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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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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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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BY yks1121 2002-12-11

아침에 방송실에서 본 서희의 얼굴은 나와 마찬가지로 밝지가 못했다.
생각으로 밤을 지새운것 같았다.
우린서로의 표정을 씁쓸한 얼굴로 보기만 했다.
벌써 4월도 중순이였다.
슬슬 방송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작업에 막바지 단계였다.
좀 늦게 들어온 동건인 우리에게 어제 늦게 까지 공부했냐며 얼굴들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런 동건일 흘겨보려다가 참았다.
그래봤자 내 눈만 아프고 .....이유를 물어오면 할 말 또한 없지않은가....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서희도 가만히 있는데.....내가 왜 나서....
베토벤의 비창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건 밤에 들어야 제격인데.....
선곡을 한 후배인 유나에게 이건 아니라고 고갤 저었다.
금방 당황하는 유나를 보며 난 방송중이라 메모지에 글을 서써 들어보였다.
[아침은 되도록 밝게,경쾌하게.....그게 모토야...이건 좀 처지지...더구나 이렇게 화창한 봄날엔 .....주의!]
유나가 웃으며 끄떡였다.
곡 선정하는 감각이 괜찬은것 같아 맡겼는데....오늘은 아닌것 같다.
동건이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유나에게 잠깐 시선을 주었다.
괜히 아침부터 애 맘을 심란하게 한것같아 걱정이되었지만.....이런 충고가 도움이 될수도 있으니까....
선배들하고의 합동방송이라 후배들이 신경이 많이 쓰일 것이다.
예전 우리도 인수인계 받을때 혹시라도 실수 할 까봐 맘을 많이 조리고 신경을 바짝 세우고 했다.
그때 생각이 나니까..웬지 유나에게 미안했지만....앞으로 더 발전하리라는 뜻에서 그런거니까.....그런맘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방송을 마치고 나서며 동건이 말했다.

"그룹과외 해볼래...?윤석이 형이 친구들과 몇명이서 짜서 한대는데...한달에 15만원정도고 일주일에 두번....괜찮지 않아...?정효와 세현인 한다고 했는데.....장소제공은 우리집이고....할꺼지...?"
"난 안해....과외별 취미 없어...더구나 난 혼자해야 잘 되는 타입이야...괜히 거기서 까지 실력차 느끼고 싶지 않아..."
말 끝나기가 무섭게 무자르듯이 딱 잘라 말하는 날보며 동건이 인상을 썼다.
"너 요즘 열심히 하잖아...?성적도 많이 올랐다며....?더구나 우리가 같이 봐주면 훨 수월할 텐데....서희 너도 않해 그럼...?"
"....응....우린 그냥 독서실 다닐래.....여유도 없고...우리오빠 에게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거든....."
서희오빤 재수끝에 명문대 의대를 들어갔다.
일학년인데 ....본과도 아니면서 등록금이 장난이 아니였다.
뜻을 이룬 서희오빠가 장해 보였다.
우리가 둘다 못하겠다고 하자 동건이 조금 풀이 죽었다.
정말 이렇게 보면.....삐졌다고나 할까...?
입술이 조금 앞으로 나온 동건인 이유없는 반항에서 나오는 포스터의 표지에서 보이는 제임스 딘 을 많이 닮았다.
약간 곱슬거리는 반곱슬 머리도 그렇고...눈동자의 동공이 짙어 눈매가 깊어보였다.
깊게 패져 있는 양볼이며...쌍거풀 진 눈이며.....자꾸 봐도 질리지 않는 얼굴이다....
우리가 너무 무신경하긴 하나 보다.
저런 얼굴을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윤희원이 아주 적극적 이라고 들었는데.....
괜히 아침부터 지옥을 생각하는 내가 미쳐가고 있는것 같아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고갤 흔들며 도리질 하는 날보며 서희와 동건이 의아해 했다.

점심시간이였다.
세현이 반으로 ?아았다.
도시락 뚜껑을 막 닫은 참이였다.
복도에서 나오라는 모션을 보였다.
만나고 싶지 않은데.....
서희도 그걸 봤는지 안나가고 머뭇거리는 날 보며 '뭐해'하는 얼굴을지었다.
동건이도 그럴까봐....난 내키지 않은 걸음을 띄었다.

