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너무 안오자 이번엔 경화가 정효에게 문자메세지를 날렸다.
문자 메세지 답도 오지 않아 우린 좀 기분이 저조해져 있었다.
시켰던 라면이 나왔고 내키지 않은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데 경화가 생각난다는 얼굴로 말했다.
"혹시 너희 독서실에 우리학교 애들 안다니니...?같은 3학년인데..."
"너희 학교애들...?"
서희의 대답에 경환 우릴 봤다.
그랬다.
경화가 바로 서진여고에 다니고 있었다.
아까본 윤희원이나 정은수,고명진.....그애들이 모두 경화랑 같은 학교였다.
"어떻게 ....너랑 아는 애들이니..?"
궁굼해하며 서희가 물었다.
"알다마다...걔들 우리학교 미인방들 이거든.....잘나가는 날라리들이구....정효랑 나랑 사귀는것 알고 얼마나 밥맛 없어하든지....정말 웃기지도 않아..."
"그게 무슨말야...?너 걔들하고 사이 않좋아....?"
"당연하지....내가 우리학교 규율부아니니...?그애들 3인방의 이름으로 규율수첩을 도배하다시피 했거든....내게 보란 듯이 복수 해 보이겠다며....정효를 어떻게든 꼬신다나....요즘 아주 잘 되간다며 대놓고 날 무시해......"
"....걔들 ....참 여유다....고3인데....."
"여유롭지 걔들은 이미 미래가 결정된애들이니까..."
"무슨 말야...?"
"셋모두 취업반이거든....정은수 걘 예대 연극과 간다며 연기학원 다녀...둘은 잘 모르지만....암튼 걔들 셋 인정하긴 싫지만 예쁘긴 하잖아....가끔 정말 불안하다니까......정말 정효가 넘어간건 아닌가 싶어서....그래서 이렇게 시간내서 만나러 왔는데....이게 뭐니...?나오지도 않구.....이럴땐 정말 나혼자 열 내는것 아닌가 싶다니까.."
경화의 말에 나와 서흰 정말 많이 놀랐다.
우리만 무시하고 다닌게 아니였다는 말도 그렇지만....정효가 꼬임에 넘어 갔을 까봐 불안하다는 경화의 말엔 우리도 ....순간 같은 맘이 들었다.
걔들이 우리처럼 입시에 쫓기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점도 걸렸다.
그래서 매일 독서실 자리가 비어 있었던 거구나....
지금도 함께 있구.....정말 온다더니....왜 여직인지...
아까 지나치는 우릴 보며 조소하는 듯한 정은수의 웃음이 생각났다.
우리가 그러고 있는데 경화가 물었다.
"니들은 만나면 스킨쉽 어디까지 허용해.....?"
뭐..?스킨쉽....?
경화의 질문에 나와 서흰 놀랐다.
스킨쉽이라니....?더구나 어디까지 라니...?
얼떠하는 나와 서흴 보며 경환 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였다.
"너희 ...전혀 안하는 거야...그럼...?"
"........?"
"서린이와 세현인 서로 사귀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다 치고....서희넌 공백기간이 있었어도 동건이와 사귄지 꽤 됐는데....아직 아무런 스킨쉽도 없었단 말야....?"
얘기의 화살이 자기에게 오자 서흰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나와 서흰 다른얘긴 다 해도 이런 류의 얘긴 잘 하지 않았다.
내가 물어본적이 없어서인지도 모르지만....서희도 물어온적 없었다.
우리둘이 그렇게 넋 놓고 있자 경화가 무슨 결심을 한듯 우리에게 말했다.
너무나 놀라운얘길...
"난 정효랑 딥키스 까지 해봤어....전엔 한번 가슴만지는 거 허락한적도 있고.....암튼 걔도 그렇고 나도 사귀는게 첨은 아니니까...그런쪽엔....어색하지 않아....더구나 요즘 처럼 입시에 매달릴땐 가끔씩 그게 활력소가 될 때도 있어.....정횬 키스 정말 잘하거든...."
