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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BY yks1121 2002-12-12

독서실에서 세현이와 잠깐 마주쳤지만.....어제의 일 탓인지 우린 서로 고갤 돌린체 외면하고 있었다.
서희에게 정효가 토요일 약속에 대해서 물었다.
이번 토요일에 서희부모님이 약속이 있어 집을 비우시게 되었다.
모처럼의 기회라면서 서희가 자기네 집에서 밤새워 놀자고 했는데 경화도 부르기로 했다.
서로 바빠 자주 만나진 못해도 이메일로 또는 전화를 자주 하는 우리였다.
경화가 몇시까지 가야하는지 약속시간을 정효에게 알라오라고 했나보다.
오늘 7시쯤 경화와 만나기로 했단다.
시험예상문제집 교환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세현이와 내가 계속 침묵하자 정효가 둘이 왜그러냐며 의아해했다.
서희도 그렇고....
둘의 대화가 끝난것 같아 우린 헤어져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가기 전에 세현이가 10시쯤 보자고 했다.
알았다는 고갯짓을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자 유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왔다.
"토요일날 정말 우리도 가도 되는거야...?"
서희가 유진이와 기연이도 불렀나 보다.
약속시간은 5시 였다.
"서희가 자기 요리솜씨 자랑한다고 하던데.....전에 쿠키랑 초코렛도 잘 만들던데.....정말 기대된다 ....얘...."
유진이말에 난 그렇다고 맞장구 치는 고개 끄떡임을 보여 주었다.
우리가 그러고 있는데 정은수가 우리 얘길 엿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시험때라서 모두가 신경이 곤두서 있었기에 난 유진이에게 나중에 나가서 얘기하자고 했다.
유진이가 알았다며 자기 자리로 되돌아갔다.

"어째 공부엔 도통 관심없어 하는것 같더니....신부수업을 하고 있었나 보군.....꿈도 야무지시지...."
중얼거리는 듯한 정은수의 말에 이젠 웃음도 안나왔다.
영어책을 폈다.
시험이 며칠 안남았는데......우린 정말 좀 여유다.
파자마 파티라니.....
서희가 성적이 많이 올라이젠 안정권에 접어 들었다고 하던데....내가지망하는 학교는 유린언니가 다니는 성화대다.
영문과을 지원해서 언어학을 공부하고 싶은 욕심을가지고 있는데...저번 상담때 담임이 지금 성적으론 좀 어렵지 않냐며 한단계 낮춰 보라고 했는데....걱정이다.
세현이나 정효도 성화대가 목표다.
과는 틀리지만....
서흰 로 스쿨 대신 우리나라 에서 대학을 다니게 된 동건이와 함께
나라대를 지원하고 있었다.
동건인 우선 우리나라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뒤....대학원격인 로 스쿨로 가기로 했다.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로 스쿨은 말 그대로 법조인을 키우는 대학원 교육기관이다.
우리나라에선 법조인이 되려면 사법고시가 필수인데 미국의 로스쿨은 학부만 마치면 대학원에 바로 진학해 졸업를 하면 바로 법조인이 될 수 있다.
어찌보면 우리보다 더 쉬운 것 같기도 하다.
로 스쿨 졸업후 법조계에서 2,3년 인턴사원으로 일해야 하는게 힘들지만....아무튼 벌써부터 자기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 동건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학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내게 맨처음 엄만 과를 바꿔 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왔다.
엄만 큰 언니가 자기꿈을 접고 너무 빨리 시집을 간거에 대해 다소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
여자가 집까지 안들어 오면서 험한일 한다고 유린언니에 대해서 아빠가 말하면 엄만 언니편에서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여자도 자기일이 있어야 한다며......전문직을 선택한 언닐 엄만 은근히 자랑스러워 했다.
언어학이면.....전문직이래봐야 교수가 전부인데....교수되기가 우리나라 에선 이것도 하늘의 별이다.
엄만 내가 엄마의약국을 이어받길 은연중에 바라는것 같다.
드러내놓고 말씀은 안하시지만.....
하지만 난 약사는 별루다.
너무 자기 시간이없고 한곳에만 머물러있어야하고....적성에 안맞았다.
엄만 언어학을 배우면 교수밖에 될게 없다지만....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세계여러나라 말을 배우는 것도 언어학이고.....나의 꿈은 실현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는 저널리스트다....
모든 방면에 박학다식해야 하는 저널리스트....또는 기자....
세계를 돌아다니며 생생한 현장에서 소식을 전하는 기자...
그런게 나의 꿈이자 내 미래의 청사진이다.
그럴수만 있게 된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다.
내가 성화대를 선택하게 된 경우도 훌륭한 언어학의 교수님들이 많이 계셔서 이다.
