묻기 전에 내가 하나 물어도 될까?"
"뭔데?"
"너 아까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지?"
"응....."
"나도 네 과거엔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생각하지않아... 내가 이렇다고 해서 너까지 나하고 같은 생각을 강요할순 없지만... 그래도 네가 먼저 아까 과거에 대해선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오빠가 편하게 얘기할께..."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니 울렁거린다
왜? 무슨?
어떤 얘길 할려고 서두가 저리 거창한지...
혜영은 괜히 뭍혀버릴것을 캐어 낸건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밀려 온다
얼마 고여있지도 않은 침이 '꼴깍~~'넘어 간다
"얘기 해봐..."
"그래........."
"오빠 어렸을때 부터 부모님하고 친하게 지내온 분의 딸이 있었어...
어려서 부터 지내다 보니...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크면서 미운정도 많이 들게 됐어... 그러다가 서로에게 이성의 눈을 뜨게 됐고... 그렇게 사랑도 하게 됐어...
고등학교 부터 였으니까
7년가량 사랑했나 보다...
첫사랑이고 서로가 영원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지...
그 상대가 아까 네가 들었을 미주라는 여자야...
미준 참 쾌할했어...
밝고 ...
명랑하고...
의리심이 강하고...
남자다우면서도... 여자답고....
하여간 그랬어...
대학까지 같은 학교에 들어갔고 우리는 남들이 부러워 하는 캠퍼스 씨씨였어.... 친구들하고 언약식도 하고....
서로 졸업후에 반려자가 되어주기로 약속도 했어....
그런중에 다른 과에 있던 선배가 미주를 좋아하게 됐어...
나하고 사귄다는 소문을 듣고 첨에는 나한테 접근을 했지만..
미주하고의 사이가 확고하다는걸 알고는... 물러나는듯 했어...
군대 입영영장을 받곤...미주와 첨으로 잠자리를 했어...
부모님들도 인정하셨고... 군에 다녀와 졸업을 하면 식을 올리기로 어른들 사이에서도 얘기가 오간 상태였고.....
매일 매일 군에 간다는 것만으로 학교는 휴학을 한 상태였고
친구들과 매일같이 술만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었지...
그 껀수로 미주와 잠자리도 갖고
그러다가 일이 터졌어...
난 술이 떡이 되게 마시고
그런 날 부축하면서 집으로 데려다 줄려는 미주를
그 선배가 폭행을 했어...
난 죽지 않을만큼 얻어 터지고...
미준.... 그 충격에 잠수를 했어...
군에 가야할 시간은 다가오고
미주의 연락을 알수가 없고...
미주네 집에서도 난리가 났었어..
군대를 안간다고 소리도 치고
아는 사람을 총 동원해서... 미주의 연락처를 알아내려고 별짓을 다 해봤어...
근데 아무 소용 없었어...
군 입대 3일전
미주한테 연락이 왔어...
나는 자신에게 있어서 좋은 친구였다고... 이제서야 그걸 깨 달았다고...
그 선배가 자신을 비록 간음했지만... 그 선배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나하고의 사랑은 오랜 정이였다고....
난 당시엔 화가 많이 났어...우리 사랑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것을....
바로 잊는다고 하고 군대를 갔지...
군에 있는 동안 휴가한번 나오지 않았어...
부모님하고 친구들이 면회는 왔지만..
집으론 한번도 가질 않았어..
그렇게 상병이 되었을때...
현태녀석한테 연락을 들었어
미주가... 그 선배한테 버림을 받고..... 아길 혼자 낳았다는...
애기돐에 우연치 않게 연락이 닿아서 갔다 왔는데
사는게 사는것이 아니라고 했어...
미준 몸만 농락당하고 ... 그 선배한테 오랜시간 많은 폭행을 견뎌야 했었다고....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는데... 후에 임신이였다는걸 알았데... 배가 많이 불러온 후에나...
그렇게 아길 혼자 낳고..돐이 되던해... 현태를 만났고... 그 아인 부모님께 키워달라고 한후... 지금까지 연락이 안되고 있어...
첨엔 군대가서 나름대로 미주를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현태의 얘길 듣고 탈영까지 할뻔 했지...
제대8개월 앞두고 휴가때마다 아님 포상휴가때 마다
눈에 부를 켜고 미주를 찾았었어
제대하고 복학을 했지만... 학교보단 미주를 찾는데 더 혈안이 되었었어...
미주네 집으로 갔지만 이살 하고 연락이 닿지 않았고 ..