매점으로 향하는 길목에 놓여진 벤취로 갔다.
목련이 언제 피었느지 벌서 끝을 보려고 하고 있었다.
벗꽃은 또 언제 저렇게 다 떨어져 버렸을까.....
정말 아무것도 느껴보지도 못했는데.....봄이 벌써 저만치 달아나 버린것 같았다.
노란 개나리만 조금씩 남아 있는 교정이 봄인데도 삭막하게 느껴지는건 내 마음이 그래서 일까.....?
주머니에서 박하 사탕을 내밀며 세현인 먼저 앉았다.
사탕공장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만날때마다 자주 사탕을 손에 쥐어 주었다.
단 것 별로 않좋아 하는 것 알면서......
그리고 매번 박하 사탕이다.
벌써 입에 까서 넣었는지....볼이 볼록하다.
그걸보니까 왠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건이완 달리 선이 가는 얼굴이였다.
샤프보이라는 말이 있는 세현이였다.
쌍거풀 없이 커다란 눈이 ....가끔 보면 짙푸른 파란색으로도 보이는 동공이 눈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어 눈 돌리는 모양이 시선을 잡아 끈다.
고집있어 보이는 입매며.....중심을 잡고 서있는 오똑한 콧날...마치 비유하자면 이병현을 닮은듯 했다.
가지런한 치아도 그렇고.......암튼 섬세하게 잘생긴 얼굴이였다.
남자건 여자건 잘나면 인물값을 한다고 하는 옛말이 틀리진 않나 보다.
웬지 씁쓸해 지는 기분이였다.
"토요일날 영화나 보러 갈까...?"
아무말 없는 내게 세현이 물었다.
"무슨영화.....?...독서실은 어쩌구...?"
"시험때도 아닌데.....하루쯤 쉴수도 있지뭐....아님 저녁때 볼거면 낮에 들렀다 가면 되지....가자..."
".....보고 싶은 영화라도 있아....?설마 또 비디오방은 아니겠지..?"
첨 비디오방 데이트이후에도 우린 몇번더 비디오방엘 갔었다.
내 째리는 시선에 세현이 웃었다.
"아냐....영한 인터파크에 예약하면 되니까 너 보고 싶은것 보자...보고 싶은 영화 있어....?"
"바람피다 부인에게 들켜 묵사발 나는 영화 없나....그런 영화가 있다면 좋을텐데..."
".....그게 무슨말야....?아줌마들이나 좋아하는 영화아냐...?요즘 그런 드라마 하고 있어 ..?"
"아냐....그냥 해본 얘기야...."
말끝을 얼버부리는 날 보며 세현인 싱겁다듯이 피식 웃었다.

예비벨이 울리는걸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영환 내가 예약할께.....저녁에 같이 저녁먹을까....?"
세현이 물었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으며 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왜 오늘은 정은수가 안싸온데....?"
"뭐....?"
세현이 당황하고 있었다.
어제 그럼 정말 김밥을 먹은 거군.....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말 실수한것에 대한 건 머리속에서 지워져 버리고....세현이의 당황하는 얼굴이 입력이 되었는지 가슴속이 뜨거워 졌다.
"너....어떻게 알았어....어제 은수가 김밥 싸온거....봤어..?"
"그냥 알게 됐어.....어떻게 우리하고 저녁 먹기로 했으면서 ...기가차서 말이 안나와...."
세현이 많이 당황하는것 같았다.
얼굴색이 붉게 바뀌기 까지 하는걸 보면 놀라긴 많이 놀랐나 보다.
앞장서서 걷는 난 마치 팥쥐라도 된 기분이였다.
괜한 입놀림.....참을성 부족이였다.

교실로 들어가려는데 세현이 잡았다.
얼굴만 돌리는 내게 세현이 말했다.
"그건....말안해도 알지...?피치못할 사정이였다구....갑자기 들이미는걸 그럼 어떡해....신경쓰지마....별것 아니니까....응..?"
저자세의 세현일 보며 난 더 심술궂어 지려고 했다.
"내가 왜 신경써....?내가 잘 챙기지도 못하는 내 남자친굴 다른 애가 잘 챙격 먹이는데 ....오히려 고마워 해야지.....신경쓸게 뭐 있어...안그래...?"
가시가 있다고 느꼈는지 세현이 얼굴이 아까보다 더 상기되어져 갔다.
선생님들이 올라오시고 계서 더이상 말을 나눌수가 없어 난 안으로 들어가고 세현인 고갤 숙인체 풀 죽은 모습을 보이며 반으로 갔다.
통쾌 할 줄 알았는데....가슴속이 더 엉망이 되어 버렸다.
깊지 못한 생각탓에....질투 하고 있다는걸 금세 드러내고....정말 짜증이 났다.
유린언니처럼 연애엔 고무줄 방식이 제일 이라고 했는데.....
난 잡아당기기는 커녕 첨부터 팽팽히 줄을 꽉 쥐고 있다가 금방 나버린 격이다.
별일 아닌걸로 이렇게 벌써 감정 드러내고......최악이다.
화가난다.
내가 이렇게 참을 성이 부족하다니....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였다는게 챙피했다.
이성을 찾아서 통제를 했어야 했는데.....
다시 물릴수 만 있다면.....그랬으면 좋겠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괜히 세현일 당황스럽게 하구.....후회의 나날이였다.