유명한 책을 쓰신 분들이나 강연을 하시는 분들은 아니지만.....많은 사람들이 접하진 않지만 ...가끔씩 내는 논설이나 사설...또는 평론등...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대을 형성하는 그런 편한 글들...또는 힘이 있는 글들.....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실 세계 여러나라 말에 대한 흥미도 대단하다.
작년여름엔 일어학원엘 다녔다.
인터넷에서 하는 방송도 듣고.....
영어를 굳이 좋아하는 것도 다른 외국어 보단 오래했고 쉽게 접할 수가 있어서다.
유린언니가 영어와 일어를 조금씩 할줄안다.
언니에게 가끔 수업을 받기도 하고 언닐 따라 외국인 친구들 모임에도 몇번 따라 나갔다.
배운것 테스트 하기위해....
거의 언니가 다니는 대학으로 한국어을 배우러 온 세계각지의 유학생 모임이긴 했지만 바디 랭귀지가 아닌 현지어를 듣고 배울수 있어 내겐 유익한 시간이다.
거기서 알게된 언니오빠들과 그들의 언어로 이메일을 주고 받는데 말이 서툰 날 위해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그들이 한국어로 상대를 해주고 있다.
암튼 세계여러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싶은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그 나라를 알려면 문화를 알아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먼저 언어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나의 거대한 포부을 엄마가 알면 뭐라고 잔소리 하겠지만....
세계여러 나라을 돌아다니려면 비용이 많이 들텐데....하면서 유린언니가 자기가 열심히 벌어서 뒷 바라지를 해준다고 했는데.....지금보면 빈말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흰 더 한다고 해서 나만 먼저 독서실에서 나왔다.
신발을 바꿔신으려고 하는데 날 기다린듯 정은수와 윤희원이 보였다.
내가 가방을 챙기는걸 보고 먼저 나가더니......
무슨 말인가 또 지나가는 투로 하겠지 싶어 신경안쓰고 운동화에 발을넣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정은수가 한마디했다.
"정말 여친맞아...?공주도 아니고 어떻게 매번 바래다 달라는 거야..?것도 시험이 코 앞인데.....양심이 있는거야...?"
"생각이 없는 거지......세현이가 불쌍해...."
둘의 말에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시끄러워 질것 같아 관두기로 했다.
가방을 들어 어깨에 걸치는 날 보며 정은수가 조금은 가시가 돋친 투로 말했다.
"너 생각보다 굉장히 고단수다....어리숙한줄 알았는데.....사람이 무슨 말을 하면 반응이 있어야 하는것 아니니...?매번 무시하는데 너 뭐가 그리 잘났어...?"
진짜 화가 났는지 소리가 조금 높아져 있었다.
들어오던 2학년 애들이 우리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학교 여서인지 내게 아는척 눈짓을 보냈다.
"그렇게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면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나가자..모두의 이목을 끌고 싶지 않다면..."
내말에 의외라는 얼굴을 하고 있는 둘이였다.
그런 둘을 비켜 먼저 나왔다.
총무에게 인사해 보이곤 계단을 내려 섰다.
둘도 따라 내려 왔다.
세현인 아직인지 입구에 보이지 않았다.
난 내려오는 둘을 보고 있다가 세현이에게 10분뒤에 나오라는 문자를 보냈다.
발신음을 누루고 핸드폰을 닫았다.

막상 날 마주 대한 둘은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지 아무말 없었다.
한번은 부딪쳐야 할 것 같아 대꾸해 줬더니....왜 아무말 없는건지..
발끝을 내려다 보며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게 하고 싶은 말 있음 ....해봐....너희 날 보면 매번 수근거리잖아....뒤통수 까는것 싫어한다며...사실 나도 그래...."
내 말에 둘은 좀 놀란것 같았다
맞대응 하려는 말을 찾기가 좀 힘들었을 거다.
생각지도 못한 반격이였으니.......
둘에게 생각할 시간을 줬다간 얘기가 걷잡을 수 없이 길어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둘을 보면 ....생각해서 말하는 타입같진 않아보이긴 하지만...
"평소엔 무시하며 지나가더니....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대화를 하자고 하는거야....?마치 우리가 너한테 못할 짓이라도 한 모양으로...."
정은수가 흐름의 가닥을 잡았는지 아까와는 다른 ...평소의 사람 깔보는 얼굴로 돌아왔다.
"방금 말했잖아...튀통수 까이고 싶지 않아서...그리고 니들이 정말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듣고 싶기도 하구....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지않아...?...돌려말하지 않아도 잘 새겨들을 수 있으니까 진짜 하고 싶은 말로만 들려줄래...?시간이 얼마없거든...."
내가 생각해도 평소의 나 답지 않은 깡이였다.
숨어있는 나의 저력인가...?
가끔 친구들은 내게 말하곤 했다.