부모님께서도 미줄 좋아했지만... 연분이 여기까지라고만 하셨어...
분명 부모님은 알고 계신듯 한데..
그렇게 간신히 학교를 졸업했어..
현태는 내가 자기 때문에 다시 방황을 했다고 생각하고 ..
내 뒷치닥거리 하느라.. 정말 집안일도 못 돌보고 나 챙기느라 옆에서 많이 고생했다...
다행이 지금 있는 회사에 취직이 되고...
올 6월부터 수영장에 등록을 하고 다니던중에..
미줄 만났어...
아니 미주인줄 알았어...
근데 아니였어
미주하고 너무 닮은....
너였어..."
태훈의 침묵은 길었다
묵묵히 태훈의 얘길 듣고만 있던 혜영도 같은 여자로써 미주가 안됐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고..
그렇게 애타게 찾았을 태훈의 지난 행동을 생각하니 이해도 갔다...
하지만 그 미주라는 여자와 닮았다고 하는 태훈의 말에 혜영은 당혹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럼... 난 미주라는 사람 대신이야?"
"아냐..아냐.. 절대 아냐..."
"첨에는 미주와 너무 닮은 네 모습을 그저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어..
항상 똑같은 시간에 수영하러 오는 널 보면서 사는게 달라지기 시작했어.... 첨엔 미주가 아닌가 수백번 수 천번도 널 쳐다봤어... 근데 아니더라구...
그러다가 회사 직원들하고 회식을 하곤 그 나이트에 가게 된거야...
별로 가고싶진 않았지만... 같이 입사한 녀석이 좋은 곳이라도 어찌나 가자고 하던지....
룸에서 우린 부킹을 당하는 여자들한테 그냥 인사하고 술이나 따라주고 그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네가 들어온거야....
너무 놀랬어...
그땐 미주가 아닌 너여서 놀랬어...
잠시 운명이라고 생각했지...
비록 수영장에선 네가 날 몰랐지만... 이 곳에서 널 또 다시 만나고 부킹을 하게 된것에는... 다시 한번 내 인생을 새롭게 꾸며줄수 있는 상대가 너라고 생각했어...
015B 노래는 미주가 좋아한 노래야..
학교다닐때 맨날 밖에 나가서 십원짜리 동전 한웅큼 만들어서
떨어지는 소리 들으면서 통화를 했었거든...
미주가 그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좋아했어...
그래서 카드로 사용하지 않고 항상 십원을 모아서 통화를 하곤 했어...
너에게 그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어..
그냥 그때까지만 해도
널 미주와 연관짓고 싶었어...
근데 지금은 나야....
널 떠올리면 미주를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냐...
오빤 이젠 정말 널 사랑해...
미주가 아닌.. 널 사랑해.. 진심으로..
아까 현태가 미주대신으로 널 만나는건 아니냐고 그래서 소리를 질렀어.. 그게 그런거였어.....
헤영아? 내말 듣고 있는거니?"
혜영은 정말 아무 소리 없이 태훈의 그 소설같은 소실적 연애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본인이 미주를 닮앗다고 했을때는 알수 없는 분노가 올라왔지만...
그럴수 있다고 금새 수긍도 됐다
하지만 아까 현태라는 친구의 말이 다시 머리속을 빙빙 맴돈다
날 정말 사랑하는건지..
미주를 닮아서 날 사랑하는건지...
아님 아직도 미주를 생각하면서 나를 만나고 있는건지...
머리속이 뒤죽박죽이다
이해를 할수 있을꺼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또 충분히 그럴수 있네... 하면서도 끌어올라오는 분을 삭힐수가 없다
"혜영아?"
"........."
"무슨말이라도 좀 해봐..."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갔으면 좋겠어?"
혜영의 말끝에는 냉랭함이 뭍어 있었다
"화났니....."
"모르겠어... 하여간 기분이 좋다고는 표현할수 없어..."
"그래.. 이해한다... 그치만..."
"오빠~~"
"어.. 그래.."
"조금 시간을 주라... 나도 생각좀 해야지... 지금은 뭐라고 말을 못하겠어... 좀 당황스럽고 물론 내가 오빠 과거에 쓸데없는 참견을 하고싶진 않치만..."
"그래 ..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만 갈께.."
"갈려고?"
"응... 피곤한 하루잖아.."
"그래.. 데려다 줄께.."
아무말도 어떤 대화도 없이
태훈은 묵묵히 운전만 하고
혜영은 빠르게 지나가는 외부의 풍경만
어떤 생각을 하는건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