정말 놀라운 얘기였다.
어떻게 키스며...더구나 깊은 딥키스....거기다 가슴까지...
삼켰던 라면이 모두 튀어 나올 만큼 충격적인 얘기였다.
우리가 그렇게 너무 놀라 경직되어 있는데 문이 열리고 정효네들이 들어왔다.
인상쓰며 째리는 경화에게 정횬 정말 미안해 하는 얼굴이였다.
앉으면서 우리와 같은 라면을 시키곤 세현이와 동건인 마치 숨을 멈추고 있는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우릴 봤다.
우리의 반응에 경환 재미있어 했다.
킥킥거리며 웃는 경활 보며 정효가 무슨 얘기했냐며 물었고 경환 비밀 이라고 했다.
난 정효를 한번 쳐다봤다.
갑자기 정효의 입술이......점점 커져 보였다.
순진해 보이는 얼굴인데.....어떻게 저런 얼굴로 ....그런 짓을 ...
서희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정횰 나처럼 보고 있었다.
"니들 ...왜그래...?나만 늦게 온게 아닌데...."
우리의 시선이 늦게 와서 탓하는 것 처럼 보였는지 정횬 좀 억울하다는 얼굴이였다.
경환 정신못차리는 우리에게 손사래를 했다.
겨우 그 충격에서 벗어난 나와 서흰 늦게온 동건이와 세현이에게 아무런 불평도 못하고 불어 터진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시켰던 라면이 나오자 세현인 자기걸 내게 내밀었다.
"나 별로 생각 없거든.....다 불은것 먹지 말고 이거 너 먹어..."
"됐어.....나도 다 먹었어..."
경화의 말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커서 배 고프던 느낌이 없어져 버렸다.
시원한 보리차만 한 잔더 마셨다.
왜인진....목이 탔다.
자기가 늦게 와서 내기분이 않좋다고 느끼는지 세현인 더 권하지 않았다.
서희도 몇번 젓가락질 하다가 놓았다.
아까 서희가 놀라는 것 보니까...서희도 동건이와 스킨쉽이 거의 없나 보다.
우리처럼 입맞춤이나 하는 뽀뽀가 전부인걸까...?
문득 궁굼해졌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서희가 '왜'하는 얼굴을 지었다.
난 금방 시선을 다른데로 돌려 버렸다.
저녁을 먹고 정횬 경화 데려다 준다며 먼저 갔다.
둘의 뒷 모습을 보면서 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둘이 있으면 그런 행동을 할까.....?
왠지 내가 저속해져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했다.
괜한 호기심에 기분이.....챙피해지는 기분이였다.
동건이 편의점에 가서 커피라도 마시자고 해서 그리로 갔다.
원두커피의 향이 너무 좋았다.
맛도 그만이구.....
커피를 한모금 마신뒤 내가 말했다.
"니들 아까 너무한거 알지....?경화가 일부러 만나러 왔는데....30분씩이나 늦고....뭐한거야...?"
"뭐하긴.....그냥 얘기하다가 늦은거야..."
"중요한 얘기였어..?바쁜 우릴 기다리게 할 만큼이나...?"
"화 많이 났었구나...."
내 머릴 아무렇지도 않게 쓰다듬으며 얼버무리려는 세현이의 행동에 난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다.
머리 헝클어 지게 왜 매번 내가 강아지도 아닌데......
손을 치우는 내 행동에 세현이 좀 당황한것 같았다.
동건이도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괜히 어색한 분위기.....
"너희 ...아까 걔들하고 잘 알아...?"
이번엔 서희가 물었다.
다 마신 빈 종이컵을 휴지통으로 던지며....
"...잘 알긴....작년에 정효 주선으로 미팅을 한적이 있었는데....어떻게 된건지 여기 다니네.....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아는척 하는데 어떡하냐 그럼....할수 없지...."
