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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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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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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BY yks1121 2002-11-30

비디오 방에서 나와 우린 이른 저녁을 먹으려 일식집 '다래성'에 들어갔다.
세현이 여기 초밥이 맛있다고 권했다.
비디오방 비용을 전부 세현이 대서 저녁은 내가 사겠다고 했지만 다음에 만날 때 부터 그러라고 했다.

연한 일본식 된장국 미소국이 다른데완 달리 구수하고 맛있었다.
초밥을 좋아해서 여러군데에서 많이 먹어 봤는데.....집 근처이면서도 여긴 첨이였다.
예전 독서실 다닐 때 정효가 몇번 초밥을 사와 옥상에서 같이 먹곤 했는데...그게 여기 초밥인가 보다.
미소국 맛도 그렇고 맛이 깔끔한게.....아주 좋았다.
천천히 씹는 내 입질에 보조를 맞추어 주면서 세현이 말했다.
"너하고 이렇게 둘이 있으니까....정말 감동이다...유서린..."
씹던 밥알이 모두 제자리에 정렬했다.
평소의 세현인 저렇지 않은데.....
오늘 보니 쿨 왕자가 아닌 버터 왕자가 된 것 같았다.
여자애들 만나면 이런식의 부드러운 말로 꼬시는 걸까?
그래서 학교에서 세현일 바람이라고 불리는 걸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말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게 세현이 다시 말했다.
"락교 모자르면 더 시켜줄까..?"
단무지는 그대로 두고 락교만 다 먹었다.
새콤달콤한게 입맛에 딱이였다.
세현인 서빙보는 언니에게 락교를 더 주문했다.
세현인 벌써 다 먹었다.
다른데완 달리 보리차가 아닌 결명자차 였다.
주인의 세심한 배려가 맘에 와 닿는 가게였다.
다먹고 나가면서 계산을 하는데 카운터의 아주머니가 세현이에게 아는척을 했다.
"여자친구...?"
"네....아주 귀엽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세현이 탓에 내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전에 말하던 초밥여인이야...? 세끼를 다 초밥으로 채울 만큼 초밥 좋아한다던 ....?"
"네....생긴거와 먹는거랑 딱 떨어지잖아요....인제 여기 알았으니까 아마 자주 올거예요..."
"그래주면 난 좋지....."
날보며 답하는 아주머니에게 난 멋적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문을 열고 나서며 세현이 말했다.
"얜 단무지 보다 락굘 좋아하니까 특별 서비스 해주세요...아셨죠..?"
"그럼 그래야지....다음에 꼭 다시 들러줘요...."
내게 인사건네는 아주머니에게 고갤 끄떡여 보이곤 문을 나섰다.
어디서 저렇게 귀여운 말이 나오는지....
밖으로 나오자 마자 다시 내 손을 잡아 자기 주머니에 넣는 세현일 보며 이젠 훈훈한 따스함을 느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
마치 오래전부터 둘만 사귀어온것 같은 그런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괜히 어색할거라는 나의 기우는 사라졌다.
세현이 자연스럽게 이끄는 방식이 맘에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거완 많이 다르지만....새로운 모습으로 비춰지는 세현이가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저녁이였다.