6시쯤 정말 세현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저녁을 먹자는.....
서희에게 같이 나가자고 했지만....동건이도 나오냐고 물어보라고 했다.
문자 메세지 날리자 바로 답이 왔다.
동건인 과외하는 날이라 빠지고 정효가 나온다고 했다.
서흰 별로 내켜하지 않아 했지만 혼자 남기도 그런지...날 따라 일어섰다.
나가는 유진이 우릴 보고 아는척해 왔다.
저녁먹으러 간다는 표시를 해보였다.
역시나 .....정은수 일행은 보이지 않았다.
저녁 시간이니까 또 나가서 기다리고 있는 건가....?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편의점에서 정효와 세현이 보였다.
다행인지 정은수 일당은 보이지 않았다.
낮에 그러고 헤어져서 인지 세현이 날 보는 시선이 힘이 없어 보였다.
그러게 찔리는 짓은 왜 하는거냐구우~~~~~~
단골 분식이 되어버린 오뚜기로 들어갔다.
카운터에 앉아 계시던 아줌마가 반갑게 맞아 주셨다.
나와 정횬 떡 만두국을 시켰고 세현이와 서흰 칼국수를 시켰다.
저녁을 거의 분식에서 먹으니 매번 밀가루 음식이였다.
가끔은 유린언니나 서희가 도시락을 싸와서 옥상에서 먹기도 한다.
내가 싸올 때도 있고.....
주문을 하고나서 보리차를 마실 때까지 우린 침묵을 하고 있었다.
정효도 내가 세현이가 김밥을 먹은 얘길 아는지 별 말없이 간혹 내 눈치만 보고 있었다.
급채할 분위기 였다.
흘러나오는 김현정의 그녀의 선택에 서희가 입을 놀리고 있었다.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예전에 사귀었던 여잘 다시 만난다는 내용의 노래...결국 남자친구의 배신에 눈물 흘리는 여자....
보통땐 듣기 좋은 노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지금듣고 보니 가슴이 아팠다.
우리 상황고 엇비슷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였다.
주문한 음식이 나와 우린 먹기 시작했다.
뭐하는건지.....이렇게 어색한 분위기 줄거면 만나자는 말은 말아야지...
만두가 아니라 돌덩이를 씹는것 같은 기분이였다.
계속 침묵하고 있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정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젠 ...정말 미안했어.....그냥 나오려고 했는데...걔들이 야식을 챙겨 왔더라구......시간없는데도 쌌다며 굳이 먹으라고 해서....변명같지만...정말 어쩔수 없는 상황이였어....이해 하지...?"
정효의 말에 서흰 의아해하는 얼굴이였고 난 쓴웃음이 나왔다.
서희의 표정에 정횬 괜히 말했나 하는 얼굴이였다.
나만 알고 있었다는 걸 몰랐으니......
"너희 어제 김밥 먹었다구...?정은수 걔들이 야식을 챙겨왔어....?"
서희가 수저를 내려 놓으며 물었다.
괜한 지뢰 밞았다는 정효의 표정에 난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억지로 참았다.
정말 재미있는 상황이였다.
"얘기해봐....우리 기다리는 동안 니들 김밥 먹구들 있었니....?"
서희가 좀 화났다는 투로 따지자 둘다 당혹스러워 했다.
난 가만히 앉아서 즐기기로 했다.
정말 팥쥐도 모자라서 신데렐라에 나오는 심술이 언니가 된 기분이였다.
돌덩이 같던 만두가 어느새 쫀득쫀득하게 입안이 착 감기는것도 기분이 좋았다.
"왜들 얘길 않해.....서린이 넌 혹시 알고 있었던 거야...?"
화살이 내게로 돌아왔다.
"어제 안으로 들어가는데 정은수하고 고명진이 나더러 들으라듯이 말하길래.....정말 너무하지 않아.....자길 만나러 일부러 와준 여자친굴 기다리게 하면서 그 김밥이 잘 넘어들 갔나 몰라......."
내말에 둘다 기가 질린 얼굴이였다.
설마 내가 정은수 그애들에게 직접 들었다고는 생각을 못했겠지...
우리만큼이나 니들도 상댈 너무 과소 평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걸...?
니들의 처신여하에 따라 여자친구인 우리들에게 돌아올 파장이 얼마나 큰지....이젠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할 것이야....그런 심정이였다.
서흰 정말 기분이 나쁜가 보다.
반도 체 먹지 않고 칼국수를 남겼다.
어제의 내 마음처럼 그렇게 화가 나고 동건이들에게 배신감이 들었을 것이다.
서희의 마음을 지옥불로 던져 버린건 미안하지만....사태의 심각성을 깨우쳐주기 위해선 어쩔수 없지 않은가......

커피를 마시자는 정효의 청을 뿌리치며 서흰 곧장 독서실로 올라갔다.
생각보다 화가 많이 났나 보다.
둘은 서희의 굳어진 얼굴을 보고 아무말 못하고 있었다.
아마 어제의 김밥이 저주 스러울 것이다.
약간 고소한 기분 마저 들었다.

