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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1일 1샤워 공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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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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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BY 시켜만주이소 2002-12-30

태훈과 혜영은 주말을 맞아 대학로로 목적을 정했다

주말거리는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지만
누가 옆에 있는냐에 따라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기분일것이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한 공간에 같은 시간에 있다는 것은 정말 형용하긴 어려울듯 하다

한 그루 한 그루 지나가는 나무들은 왜그리도 파랗던지...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은 왜그리도 하얗던지...
앞서고 뒤따라 오는 차들은 왜그리도 친근하던지....

모든것이 다 아름답고 좋게만 보인다
사랑을 하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하더니만....

"오빠야~~~ 어디로 가는거야?"
"음.... 전에 내가 자주 가던 카페인데... 너에게도 보여줄려고.."
"어딘데?"
"가 보면 알아.."
"카페 이름이라도 알자... 나 궁금한건 못 참는데...."
"카페 이름이 말야...." 나뭇잎 다시 살아날때 " 라는 곳이야"
"나뭇잎 다시 살아날때?"
참 운치 있는 카페 이름이다
나뭇잎이 떨어졌는데 그 잎이 다시 살아난다라....

혜영은 내심 속으로 어떤 분위기의 카페인지
태훈이가 자주가던 곳은 어떤 곳인지 무척 궁금해 진다

주말의 대학로
그야말로 젊은이의 공간이다
젊은 연인들을 위해
젊은 사람들을 위해
모든것이 다 젊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고 놀 곳 뿐이다

예전엔 그저 사람이 많고 너무 복잡하고 다 똑같은 곳이라고 느껴졌을 뿐인데........

카페는 S대 뒤쪽으로 있었다
참 찾기 힘든 그런곳이였다
아마도 혜영은 태훈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그 곳을 찾게 된다면
쉽게 찾을수 없는 그런곳.......

"안녕하세요 형님?"
"어~~~~ 이거 누구야?..... 태훈이 아냐?"
"네... 너무 오랫만에 왔죠?"
"야.... 이거 참......."
"그동안 잘 계셨어요?"
"그럼 나야 항상 똑 같지... 근데 옆에 계신분은?....."
"인사해 혜영아 .. 우리 꽈 선배님이셔..."
"안녕하세요 박혜영입니다"
"네... 잘 오셨어요... 방갑습니다... 이거 엄청난 미인이신데요?"
"그쵸 형?"
혜영은 듣기 좋은 소리에 조금은 민망한지 태훈의 손을 꽉~~~ 잡아 본다

"이리로 앉아라..."
"네....."

"뭘루 줄까?"
"혜영이 뭘루 먹을래?"
"전..... 냉 녹차 주세요..."
"태훈이는..?"
"저두 같은 걸루 주세요.."


카페는 테이블이 5개 정도 밖에 없다
것두 아주 허름하고 분위기도 음산하다

어두컴컴하고 밖의 여름날씨완 틀리게 개구리가 동면하는 그런 아주 음산한 겨울 동굴속의 분위가 난다

<이런곳이 뭐가 좋을까?>
혜영은 기대완 달리 너무 허름하고 초라한 카페의 내부시설에 조금은 아쉬움이 생긴다

<고작 데려오고 싶었던 곳이 이런곳이였나? 난 이런데 말로 아주 화사하고 분위기 좋은 그런곳이 좋은데....>

"여기 분위기 참 맬랑 꼬리 하지?"
"네......."
"저 형님이 분위기가 저렇게 음산해... 그래서 카페도 이모양 이 꼴이란다... 근데 여기엔 추억이 많아 나중에 보여줄테지만 친구들하고 나라는 운운하고 사랑을 토론하고 공부를 하던곳이야..."
"그렇군요.."