동건이 말에 서희가 잠시 날 봤다.
"정효가 주선한 미팅이라구....그애들 셋다 ....그 미팅에 나온거야..?"
"응....것도 우리들 파트너 였다구...."
"...몇번 만나구 했나보지...친해보이던데....?"
"...좀....만나긴 했지....연락안하면....끝날줄 알았는데....좀 힘들어..."
세현이의 마지막 말이 우리 머릴 쳤다.
"힘들다니...?뭐가...?"
'걔들이 너무 예뻐서..?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간신히 참았다.
내 물음에 세현이 말했다.
"걔들 연애 도산가봐....아주 베태랑이야....알아듣게 말한것 같은데도 듣다 보면 걔들 페이스에 말려들어가고 있는거야....."
"어떤식인데...?"
"글쎄....암튼 우린 사귀는 여자친구들이 있다고 했는데도.....마치 그런 우리들이 웃긴다는듯이 그게뭐..?우리가 언제 니들 보고 사귀자니...?그냥 친구로 지내자는거지...우리도 따로 사귀는 남자애들 있어... 하면서 넘기는 거야...같은 독서실 다니고 예전에 몇번 만난적이 있었고 좋게 다시 만났는데 여자 친구있다고 자기들하고 말도 못하겠다는 식의 우리들의 행동이 우습다는 거야.....참 대단들 하지..?"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여자 친구 있는것 다 안다.....그래서 그냥 친구로 알고 지내자...
자기들도 따로 만나는 남자친구는 있다.....정말 말이되는 얘기였다.
세현이 말에 나와 서흰 반박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세현이 말대로 걔들은 연애 박산가 보다.
자신들의 출중한 외모에 자신감까지...거기다 뛰어난 언변술까지....
계속 이런식으로 접근을 하다보면 그애들의 말 솜씨나 외모에 세현이들이 넘어가는 건 식은죽 먹기일 거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경화가 느끼는 위기의식이 피부로 와 닿기 시작했다.
서희도 그런지 기분이 별로 않좋아 보였다.
커피를 다 먹고 옥상에서 얘기좀 더 하자는 동건이의 말을 뒤로 하고 나와 서흰 독서실로 향했다.
화가 안 풀려서 그런줄 알고 둘은 다시는 약속시간에 늦지 않겠다며 용서을 구했지만...왠지....더 같이 있고픈 생각이 없었다.
사고회로에 문제점이 생겨서 우린 생각을 하고 싶었다.
11시쯤 바래다 준다며 세현이 만나자고 했지만 서희와 갈거라구 했다.
내말에 동건이의 '엇' 하는 표정이 보였지만 서희가 내 말에 동의를 하는듯 아무 대답이 없자 금방 표정이 굳어졌다.
아쉬워 하는 둘을 뒤로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요즘 잘 만나기 힘들었는데.....
둘만 있기도 힘든요즘이였는데......오늘같은 날이 자주 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저녁 먹자는 말에 반가왔는데....경화의 얘기나 아까 나눈 세현이들의 말이 머리속에서 박혀서 쉽게 떠나지 않고 있었다.
들어가는 길에 지나쳐야 하는 정은수 자리에 그애가 앉아 있었다.
지나가려는 내게 정은수가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내가 아닌 옆의 고명진에게 하는 말투로...
"너무 늦게 잡고 있었던건 아니였나 몰라...."
"아닐껄....걔들 별로 안가고 싶어 했잖아....더구나 세현인 은수 네가 싸온 김밥 맛있게 먹고 갔잖아...배도 안 고팠을껄..."
그랬었군....윤세현....그래서 배가 안고팠군....
정말 아이러니 했다.
세현이에게 배신감도 느껴지고....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말하는 저 둘의 대화도 그렇고....
경화말대로 사람을 면전에 세워두고 없는 것처럼 무시하는게 보통들이 아닌것 같았다.