그날 저녁이였다.
누가 자꾸 공부하는데 집중안되게 자주 들락거린다고 정은수네들을 총무에게 꼰질렀나 보다.
9시쯤 가방을 챙기려 들어오면서 윤희원이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의 목소리 톤으로 얘기했다.
"도대체 뭐야.....?불만이 있으면 앞에서 직접 말하지...비겁하게 뒤통수를 쳐....?내돈 내고 내가 왔다갔다 하는데 지가 무슨 상관이야...더구나 자기도 왔다갔다 하긴 매한가지면서.....웃기지도 않아 정말....공부나 잘하는 것들이면 또 몰라....."
윤희원의 얘기에 조용하던 독서실엔 찬바람이 일 정도로 썰렁한 기운이 돌았다.
9시를 넘어서인지 ....군데 군데 빈자리가 보였지만....그래도 많은 학생들이 자릴 차지 하고 있었는데........한밤중의 홍두께도 아니고 조용해야 할 독서실에서 큰소릴 내다니.....안하무인격의 행동이 기가막혔다.
아무도 소리 못하고 있는데 깜짝 놀랍게도 유진이가 맞대응을 했다.
"뭐하자는거야? 모두들 조용히 공부하는거 안보여.....피해도 여러가지로 준다 정말......"
"뭐라구...야!너지금 뭐라했어....?"
금방 싸울듯한 태세로 윤희원이 나섰다.
정말 날라리가 맞나 보다.
좀 무섭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요즘 일진회 며 여자깡패들이 남자 애들보다 더 잔인하고 무섭다고들 하지 않나.....
정유진이도 보통 깡은 아닌가 싶었다.
평소보면 조용한 성격인것 같았는데.....
걱정스러운 서희의 얼굴이 보였다.
"너 일어서봐....!방금 네가 주둥이 놀렸냐...?그런거야....?"
상스러운말......걱정이 배가 되었다.
"무식하다고 자랑이라도 하는것 같구나.....잘못했으면 인정하고 행동을 바꾸면 되는거지....뭐 잘한게 있다고 입을 놀려.....것도 일자 무식한 조폭들처럼..."
유진이가 큰 맘을 먹은듯 했다.
중학교 동창이라면서 .....저애들의 본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텐데...어쩌자고....
눈하나 깜빡안고 대응 하는 유진이에게 독서실 안의 모든 눈이 모여 있었다.
"이게 진짜....뭐 조폭...?그래 우리 여자 조폭이다 ...너 조폭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지금 까는거야....?겁대가릴 상실한거 아냐...?"
"......조폭이 밖에나가서 힘없는 애들 삥이나 뜯지 여긴 뭐하러들 드나들어...노는 물이 틀릴텐데....니들은 흙탕물이 어울리잖아...안그래...."?"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정유진 이였다.
유진이 말에 윤희원이 달려 들더니 유진이의 목 자락을 집어 올렸다.
"뭐하는거야....못놔...?"
유진이 손을 잡아 떼며 소리쳤다.
옆에있던 기연이도 놀라며 일어섰다.
"니들 뭐하는거야...?유진이가 틀린말 한것도 아니잖아...니들은 한가한가본데....우린 안그래....공부할 것 아니면 더 방해말고 나가줘...모두에게 민페니까..."
"맞아...여긴 공부하는 데지 놀러 오는데가 아니야...가방 맡길데가 없어서 여기다 맡기는거야...대단들 하다 정말....?
기연이에 이어 다른 애도 한 마디 거들고 나섰다.
평소 정은수들을 벼루고 있었던 것 같은 말이였다.
"아예 단체로 행동을 하는구나....떨거지 들이 모이면 힘이 솟나 보지...니들 우리가 여기 왜 다니는지 몰라서 그런거야...?아님 니들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걸 우리가 너무 잘하니까....질투나서 그러는 거야...빙신 쪼다 같은 것들이...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면서...,떨거지가 되어서 힘을 합치면 ...만사가 형통돼....?웃기지도 않아 정말..."
이번엔 고명진이 나섰다.
정말 뭐 저런 애들이 다 있나 싶었다.
머리에 뭐가 들었길래...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수 있을까...?
지능이 의심스러웠다.
우리가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총무가 들어왔다.
웅성거림이 있고 모두 제자릴 찾아 앉았다.
누군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총무에게 문자 메세지를 날렸나 보다.
총무의 핸드폰 번호 까지 알고 있는 애가 있다니.....
대단했다.
아님 총무가 우리가 이러고 있는걸 어떻게 알수 있단 말인가...?
여자석인 여긴 총무가 있는 입구하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데...
소리가 조금 났다고 그걸 듣고 왔을까...?
누군가가 연락을 취한 거라고 밖엔 생각이 안들었다.
총무가 들어오자 모두 자리에 앉았다.
방금전의 소요가 어디로 갔는지....모두 조용했다.
아무소리 안하고 그냥 둘러보고 나갔는데....파장이 컸다.
암튼 정유진의 행동은 놀람에 놀람이였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었던 내가 비겁한것 같았다.
유진이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구경꾼 노릇만 한게 못내 미안했다.
더구나 정은수 들이 얼마나 황당하고 놀라운 애들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정말 뒤에 조폭이라도 거느리고 있는 걸까....?
아무것도 무서울게 없다는 식의 말투며 행동.....정말 두려운 존재가 아닐까 싶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는데 작게...하지만 그 주변의 몇몇은 들을수 있는 크기의 톤으로 윤희원이 말했다.
"누군지 우리에게 한번만더 뒤통수 까게 만들어봐.....된맛이 어떤맛인지 알게해줄테니까....정말 재수 없어서....."
기...기....기가 막혔다.
어떻게 저런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니....
정말 막다른 골목이라면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애였다.
절대 살면서 부닥치고 싶지 않은 부류였다,
내가 제일 싫어하고 혐오해 마지 않는 조폭무리들.....윽...생각할 수록 끔찍했다.
세현이들과 얽혀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가슴을 쳤다.
그렇다면 언젠가 한번은 부닥뜨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끄악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려 했다.
된맛을 보는게 설마 나와 서희가 아닐까.....
정말 끄악 하는 소리가 심장을 울리고 있었다.
독서실을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 싶었다.
새로 다시 끈은지 오늘로써 5일 짼데....환불을 할 수는 없을까....
정말 걱정 이였다.

10시쯤 세현이에게 문자가 왔다.
집에 같이 가자는 거였다.
죄지은게 걸려서 빨리 만회하려고 무지 애쓰는것 같았다.
서흰 정효가 바래다 준다는 문자까지 있었다.
서희에게 다가가서 문자를 보여줬다.
서흰 그렇게 하자고 했다.
30분쯤 있다가 입구에서 만나기로 문자을 보냈다.