보통때 보면 너무 몸을 사리고 지레 겁먹는 성격인것 같은데....막상 소리 높여야 할 자리에선 언제그랬냐듯이 자기 할말 다하는게 나라는 아이라고....정말 그런걸까...?
난 사실 이애들을 은연중에 두려워 하며 피하려고만 했다.
이렇게 부닥치는건 내 식이 아닌데...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 ....일대일도 아닌 이대일로 ...
하지만 매번 뒤에서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말엔 이젠 정말 이력이 났다.
묘하게 신경거슬려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다.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
직접적인 내 말에 정은수도 정면대응를 하기로 맘먹은것 같았다.
옆의 윤희원은 그러는 우리둘을 아무말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말안해도 잘 알거야....나 윤세현 에게 관심많아.....그애와 사귀고 싶어.....그런 생각으로 여길 다니고 있는거구..."
정말 정면대응 이였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내 본심이야...걔들에겐 친구 운운하지만 그건 같이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한 구실이야....난 네가 못마땅해...내 보기엔 너와 세현인 너무 안 어울려.....너무 네가 쳐진다구...넌 그런 생각해본적 없어....?"
"없는데....우린 친구야....서로 잘나보이기 위해서 만나는게 아니라구....완벽한 그림이 없듯이 완벽한 커플 또한 없는 법이야...."
"보는 사람마다 널 안됐다고 ?? 거릴텐데......같이 다니면 그런 시선들 많이 받았을 텐데....비참하지 않니...?"
"난 좀 둔해서 그런건 잘 몰라.....난 네 행동이 더 이해가 안가....세현이가 자기 생각을 충분히 밝힌줄 알고 있는데...내가 먹지 못하면 남도 먹을수 없다는 심정으로 ....못 먹는 감 찔러보기라는 심보로 날 매일자극하는 너희들의 행동이 더 부끄럽고 .....비참한것 아니니...?난 그렇게 생각되어지는데..."
"뭐....?너 생각보다 대단하구나...?지금까지 어떻게 참았어...?
숨막히지 않디...?"
옆의 윤희원이 나섰다.
얼굴까지 붉게 상기시키면서........
난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분명히 말하지만...난 세현이와 헤어질 생각 전혀 없어....니들도 현수친구들에게나 잘해....괜히 세현이네들 힘들게 만들지 말구....정말 세현이들에게 애정이 있다면 말이지..."
"네가 현수를 어떻게 알아...?"
"중학 동창이야.....니들 남자친구들 하고 세현이들이 만나는 일은 피해야지 않겠니...?이쯤에서 장난그만두라구....모두가 다치기 전에..."
내말에 둘은 잠시 침묵했다.
시간이 얼핏 다된것 같았다.
시계를 들여다보는 날 보며 정은수가 말했다.
"너 용기 있다는건 인정하지....하지만 사람 마음은 쉽게 장담하는것 아냐...내가 아무것도 없는데 이런다고 생각하지 말라구....세현이가 내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너 장담할 수 있어....그러니..?"
"그건 내 관심밖이야....세현이가 나 이외의 여자애에게 관심이 있다고 해도...그건 세현이 문제지...감정은 물흐르듯이 흐르는데..내가 돌이 되어서라도 막을 순 없잖아...?난 그냥 물흐르듯이 내게서 떠난다면 보내줄꺼야....남자여자를 지나서 우린 함께한 시간이 너무 많거든...친구로서 보내 줄거라구...."
"....정말 말은 잘한다...그렇게 말하니까 난 좀 편해 지는 기분이네...나중에 울고 불고 하는 일은 없을 테니...."
"그렇겠지....좀 있음 세현이 나올건데....우리 이러고 있는것 보이긴 좀 그렇지 않니...?"
내말에 둘은 좀 움찔하는 모습이였다.
정말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소리에 뒤로 돌아보면 정은수가 한마디 했다.
"싸워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 너...너무 쉽게 손들까봐 걱정했는데...
지금까진 모두 그랬거든...세현인 스킨쉽에 너무 약한것 같던데...넌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어...?나완 아직 키스뿐이지만...?"
정말 기막혔다.
저말이 사실이 아닐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갑자기 머리가 펑하고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내게 조소를 보내며 올라가는 둘에게 태연한척 웃어보이고 있었지만....가슴 한구석에선 시베리아 벌판에서 부는 써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내려오는 사람은 세현이였다.
가방을 어께에 걸치며 내려왔다.
들어가는 둘에게 눈길을 주었다가 내게 왔다.
"먼저 나와있었네....."
옆으로 오면서 어깨에 손을 둘렀다.
정말 스킨쉽을 너무 좋아하는거 아냐....
어제의 충격에서 금방 벗어난것 같은 얼굴.....
아까 까진 어색해서 눈도 ??償?못하더니....