5개 밖에 없는 테이블은 몇몇 손님이 들어오자
금방 안이 꽉 찬 느낌이다

어떻게들 알고 이런곳을 찾아오는지 혜영은 그저 알쏭 달쏭 할 뿐이다

"형~~~ 그러지 말고 여기 앉아 봐요..."
"음..... 이거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는건 아닌가 해서...."
"아니예요. 괜찮아요 앉으세요..."
"그럼 혜영씨 사주나 좀 봐드릴까나.."
"어머~~~ 사주도 보세요?"
"그럼요... 제가 이래뵈도 철학과 출신에 계룡산에서 5년 지리산에서 5년 유달산의 정기를 받아 한라산 백록담에 몸을 담고 신의 천기를 받은 사람이 올시다...."
"푸하하하 형~~~ 노가리는 여전한데..."
"어허~~~ 노가리라니?"
"ㅎㅎㅎㅎ"
"어디 관상을 좀 볼까나..."
"이목구비가 큼직한것이 성격은 션션하고 눈과 눈사이가 정확한 것이 절세 미인이롤세...."
"에이~~~~~ 그런거 말로 좀 제대로 봐주세요... 복비는 두둑히 드릴께요.."
"태훈이 너 들었지? 복비는 두둑히 라는 말...."
"하하하하 ... 형? 나한테도 복비 챙길꺼유?"
"얌마 짜식아 꽁짜로는 사주가 안나와...."
"알았어요 어디 한번 잘 봐주세요..."

태훈의 선배라는 사람은 무슨 조그마한 책을 갖고 오더니
이리 저리 찾으면서 알수 없는 한자를 종이 한장에 가득 나열하기 시작한다

손가락을 왔다 갔다 무언가를 세더니
또 한번 책을 둘러 보고
그러다가 관상을 봐야 한다면서 얼굴을 이리 저리 살피곤
족상도 봐야 한다면서 구두까지 벗으라고 한바탕 난리다

<이 사람 흉내는 내네.... 재미는 있구만...>
혜영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대답에 내심 기대를 한가득 하고
태훈의 선배가 하자는 대로 모두 수긍을 한다

"음....... 이거 솔직하게 얘길 해야 하나 아니면 접대용 멘트만 해줘야 하나...."
"왜그런데요? 뭐가 안좋은가요? 말씀좀 해주세요...."
"형... 돌팔이 주제에 왜그리 뜸을 드려..."
"혜영씨 막내입니까?"
"네......."
"부모님은 다 계시구요?"
"네......."
"일단 나온데로만 얘기해 줄께... 그치만 이건 어디까지 재미로 보는것이니까 너무 기분나빠 하진 마세요..."
<덜컹~~~~ 가슴이 내려앉는다 무슨 말을 할려고 저런 서두를 꺼내는건지....>
혜영은 갑자기 입술이 타는듯 하다

"나온데로만 얘기해 주세요..."
"일단 혜영씬... 주위에 남자가 많네요... 또 성격도 좋고 대중을 이끄는 그런 직업이 아주 적성에 맞겠어요... 또 하난 여성의 기능쪽으론 조심을 해야 할듯 합니다 ...... 자식복은 많아야 하나뿐입니다.... 부모덕을 많이 보고 음........"
"뭐야 형~~~~ 제대로 본거야?"
"괜찮으니까 계속 말 해주세요.."
"목숨줄은 좀 짧습니다 남들에 비해서...."
"여기까지...."
"에이...... 이게 끝이에요?"
"네......"
"제가 목숨줄이 짧은 가요?"
"네 "
단호하다
혜영의 질문에 고민이나 잠시 뜸을 드리는것도 없다
단호하게 "네"라고 답해주는 그 선배를 혜영은 뚫어지게 쳐다본다

"상관하지 않아요 긴 세월 오래 오래 사는것도 좋겠지만 전 굵고 짧게 살래요..."
"그럼 안돼지.... 난 어쩌라고?"
"에이 형... 내가 부러우니까 그런 악담을 하는거지?"
"푸하하하하 이것들 놀래는거 봐라... 짜식들 귀여븐 것들 간이 콩알만해졌지?"
"원래 점이라는 것이 좋은 것만 얘기해주면 재미가 없단다...."
"음....... 뭐랄까 스릴이 있어야쥐....."
"50%는 세겨듣고 50%는 까고 들어라... 여까지...."