가방을 챙기는데 내 자리줄에 있는 정은수가 날 힐끗 봤다,
무슨생각인지 갑자기 가방을 싸는게 아닌가....?
옆의 고명진도 그렇고......정말 왜 그러는건지.....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나와 서희가 나가기전에 바로 먼저 나가버리는 둘을 보고 정말 기가막혔다.
그애들의 행동에 서흰 모르고 있었다.
단지 자길 밀치고 나가면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미다 않고 가버리는 그애들의 행동이 이해가 안간다는 얼굴을 할 뿐이였다.
집히는게 있는난.....혹시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말은 안했다.
곧 결과가 보여 질테니......

정말 그랬다.
내 예상은 딱 맞아 떨어졌다.
언제 나가 있었는지......윤희원도 함께 있었다.
우리보다 발 빠르게 나온 세현이와 정효를 붙잡고 있었다.
서희도 이제야 감이 왔는지 허탈해 하는 얼굴이였다.
한마디로 재수였다.
이런 표현을 쓰지 않으려 했는데....순간적으로 떠오른 말이였다.
어쩜 저렇게 낯이 두꺼울 수가 있단 말인지....
집착인지.....집념인지....대단들 하는것 같았다.
윤희원은 그럼 진작에 나가서 세현이들이 나오길 기다렸나 보다...
대단...대단하다는 말만 떠올랐다.

입구에서 그애들에게 붙잡힌 정효와 세현인 우리가 나가자 돌아다 봤다.
"나왔어....가자..."
그애들에게 다음에 보자는 모션을 취해보이며 돌아서는 세현이에게 은수가 말했다.
"저기 세현아 미안한데...오늘 나좀 바래다 주면 안될까......감기가 올것 같아...몸이 너무 않좋거든....."
세상에 아까가지 멀쩡하더니......
나와 서흰 앞에서 펼쳐지는 한편의 연극에 기가 찰 뿐이였다.
연극과를 지망해서 연기학원을 다닌다더니....정말 뛰어난 연기가 아닐 수 없었다.
"미안한데 친구들하고 같이가....우린 쟤들 하고 가야겠어...."
세현인 잘라 말하는데 이번엔 희원이 잡았다.
"쟤들은 집도 가깝잖아....굳이 바래다 주지 않아도 갈수 있지 않아...?더구나 아프지도 않은데.....전엔 잘 데려다 주더니 오늘은 왜 그러는 건데...?"
전엔 잘 데려다 주었다구.....
새로운 사실이였다.
금방 우릴 보고 당황해 하는 둘이였다.
서희도 기가 막히나 보다.....
전엔 잘 데려다 주었다구.....정말......?

"우린 그냥 갈께....아프다는데 어떻게 바래다 줘야지...첨도 아니라면서 새삼 거절하긴 그렇잖아....?"
왜 그랬을까?
작정하고 말한것 처럼 한껏 비꼬인 말투...
정말 유서린 ....내가 한 말인지...?
상황 판단이 안되는 자리였다.
내말에 서흰 조금 놀라와 하는것 같았구 은수네들도 의외라는 얼굴이였다.
당황스러워 하는 정효와 세현이의 얼굴도 보였다.
"가자 서희야....먼저 갈께...담에봐..."
돌아서는 날 향해 오면서 세현이 내팔을 잡았다.
정말 기분이 더러웠다.
이런 감정 싸움 ......유치해서 하기 싫었는데....자꾸 이렇게 만들어져 가는게 맘에 안들었다.
더구나 저애들이 내 던지는 덫에 덜컥 반응하는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정말 이게 뭐하는 짓인지.....
정효가 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니들 우릴 골탕먹이는게 재미 있나본데....장난은 이쯤에서 그만둬....정말 친구로라도 지내고 싶음....셋이니까 충분히 갈수있지...모두 한 방향이니까...?"
기분 나쁘다는 투의 정효의 말에 그애들의 얼굴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어쩜 저렇게 불쌍한 얼굴을 지을 수 있는지.....
약하디 약한 표정이라니....
셋모두 연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기였다.
"알았어....우리가 왜 니들이 골탕 먹길 바래....그런것 없어....좀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랬어....상황 판단 못한점 미안해...니들이 사귀는건 우리가 아니라 쟤들인데....미처 거기 까지 생각을 못했어...
미안해 ...."
금방 꼬릴 내리며 사과하는 윤희원의 행동에 이젠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래....오늘은 우리 끼리 갈께....기분 풀고 다음에 봐....잘가..."
정은수까지....
북치고 장구치고 ...더이상 봐줄 수가 없어 난 먼저 걸음을 뗐다.
기막혀 하는 세현이와 정효의 표정도 .....서희의 고개짓도 모두가 ...씁쓸했다.
저런애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상댈해야 하는건지....말아야 하는 건지.....
입안이 섰다.

언제 둘만 됐느지 ...서희와 정효는 언제 갔는지....보이지 않았다.
독서실과 집과의 거리는 두 정거장을 좀 지나는 거리였다.
벌서 우리 아파트가 보이는 공원까지 왔다.
세현이가 아무말 않고 있어 나도 침묵했다.
무어라고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 정말 하루도 편한 날이 아닌것 같다.
불면의 밤은 입시만으로도 벅찬데.....때 아닌 급한 시험을 맞이 한것 같았다.
예고된 시험은 준비기간이 있지만....갑자기 다가온 시험이란건 ....사람을 쉽게 당황스럽게하고 지치게 한다.
물먹은 솜 처럼 기분이 아주 업 다운되는 밤이였다.

