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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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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BY yks1121 2002-12-01

세현이와 헤어져 와서 곧장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집에 있던 혜린언니가 건네주는 모과 포푸리 주머니를 탕속에 담그고 물을 뜨겁게 틀었다.
모과향이 욕실에 가득 퍼졌다.
집에서 만들어서 인지 다른 포푸리 향보다 강했다.
향긋한 향이 나는 욕조에 얼굴만 남기고 목까지 깊게 담갔다.
거실에서 혜린언니가 틀어논 조지 윈스턴의 겨울이 여기 까지 들렸다.
크게도 틀어 놓은 것 같다.
내게 들리라고 볼륨을 올렸겠지......
사실난 조지윈스턴은 별룬데....

세현이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남았다.
머리에 맞은 멍이 가슴에 까지 내려오지 않게 해달라던...
금방 가슴이 뜨거워 지더니 눈가로 전이되어졌나 보다.
감은 눈 사이로 따뜻한 온기의 물이 새어 나왔다.
아까도 한참을 울었는데.....
내 안의 모든 물기를 다 짜버릴려면....얼마나 더 가슴이 아파야 하는걸까....?
내 얼굴이 심상치 않아 보였는지 혜린언닌 아직도 거실에 있었다.
약국을 나가는 엄마대신 큰언니인 혜린 언니가 엄마역활을 해왔다.
나와 6살 터울이지만.....마치 형제가 여러명인 집안의 첫째와막내처럼 차이가 많이 나는 것 처럼 언닌 내게 엄마처럼 굴었다.
예전엔 그런게 많이 의지가 되어 엄마보다 더 따르고 했는데....이제 나도 어느 정도 커서인지...가끔 엄마보다더 언닐 대하는게 더 부담이되곤했다.
가운데 낀 유린언닌 그런 우리둘 사일 아주 질투하면서 방해 공작을 펴지만 나에 대한 혜린언니의 사랑은 철통수비라서 엄마도 함부러 끼여들지 못했다.
내 피부가 우유빛인건 순전히 혜린 언니 탓이기도 했다.
대학에서 영양학과를 공부한 언닌 칼로리 계산까지 해가며 날 먹여주었고 생과일 팩과 한방팩......내가 꺼리는 요구르트,요플레 팩 등등...아주 다양한 팩을 많이 해주었다.
엄마와 유린언니의 야유에도 아랑곳 않고 전신 우유팩도 해주곤 했다.
유린 언닌 갖은 아양과 애교를 떨어야 가끔 해주는 혜린언니 였다.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얼굴과 딱 떨어지는 우아공주인데 유린 언니와만 있으면 독버섯을 씹은 표독 자매가 되었다.
웃음이 끊기지 않은 대화 경쟁......유린언닌 그 모습이 진짜 혜린언니 참 모습이라고 하지만 혜린언닌 유린 언니와 몇분만 같이 있다보면 아마 아무리 착하고 고운 사람도 자기처럼 독버섯이 된다고 했다.

탕에서 나오자 언니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건넸다.
저녁을 안 먹은걸 알고 데웠나 보다.
드라이까지 가져다 놓고 날 기다리고 있는 언니의 배려에 ....오늘은 마음이 좀 무거웠다.
그냥 들어가서 혼자 있고 싶은데.......
언제 들어왔는지 귤을 소반 가득히 담아 가져와서 까먹고 있는 유린언니가 보였다.
나와 혜린 언니를 번갈아 보면서 빈정거렸다.
"왜 ...아직 시작안해....?공주와 그의 늙은 하녀....영화 필름 돌아가잖아...내가 큐 사인 보내줄까...?"
머릴 아무렇게나 묶어 올린 유린 언니의말에 나와 혜린언닌 웃었다.
매번 우릴 보고 놀리며 질투하는 언니가 불쌍했다.
우리가 자길 보고 웃자 유린언닌 들고 있던 귤 껍질을 우리에게 던졌다.
혜린언니가 금방 발끈했다.
"야...너....내가 여기 치우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즐 알아....?이거 네가 다치워....알았어...?"
혜린언니의 말에 유린언니가 장난 이였다.
"왜에....난 공주의 언니인데....하녀인 당신이 치워야지......"
"저게 정말......유유린 너 오늘 귤탕 한번 당해볼래....?"
"그거 좋은거야.....안그래도 몸이 근질 거렸는데...옷 벗고 씻고 나올테니까 .....서린이 끝나면 나좀 해줘요...사랑하는 언니..."
"저.....저게 진짜....!"
유린언닌 정말 씻으려 갈 참인지 옷을 벗고 있었다.
난 두 언니의 재롱에 웃음을 지으며 내방으로 향했다.
내 멀릴 다 말려준 뒤라서 언닌 드라이를 치웠다.
날 향해 시선을 주는것 같았는데 내가 반응 않자....혜린언닌 정말 유린언니 귤 맛사지를 해줄 모양인지...소반에 떨어진 귤 껍질을 주워 담고 있었다.
착하고 착한 우리 큰 언니......

안단테의 음악을 걸고 침대에 누웠다.
목욕가운을 벗어야 하는데 물기가 다 말라서 인지 그리 차갑지 않아 그냥 입고 누웠다.
열려진 틈 새로 보이는 무릎에 생체기가 보였다.
며칠전에 저녁먹고 나오면서 오토바이와 살짝 부딪치면서 다친 곳이였다.
뒤에서 계산을 하고 나오던 세현인 내 옆에 있으면서 잡아주지도 않고 뭐했냐며 애꿎은 정효에게 야단이였다.
서흰 정효가 무슨 잘못이라며 그만좀 하라고 야단이고.....동건인 그런 우리들이 챙피하다면서 혼자 정류장으로 뛰어가고....암튼 야단법썩이였다.
그땐 사귀기 전이였는데.....
날 제일 많이 놀려먹으면서도 제일 많이 챙겨주는게 세현이였다.
그런 세현이에게 상처를 준게 가슴이 아팠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눈가가 뜨거워졌다.
내일 아침이 걱정이되었다.
퉁퉁 부은 눈 두덩이을 보고 또 모두에게 잔소릴 들을것을 생각하니....마음이 심란했다.
거실로 나와 냉동고에서 아이스안대를 꺼내왔다.
방으로 들어갔는지 둘은 보이지 않았다.
벽시계가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엄마가 돌아오실 시간이였다.
방으로 들어와서 볼륨을 낮추고 불을 껐다.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