왜 인지 주먹에 힘이 들어 갔다.
한 방 갈기고 싶다는 충동이 내안에서 일어났다.
폭력적인걸 혐오하는 내게 .....이런 감정이 있었다니...순간적으로 당황하며 쥐었던 주먹을 펴고 뛰는 마음을 가라 앉히려 애쓰며 자리로 갔다.
세현인 정말 김밥을 먹었던 걸까...?
우리와 저녁을 먹기로 했으면서...?
아님...피할 수 없는 상황이여서 일까....?
둘러치길 잘 하는 교묘한 말에.....그래서 먹고 온걸까...?
날 생각해서 그런건줄 알고 고마와 했는데...그게 아니였다니...
순간적으로 비참해지는 기분이였다.
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기분이였다.
더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어 가방을 챙겼다.
지금 내가 일어서면 정은수나 고명진이 너무나 좋아 할 거란걸 알고 있었지만......진정이 안되는 가슴과 머리를 안고 태연한 척 할 수 있을 만큼의 자신은 내게 없었다.
내가 가방을 챙기는 걸 보고 서희도 가방을 샀다.
서희도 나와 마찬가지의 기분인가보다.
둘의 얘기는 못들었겠지만......암튼 난 아주 기분이 썼다.
입안에 남아 있던 커피맛이 .....쓸개라도 씹은듯이 썼다.
기분도 아주.....암튼 처참하게 깨진 기분이였다.
둘을 지나쳐 비켜 나오는데 둘의 웃음 소리가 들린듯 했다.
머리를 흔들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였다.
지금까지 주위의 애들의 소릴 무신경하게 넘겨 버린게 후회가 되는 기분이였다.
이건 정말 심각한거였다.
여자 친구가 있다는 말을 듣고도......사귀는 상대가 우리라는 걸 알고서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애들의 안목도 무시하면서...접근한다는게 보통 뻔뻔한 게 아니였다.
정말 센 상대를 만난거다.
강주희와는 상대도 안되는...
거기다가 세현이들이 흔들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도 그러지 않던가.....무슨 말을 해도 안 통할 것 처럼 상황을 만들어 간다고.....그런쪽엔 아주 박사라고....속이 상했다.
무심코 지나가는데 누가 던진 돌에 머리를 정면으로 맞은 듯한 기분.
하소연도 못하고 억울한 심정 안고 가야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와서도 서희와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서희도 충격이 큰 듯 헤어질 때 까지 아무말 않했다.
서로 침묵하며 걷다가 헤어졌다.
오늘밤은 생각이 많은 밤이 될 것 같았다.
자꾸 내 등뒤에서 정은수와 고명진이 날 깔보며 웃는것 같은 소리가 귀에로 까지 들려 오는 듯 해서 속이 상했다.
정말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기분이였다.
도와 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세현인 보고도 못본척하며 그애들의 얘기에 귀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 빠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무 완벽한 외모에.....남자애들의 마음을 잡아당기는 말에....
가슴이 조여왔다.
이러다가 어느 순간 펑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순간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고3인데...학교에 가면 매일 칠판에 앞으로 며칠....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전부 시험에 관계되는 얘기들 뿐이고....매일 듣는 시험얘기...그것도 골치 아파 안들으려고 하는 판에....연애문제라니...정말 화나고 짜증나고 ....이런 생각하고 있는 지금도 내가 미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만 생각해도 벅차서 머리가 깨질것 같은데....이런 작은 내머릴 또 다른 고민으로 가득차게 하다니....정말 미칠것 만 같았다.
세현이가 정말 김밥을 먹어서 라면을 안먹은 걸까...?
아까보니까....정은수 손에 아무것도 안든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정말 신경쓰였다.
화가 나기도 했다.
당장 세현일 불러내 물어보고 싶었다.
점점 내 자신이 추해져 가고 있는것 같은 생각도 들고....암튼
미치기 일보 직전의 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