공원으로 난 아파트 후문이 있어 그리로 들어서는데 세현이 잡았다.
"얘기좀해.....할 얘기가 있어...."
"......오늘은 하고 싶지가 않아...그냥 가....다음에 해..."
"이런맘으로 헤어지면 서로 괴로울 뿐이잖아....얘기해서 오해 풀고가...."
"....무슨 오해....? 난 그런것 없어....갑자기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기분이야.....얘긴 다음에 하자...."
"왜 그러는건데.....기분 않좋잖아...?화난것 아냐....?정말 이대로 들어가면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냐구....정말 그래 유서린...?"
소리가 좀 높아진 세현이였다.
아무렇지 않지가 아니지....더 시끄럽고 혼란스럽지....
하지만 학교에서 처럼 생각지도 않은 내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 날까봐....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본능이 먼저 움직일 까봐 ....그게 걱정이였다.....
그런데 세현인 날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이 없어보였다.
가방을 벤취에 내려 놓고 내가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교복차림이라서 인지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쓰였다.
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중 날 아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남자친구랑 공원에서 소리 높여가며 싸우는 장면이 목격되어 진다면....정말 그냥 들어가고만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걸 다 듣고 싶기도 했다.
세현이 시선이 계속 내게 머물러 있어 난 하는수 없이 그쪽으로 갔다.
가방을 무릎에 올려 놓으며 옆에가 앉았다.
세현이 잠시 날 보더니 말했다.
"이젠 ...확실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들어.....오늘 우리도 많이 황?맨構?당황스러웠어....원래 좀 형식에 어긋난다는 애들이라는 걸 알았지만....이런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야.....미안하다 ...않좋은 꼴만 보이구....뭐라 변명할 생각은 없어......"
"........?"
"어제도 그렇고 너하고 서희 앞에서 이렇게 부끄럽고 속수무책으로....정말 챙피하고 화나....못난 꼴만 보여서..."
화가 나는지 세현이 두손으로 얼굴을 세게 문지르다 감쌌다.
얼마나 기막히고 화가 나는지 알수 있었다.
그러게 행동을 조심하지.....여러곳에 감정 덜어주더니....
세현이의 사과에 마음이 좀 풀리긴 했지만.....어지러운 마음은 여전했다.
"니들 정말 ....걔들 미팅에서 만난게 전부야....?이런말 하기가 좀 그렇지만.....걔들 보통애들이 아닌것 같던데...."
"보통애들이 아니라니....?하긴....보통애들은 아니지...."
인정하는 부분이 많은지 세현인 체념적인 목소리였다.
"그애들....날라인건 알겠는데....그냥 노는 애들이 아닌거라는 생각이 들어.....좀 위험한 애들아냐...."
아까 독서실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 그렇게 말했다.
세현인 내게로 얼굴을 돌리며 물었다.
"사실....그애들 현수와 아는 애들이야.....정효도 첨에 현수 통해서 소개 받은거구......현수와도 요즘 좀 껄끄러워....."
정말 놀랄 일이지 않을수 없었다.
현수와 알고 지내는 애들이라니.....
그럼 현수가 조폭이라는 말인가....
폭주족 흉내만 내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정말이야....그럼 정은수 그애들이 사귄다는 남자친구가 현수친구들 이란말야...?"
"응....현수도 좀 곤란한 가봐....자기 친구들이 심각하게 생각하기전에 행동 처신 잘하라고 어제 전화왔었어....."
"정말 니들 각성해야해....그애들이 어떤 맘이라는 것 모르지 않았을 텐데....왜 이렇게 끌려 다닌거야....?"
"끌려다니긴.....그건 좀 심해....."
"내가 보기엔 그랬어....이해가 안가는 행동이였어....우릴 만나기로 했으면서도 그애들과 함께 있다가 오는 것도 그렇고.....우유부단한 니들 행동....."
"화 많이 났었구나.....?"
"당연한거 아냐....?무시당했는데...그럼 아무렇지도 않아야 한다든 거야 그럼.....?"
"미안해.....이제 부턴 그애들 에게 휘둘리지 않을께...."
"정신 바짝 차려야 할걸...보통내기들이 아니니까..."
"네가 옆에서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잘 붙잡아 주면 도 잘 버틸수 있을텐데....."
장난스러운 말에 내가 째리자 금방 싱글거리며 웃었다.

괜찮다고 하는데두 엘리베이터 까지 따라왔다.
엄마와 마주 칠 지도 모르는 시간대 였다.
모르는 사이는 아니지만 .....둘이 사귀는걸 아는 엄마에게 우리가 그전과는 다르게 보일 텐데......
우리집은 9층인데 세현이 5층을 눌렀다.
쳐다보는 내게 좀더 같이 있자는 간지러운 소릴 했다.
손을 잡는 세현일 보며 난 기막혀하는 웃음을 지었다.
세현인 손은 촉촉했다.
마른 나무처럼 버석거리는 내 손과는 달랐다.
손에 물기가 많은 사람은 마음이 따뜻한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세현이가 그런가 보다....
손을 잡으니까....기분이 좋았다.
계단으로 올라왔는데.....벌써 우리집 앞이였다.
손을 놔주며 세현이 말했다.
"이제부턴 집에 올때 이렇게 같이오자.....서희는 동건이에게 맡기고...넌 내가 이렇게 데려다 줄께....이편이 더 안전하잖아....그렇지..?"
세현이 말에 난 끄떡였다.
사실 같이 독서실 다니면서 ....사귀기 시작하면서 이런 부분을 늘 생각해 왔었는데....자꾸 일이 생겨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학교서도 잘 보지 못하는데.....하루종일 한번도 말을 하지 않고 보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이젠 줄이고 싶었다.
둘만의 시간을 좀 가지고 싶었다.
사귄다는 생각만 있을뿐....별로 피부로 와 닿지 않았었는데.....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았다.
세현이 벨을 눌러주고 계단으로 내려 갔다.
은연중에 우리엄마의 귀가 시간을 염두에 두고 있었나 보다.
세현이의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얘기하고 헤어지길 잘한것 같았다.