"설마...아까 걔들하고 같이 있었던건 아니지...그래서 늦게 나오라고 한거야...혹시...?"
나오다가 마주쳐서 그런지 ....지레 짐작으로 묻고 있었다.
아니라고 대답하려다 난 정공법을 택하기로 했다.
불 지옥의 가슴으로 세현일 대하기도 싫었고...사실이 아닐지도 모르는데...혼자 속태우고 싶지 않았다.
시험을 코 앞에두고......
대답없는 날 힐끔거리는 세현이에게 내가 말했다.
"한번은 만나야 할 것 같아서....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하라고 했어.."
"하고 싶은 얘기라니....?무슨 얘기....?"
"왜 너한테 나라는 여친이 있는데 쉽게 포기 못하냐구 물었어...."
"네가...?유서린.....네가 그런말을 했단 말야....?"
깜짝 놀랐는지 걸음을 멈추고 놀란 얼굴로 세현이 날봤다.
"왜 못할 말이였어.....?"
".....그런건 아니지만....정말 그랬단 말야....?"
"믿기지 않겠지.....근데 정은수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했어...?"
"뭐라고 했는데.....?"
긴장하는 얼굴이 아닌 담담한 얼굴이였다.
웬지 좀 안심이 되는 기분이였다.
"관둘래....괜히 너 한테 고자질 하는 기분이 들어..."
발길을 떼는 날 따라 오며 세현이 물었다.
"궁굼하게 말하다 마는건 뭐야....?뭐라고 그랬는데...?이젠 나 포기한데....?"
싱글거리며 웃는 세현일 보자 좀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고 그러더라 ....네가 스킨쉽을 좋아한다며...나랑은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냐고 묻던데...자기하곤 키스까지 갔다면서 자랑하던데...?"
"뭐..?'
정말 기가막히는지 세현인 흥분한 얼굴로 걸음을 멈췄다.
정말 고소했다.
그럼 그렇지.....세현이가 어떻다는걸 잘 아는 난데....조금 신경이 쓰였던건 사실이지만....오해가 풀어졌다.
"정말 ....정은수가 나랑 키스했다고 ....그랬어....?"
"그래...아주 잘한다고 하던데...."
놀리고 싶어 졌다.
세현이가 발끈하며 화를 냈다.
"걔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여자애가 그런말을 .....정말 상식이라고는 전혀 없어....이건 말도 안된다구..."
혼자서 횡설수설.....
"너 설마 믿는건 아니겠지....?"
행동을 멈추고 날 보는 세현이에게 난 웃음을 날렸다.
"이나이에 너처럼 키스도 잘 못하는 남자애 있음 나와 보라그래...정은순 많이 놀아본 것 같은데....네가 해주는 스킨쉽이 종을까...?"
웃음을 날리는 날보며 세현이도 웃었다.
나와는 좀 다른 웃음이였지만...
역시 정공법은 탁월한 선택이였다.
괜히 속 끓이고 할 필요 없었다.
더구나 세현이의 스킨쉽 수준은 내가 제일 잘 알텐데...
순간 속을 뻔했던게....아찔했지만.....

오늘은 아파트 입구에서 헤어졌다.
엄마가 들어오는 시간과 비슷해서 였다.
입구까지 바래다 주면서 세현이 좀 멋적어 하며 물었다.
"내가 그렇게 까지 서투냐.....?"
"그냥 한말이야...나두 그런데 뭘 ....신경쓰지마..."
"아냐....넌 뭘 알고 있는것 같아.....친구들끼리 남자친구에 대해서 많이들 얘기하지....그러면서 이런 얘기도 하고....설마 나 서툴다고 서희나 다른 애들에게 얘기하거나 한적 없지....?"
정말 ...걱정이 되는지 ...세현인 심각해 보였다.
난 좀 놀려주려다 말았다.
"정효는 끝내 주게 잘한다던데...?동건인 못들어서 모르지만..."
내말에 세현이 눈이 동그래졌다.
세현이도 그건 잘 모르고 있었나 보다.
정횬 세현이와 달리 중학때 부터 길게 사귀는 여친은 없었지만...잠깐씩 사귀는 여친들이 몇 있었다.
그때부터 쌓아온 테크닉인가 보다....
괜히 말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경화에게 피해가 가는게 아닌지.....
참을성 부족의 결과.....생각깊지 못함의 무지....
다시주워 담고 싶었다.
헤어지면서 세현인 좀 충격을 받은듯 했다.
혼잣말로 .....[그래...정효가 그렇게 잘한다 말이지....]하면서 중얼거리며 돌아 갔다.
정효에게 물어보기라도 한다면.....?
갑자기 내일 만날 경화의 얼굴이 떠올랐다.
경화에게 자수해서 광명을 찾아야 하는 일이 생긴것이다.
이것도 정공법이 나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