"하여간 형은 여전하네....."
태훈은 애써 다른 쪽으로 이야기의 방면을 돌리려고 한다
혹시나 혜영이 선배의 말을 듣고 기분나빠 하거나 자릴 뜨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혜영아?"
"응?"
"저 선배말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 예전에도 나 보고 백수로 평생 살고 장가도 못갈 팔짜라고 귀가 따갑게 얘기 했었다...."
"괜찮아 오빠... 점대로 인생살면 세상사람들 다 운명을 피하면서 살테니까"
"역시 우리 혜영인 션션한게 내가 보는눈이 있다...."

카페에서 두어시간 있다가 그들은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는 산불이란 연극 한편을 보고 저녁까지 함께 하곤 집으로 돌아왔다

"혜영아?"
"응?"
"넌 이제 내꺼야 알쥐?"
"아휴~~~~~~ 남자들 늑대라고 하더니만 내가 뭐 오빠 껀가?"
"그럼 내꺼지 누구꺼냐?"
"난 나지 내가 누구의 소유물인가?"
"아니지.... 넌 내꺼 난 니꺼"
"우리둘은 우리 공동 소유지..."
우리둘의 공동 소유
언젠가 엄마가 한말이 생각난다

결혼을 하면 여자나 남자나
자신의 인생이 자신의 것만은 아니라고....
반은 자식몫
그 반의 반은 남편의 몫
그 나머지가 진정 자신의 몫이라고....

결코 자신의 몸이라고 해서
내 맘대로 행동할수 없고 또 내멋대로 결정할수 없고 내 주관대로 뜻을 이룰수 없다고
그것이 가족이라고....


<그 말과 지금의 오빠의 말이 같은 의미일까?>
일순간 혜영은 깊은 생각에 잠긴다
헷깔린다
그런건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연애하다 헤어질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사귈수도 있는것이 연애 아닌가
누군가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되어주고
그 사람의 전부가 되어야 한다는건 옳치 않은듯 하다

"혜영아?"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려는 순간
태훈의 입술이 어느세 혜영의 입술에 와닿았다

촉촉하다
아니 건조하다
아니 아니 아무 느낌도 느낄수가 없다

눈을 뜰수가 없다
가슴이 마구 두 방망이질은 한다

눈을 뜨고 나면 오빠를 어떻게 쳐다볼까?
기횔 포착하고 나에게 다가온 얼굴에 손이라도 올려줄까?

입술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키스도 아닌 단지 뽀뽀였을 뿐인데...
그렇다고 22살 첨 맞이 하는 뽀뽀도 아닌데......

"혜영아? .... 오빠는 혜영이가 마구 마구 좋아...."
슬며시 눈을 뜨고 나서 태훈을 쳐다 본다

"오빤 ....."
"내가 너무 성급하게 다가선거라면 미안해.."
"근데 하고 싶었어 너의 입술을 보면서 갖고 싶었어...."
"........."
"정말 근사하게 하고 싶었는데 ......"
"괜찮아 오빠... 좋아하는 사람하고의 입맞춤인데 어떻게 하는게 뭐가 중요해.... 단지 조금 놀랬을 뿐이야....."
"하지만 담번엔 어림도 없어? 그만 갈께 도착하면 전화해..."
혜영은 급하게 차 문을 열고 집으로 마구 달려간다

좀전의 태훈의 입술을 밤기운에 날려보내고 싶지가 않다
언능 집에 가서 이 느낌을 다시 한번 되세겨 보고 싶다
이 느낌이 남아 있을때 다시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