5월이 오면서 중간고사가 발표났다.
그전에 모의 고사가 한번 있었지만......
한달을 채운뒤 그만 다닐것 같았던 정은수들이 다시 나오고 있었다.
이젠 자신들에게 좀 다른 태도를 취하는 세현이들의 행동에 그만 나올줄 알았는데....여전히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우리에 대한 태도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달라지길 바라진 않았지만....변함 없는 모습도 생각지 못했던 행동양식이였다.

저녁이였다.
유린언니가 지나는 길에 들렀다며 내가 좋아하는 초밥을 전해 주고 갔다.
맛있는 미소국도 있는 두명분이였다.
아르바이트비 받았다며 용돈도 3만원이나 주고 갔다.
요즘엔 아예 예비 스타들의 보조 코디를 하고 있었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너무 행복하다는 언니였다.
언닐 자주 못 보는 윤석오빠의 얼굴엔 기미가 보인다며 동건이 전해준 말이 생각났다.
초밥을 들고 옥상으로 갔다.
동건이에게 서희가 문자를 보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함께 먹기로 했다.
편의점으로 가기위해 계단을 내려오는데 부딛치고 싶지 않은 정은수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냥 지나치려는 우리에게 윤희원이 말을 걸었다.
"니들은 한가해 보인다....다른 애들은 시험때문에 힘들어 하던데....아주 여유네...아님 자폭한건가.....?"
자기들끼리 낄낄 거리고 웃었다.
정말....저러고 싶을까....
대꾸할 생각도 없어 내려 오는데 이번엔 길목을 막고 섰다.
"야 아무리 싫어도 아는척은 하고 살자....생판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더구나 너희 우리하고 친한 동건이들의 친구잖아....그럼 우리하고도 친구아니니....?"
"찬바람이 확 불잖아...어디 옆에 가고 싶겠어....?"
정은수의 말에 고명진이 맞장구 쳤다.
"비켜 줄래....할 말이 없다면..."
계단이 막혀 있어 양해를 구하는 날보며 정은수가 입술 한 쪽 끝을 올리며 말했다.
"정말 궁굼해서 그러는데 ....하나만 물어보자...."
".......?"
"너 ....네가 정말 윤세현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거야...?그 얼굴로...?"
정말 기가막혔다.
서희가 흥분이 되는지 얼굴이 금방 붉게 상기되었다.
"용기가 대단한건지....아님 시력이 나빠서 자신이 어떤 형태로 생겼는지 자각을 못하고 있어서 인지....세현이가 불쌍하지도 않아...?나같으면 진작 분수을 알고 물러났을 텐데.....안그러니 얘들아...?"
"맞는 말이지.....그런건 얘들을 위해서도 우리가 친절히 말해주어야 한다니까...."
"비켜달라구 했는데 ..안들리니...?"
내 말에 정은수와 고명진이 더 비웃었다.
약간 공간을 만들어주며 고명진이 한소리 더했다.
"차이는 아픔을 맛보겠다면 할 수 없지뭐.....불쌍하지만...."
끝까지 인내하며 나섰다.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말 같지 않은 ...파편들.....

편의점엔 셋이 벌써 컵라면을 시켜놓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동건이 나무 젓가락을 건네며 물었다.
내표정을 보던 서흰 아무일도 아니라고 했다.
초밥은 생각보다 많았다.
한 4인분은 되는것 같았다.
언니가 세현이들도 생각한것 같았다.
초밥에 라면 국물도 괜찮은것 같았다.
서희가 가끔 내 기분을 신경쓰고 있는것 같았지만......시선을 주지않자 곧 눈길을 거두었다.
맘에 담아두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애들이 그런 식으로 부딪쳐온다면...상황에 따라 맞대응 할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생겼다.
몇번 무시당하면서 생겨난 오기인지....
암튼.....반응를 보이면 더 좋아할 거라는 걸 안 이상 그렇게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시쯤에 독서실에서 나왔다.
입구에서 세현일 만났다.
동건이와 서흰 먼저 간다며 가고 우리 둘만 남았다.
이젠 일상화가 된 손잡고 걷기였다.
둘만 있게되면 세현이 어느새 손을 뻗어왔다.
세현이에게 깍지가 껴진체로 잡힌 손에 어느때 부터인가 내 손도 젖어 있었다.
세현이의 촉촉함이 내게 전이되어져 온 것인지.....

