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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시켜만주이소 2002-12-20

택시를 타자 갑자기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
혜영은 술이 깨는듯한 증상을 느낀다

할증이 붙은 미터의 초록색불은
어두운 실내의 불빛을 혼자 흡수하듯
환하게 비춰지는게 순간 그 작은 불빛이 눈부시게 느껴진다

졸음이 밀려오는듯 하는 순간
벌써 도착지에 도착한 혜영은 택시비를 지불하고
또각 거리는 굽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향한다


모두 잠들것이라 생각한 혜영은 조용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살금 거리면서 방으로 갈려는 순간
이제오니?
어? 엄마 아직 안잤어?

너무 늦는거 아니냐?
다 큰 여자애가 밤거리 무서운것도 알아야지?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 생각도 하고.....


미안해 엄마 담부터 늦으면 연락할께...

냉장고에서 담아놓은 물통을 하나 들고 혜영은 그렇게 방으로 들어간다

주인이 없던 방엔
한여름의 더운 열기가 고스란이 기다리고 있다

에어컨을 틀고
텔레비젼을 틀어본다
마감뉴스가 진행되고 앵커는 오늘일어난 사건을 기자를 통해서 보고받는 브리핑 처럼 주절거린다


화장도 지우지 않고 침대에 누운 혜영은
밀려오는 잠에 그냥 그렇게 하루를 정리한다

.
.
.
.
.
.


띠리링......띠리링......띠리링......
5시 30분에 맞춰놓은 알람은 오늘도 변함없이 혜영의 깊은 수면상태에서
일어나라는 일종의 암시를 주고 있다
정지 버튼을 누르고 뒤척이던 혜영은 무슨 생각인지 잽싸게 침대의 이불을 걷고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욕실에서 지우지 못한 화장은 덕지 덕지 범버기가 되고
루즈자국은 손으로 뭉갰는지
입술 주위에 어지러이 번져있다

미쳤구만...
화장도 지우지 않고 자다니..
뭐가 그리 피곤했다고 에휴~~~~~~~~
오늘 화장 받긴 글렀네

대충 옷을 입고
세수만 한 상태에서 항상 그러하듯 아침 수영을 하기 위해
혜영은 또 이른 아침 집에서 나선다

밥 안먹고 아침부터 수영하면 너무 허기지지 않니?
괜찮아 엄마
밥 먹고 수영하면 허리가 결려서 할수가 없어

수영하고 나서 조금 요기 하면 되니까 걱정마


엄마의 말에 안심이라도 시키듯 그렇게 내뱉곤 혜영은 급하게 집을 나선다

사람이 없는 버스안은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버스 안에 실내등을 꺼 준다
듬성 듬성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엔
피곤이 역력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또는 고개가 뒤로 져쳐서 가끔 자신도 놀라 깨곤 다시 겸연쩍인 표정으로 다시 잠드는 사람이 보이곤 한다


따뜻한 샤워물에 몸을 축이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혜영은 수영장 안으로 들어간다

이른 아침 뭐그리 운동하는거에 목숨 건 사람은 많은지...
본인도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는 혜영은 자신 보다 더 일찍 나와서 벌써 수영장을 나가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멍~~ 하기 바라만 본다

키판을 잡고 25M의 거리를 발차기를 하면서 몸을 풀어 본다
왔다 갔다 그렇게 하고 나선
본격적으로 평형을 하고 자유형을 하며 운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뒤통수가 따갑다는 느낌이 든다
수경을 벗고 주윌 둘러보자
각기 수영하느라 팔만 휘젓는 사람들...
또는 가장자기의 라인에선
코치의 가르킴을 받는 사람들...
그 따가운 시선의 장소가 어디인지 혜영은 알수가 없다


오늘도 컨디션은 제로다
어제의 술기운과 가라앉은 기분이 오늘까지 이어지는 모양인지
1시간은 족히 수영을 하던 혜영은 일찌감치 수영장에서 나와
세면장의 욕탕안에 들어가 눈을 감아 본다


오늘은 또 뭔껀수를 올려볼까
똑같은 회사생활
일상적인 회사 엄무
항상 경직된 상태에서
누군가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집단 생활

혜영은 그런 자신의 처지가 슬퍼진다

머리를 휘저으면서 세면을 하고 몸을 닦고
화장을 곱게 한 혜영은 수영장 안에 있는 매점에서 간단하게 마실 우유를 하나 사서
핸드백의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려는 순간...

500원이죠?
대신 내드리죠...

뭐야?
고갤 들어 옆을 보니
임태훈
그 남자가 혜영의 우유값을 대신 계산해 주고 있다

아니 여긴 어떻게?
정말 우연치곤 기막힌 우연이다
이런곳에서 그 인간
즉 임 태 훈 이란 남자를 만나다니

혜영씨 몰랐죠
저두 여기 수영장에 다닌 사실을...

실은 어제 나이트에서 혜영씰 보고 너무 놀랬습니다
같은 수영장에 다니는 그 분이 맞나
속으로 혜영씨 얼굴을 골백번도 더 살펴봤어요

옷이 틀리고 저녁에 조명밑이여서 그런지
혜영씨가 항상 아침마다 수영장에서 보는 그 사람이 맞나 골패면서 생각했습니다^^

ㅎㅎㅎ
그랬군요
그래서 저한테 관심이 있는것 처럼 따라오셨군요

아니 저 정도의 얼굴이면 그래도 이 수영장에 있는 여성분들이 호감을 갈줄 알았는데
혜영씨 눈엔 제가 그냥 바지만 두른 그런 남주들 중에 한사람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나 봅니다

서운하네요
전 그래도 알아 봤는데....

수영장 와서 남자 꼬실려고 다니는거 아니니까 당연히 못 알아 볼수 밖에요
전 혼자 수영을 하니까
특히나 다른 사람들 유심히 살펴보진 않습니다

어쩐지 아까 수영장에서 오늘 따라 이상하게 뒤통수가 따갑다고 생각했는데
태훈씨 였군요?

이제 아셨습니까?
죽어라고 뚫어져라 노려봤는데
아 이 눈 충혈된것좀 보십시요.

ㅎㅎㅎ
그거야 어제 늦게 까지 술마시고 여자들과 부킹해서 충혈된것 아니구요?

그들은 그렇게 다시 한번 만남을 갖는다

회사까진 제가 모셔드리지요
아침에 버스타고 갈려면 불편하잖아요?

글쎄요....
내심 혜영은 듣던중 반가운 소리라고 생각하면서
한번은 튕겨야 제맛이란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타세요
가면서 말벗이나 되어드릴께요

그럼 그럴까요?
혜영과 태훈은 그렇게 지하 수영장에서 나와 태훈이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으로 똑같은 발걸음을 내딪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