"공분 잘되가...?"
공원을 들어서며 세현이 물었다.
"이젠 벼락치긴 아니잖아...늘 모의고사며 월레고사가 있으니까 일년이 시험이잖아....그렇게 생각하니까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
"도 닦은 것 처럼 말하네.....우린 과외 시작했어.....화,목...너흰 정말 안할거야...지금도 늦지 않았는데....."
"서희가 힘들다잖아....나도 별로 내키지 않구...더구나 윤석오빠완 좀 그렇잖아....."
"하긴.....윤석이형 요즘 말이 아닌가봐.....일주일에 한번 만나기도 힘든가봐.....유린누나 많이 바쁜가봐....."
"요번에 음반내는 신인그룹의 코디를 맡았나봐....의욕만땅이야...집에도 가끔 안들어와....아빠와 엄마가 그것땜에 한바탕 하기 까지 했었거든....하지만 어떻게 자기 미래를 위한 일인데....칭찬해줘야지....난 사실 우리언니 라서가 아니라 정말 칭찬해주고 싶어....부럽기도 하고...멋지잖아....자기 발전을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는 모습이...보기좋잖아..."
"하지만 한창인 남자친구에겐 그것만한 고문은 없는것 같아..."
"고문이라니.....무슨...?"
"보고 싶을때 보지 못하는게 얼마나 큰 고문인데....더구나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일 땐 더 하지..."
"윤석오빠도 과외 여러게 뛰어서 바쁘지 않아..?아침엔 공익근무도 서고...피곤해서 언제 언닐 만난다는 거야....?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것도 힘들텐데...?"
"우리가 희생양이 된거잖아... 남아도는 시간 뗌방하려고 우릴 과외 시키겠다는 것 아냐.....몰랐던 거야...?"
웃음이 나왔다.
귀여운 윤석오빠.....이정도로 궁했다니...
언닐 보면 전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처음 사귈때 언니가 먼저 대쉬한걸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가 그 잘나가던 윤석오빠가 언니에게 찬밥 신세를 당하고 있는지....웃음이 났다.
것도 얼마나 심각하면 매일 얘들들 붙잡고 신세한탄을 하다니...

"예전에 우리 형하고 잠깐 사귈때도 우리 형 꼼짝 못하게 하더니....윤석이 형에게 우리형이 요새 압력 넣는다니까....감당못하겠으면 넘기라구....."
정말 웃겼다.
나와 마찬가지로 세현이 형인 기현오빠와 유린언니도 초등학교서 부터 고교까지 동창이였다.
지금도 가끔 동창모임에서 만나곤 하는것 같았다.
중학3학년 때 둘이 잠깐 사귀었는데....한 외모 하는 기현오빠에겐 따르던 여자들이 너무 많았고....바람 기질이 다분했던 오빤 결국엔 언니에게 차였다.
나중에 후회를 많이 했지만.....언니의 맘을 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근데 아직까지 언니에게 미련이 있다니....정말 놀라운 사실이였다.
언니의 마력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세현일 내 옆에 딱 붙여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너무 늦어져 가고 있어 그만 일어나자고 했다.
언니에겐 윤석이 오빠얘길 해줘야 겠다는 말도 했다.
세현이 제발 부탁한다고 까지 했다.
후문으로 들어가려고 공원을 가로 질렀다.입구에서 세현이 잠깐 하며 팔을 잡았다.
벤취에 앉으며 잡았던 손을 놓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입구 안으로 끌며 세현이 말했다.
"우리 입맞춤 한지 꽤 오래 되었는데.....허락하십니까.....?"
정말.....갑자기......가슴이 두근거렸다.
물어보고 하는건 더 어색하고 ....더 부끄러웠다.
그냥 물흐르듯이 분위기 타서 하면 되는거지......얜..
순간 내가 눈을 감았나.....
세현이 한 팔이 머리뒤로 돌려지는걸 느꼈다.
눈을 감아야 하는구나 .....떨리는 마음의 심장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새어나가지 않도록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때였다.
입술이 마주친것 같았는데.....이젠 떼어야할 시간이 지난것 같은데....세현이 입술이 아직 내 입술 위에 있었다.
왜...이러는 거지.....순간의 떨림이 있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갑지가 세현이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언제 내 입술을 열었을까.....?
들어와놓고는 당황하는듯한 혀놀림....가만히 그냥 가만히 있는 거였다.
나보고 어떡하라구....
빼라고 할수 도 없고.....양치질도 하지않았는데...
자꾸 뒷 걸음 치려는 날 세현인 잡아 안았다.
혀은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머리뒤로 둘렀던 손을 등으로 내려 날 안고만 있었다.
이게 혹시 전에 경화가 말하던 딥키스..?
혀가 조금씩 내 입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것도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그렇게 세현인 내게 강한 충격을 주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렀을까.....
세현이 입을 띄었다.
숨이 막혀서 였다.
나도 .세현이도....
정말 믿기지 않는 순간이였다.
얼굴의 빨갛게 상기된체 우린 등을 돌리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책에서만 보아왔던 일이 내게 일어나다니.....
놀라운 충격이였고 경험이였다.
세현이의 얼굴을 마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세현이도 날 쳐다볼 용기가 없는것 같았다.
얼굴을 붉힌체 내게 '잘가'란 말만 던지곤 입구로 사라졌으니까...

밤새 내내 잠을 못잤다.
양치질을 두번이나 하고 거기다가 가그린 까지 했는데도 세현이의 향이 입안에 남아 있는것 같았다.
불결하고 더럽다는 느낌이 나는건 아니지만....다른 사람의 혀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날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정말 딥키스인가..?
아무런 느낌도 없는데.....좋은건지....싫은건지....알수 없는데...
그냥 놀람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