일요일에 서희네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아침에 서희가 자기가 내게 만찬초대를 하겠다며 부른거였다.
귀부인 차림으로 오라는 통고도 했었지만 ....난 그냥 작은언니 에게서 칠부 골덴 스커트만 빌려 입고 갔다.
서희가 말한 만찬은 우습게도 신김칠 넣고 버무린 비빔국수 였다.
두 남매인 서희네 집엔 오빠도 있었다.
재수생인 서희 오빤 수능을 앞두고 한창 열심이였다.
서희가 버무린 국수는 매콤한게 일품이였다.
국수초대 면서 무슨 귀부인 차림이냐는 내 말에 서흰 말했다.
"이건 ....주 메뉴이긴 하지만 .....다음에 나올 거에 비하면....음 에피타이저에 해당하지...."
"뭘 거창한걸 준비했길래....그러냐....?"
구수한 보리차를 마시며 서희 오빠 선규가 물었다.
서흰 오빠의 말에 대답도 않고 다 먹었으면 들어가라고 오빨 주방에서 내보냈다.
오빠가 나간뒤 서흰 냉장고에서 예쁘장한 유리병을 꺼냈는데.....갈색의 꿀처럼 생긴 것이 들어있었다.
테디베어가 그려져 있는 범랑 주전자에 물을 담아 가스렌지에 올리고 예쁜 파랑과 핑크의 손잡이가 붙어있는 투명한 유리잔을 꺼내더니..아까의 꿀처럼 생긴 액체를 두 스푼씩 각각의 유리잔에 덜었다.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내게 미솔 띄우며 이번엔 설탕을 반 스푼씩 유리잔에 넣었다.
끓는 물을 유리잔에 붓자 갈색의 액체가 연한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너무도 예쁜 핑크색......
내가 놀라와 하자 서흰 만족스런 웃음를 지었다.
"오미자차야.....어제 버섯동자에 가서 좀 얻었지....너 이거 좋아하잖아...맞지....?"
서희의 말에 난 황홀해 하는 얼굴로 고갤 끄떡였다.
쟁반에 차를 받쳐 우린 장소를 서희 방으로 옮겼다.
퀼트에 관심이 많은 서희의 방엔 여기저기가 아가자기한 퀼트작품이 자기 자릴 잡고 있었다.
침대위의 테디베어 인형이며 침대 밑의 허브화분의 깔개...사계절 달력...폭신폭신한 테디베어 쿠션과 방석.....테디베어 주머니 가방 등등 볼만한게 아주 많은 방이였다.
십자수액자도 서희가 애지중지 하는 작품이다.
마치 갤러리에 들어 온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이렇게 방으로 들어오니 정말 귀부인의 런치타임 같았다.
오미자차의 핑크빛의 새콤함이 입안가득 들어오자 마음이 상큼함 으로 물들어 가는 것 같았다.
침대 한곳에 자리한 날 보고 서희가 물었다.
"상황 보고 해야지.....어제 데이트 말야...."
"뭘.....보고해...."
시침떼는 날 보며 서희가 곱지 않은 눈으로 날 흘겼다.
"좋은 기분일 때 불면 이따 집에 갈때 오미자차 나눠줄거구...계속 튕기면 지금 먹는것도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도록....알지..?"
웃음이 났다.
"어서 얘기해봐.....볼륨 최대로 업그레이드 시켜놓고 있으니까..."
서희의 얘기에 난 웃음을 머금고 어제의 데이트에 대해서 얘길 들려주었다.
내 얘기 중간중간 서흰 '어머''정말''세상에'를 여러번 말했다.
얘기가 다 끝나자 서흰 놀라워도 했고 나중엔 부럽다는 말을 했다.
"세현이가 너 많이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 일줄은 몰랐어...생각밖이야...그동안 걔 내색은 않해도 혼자 맘 고생 많았겠다얘.....암튼 쿨한줄 알았던 윤세현이 그렇게 부드러운 밀키보이 였다니....보고 싶어 지는데...너희 둘 함께 있는 모습......"
서흰 정말 부러운듯 .....입가에 정을 담고 있었다.
동건이와 사귀고 있는 중이라면 함께 더불 데이트를 할 수 있을텐데....그런 생각이 들었다.
좀 씁쓸해 지는 기분이였다.
둘도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였는데......

서희네서 5시쯤 나왔다.
집에 가기전에 서점에 들러서 원태연의 시집을 한권샀다.
너무 감상적이라 반 친구들이 많이 읽어도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인데....왠지 한번 읽고 싶어졌다.
새로운 감성을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서희에게 조금 얻어온 오미자 차를 한잔 더 타서 마시면서 읽어 봐야겠다.
왠지 행복한 저녁이 될것 같았다.

아침 방송을 끝내고 교실로 오는 복도에서 세현일 봤다.
내게 무슨 할 말이 있는것 같았다.
같이 오던 동건이 먼저 들어간다며 자릴 피해 주었다.
동쪽으로난 베란다로 향했다.
수업예비벨이 울렸다.
복도의 웅성거림이 잦아 들고 있었다.
방송용 원고를 적은 수첩을 들여다 보는 시늉을 하고 있는 날 보고 세현이 말했다.
"어제 ....전화 한다고 했으면서....왜 안했어....?"
"전화...?...내가 언제...?"
"뭐....?내가 언제...?"
내말을 따라 하며 세현인 기막혀 했다.
"토요일날 헤어지면서 네가 내일 전화할께 그랬잖아....설마 너 잊고 있었던 거야.....?"
세현이 말에 난 순간 아차 했다.
맞아 ,그날 내가 그랬지....
세현이와 헤어지면서 내일 뭐 할거냐는 말에 내가 전화하기로 했었지....
왜...그걸 잊었을까.....
미안해 하는 내 얼굴을 보며 세현인 맥 빠져 했다.
수업벨이 울려 베란다에서 나서며 세현이 말했다.
"어제 하루종일 전화기만 바라봤더니 눈이 다 먹먹해.....넌 하루를 잘 보냈겠지.....전화했더니 서희에게 갔다고 하고....날 바람 맞치는 여잔 너뿐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정말 기분 엿같다...."
"미안해.....정말....."
"됐어....너무 기대하고 기다린 내가 더 우습지 뭐...."
세현이 많이 섭섭한것 같았다.
교실로 들어와서도 미안한 마음에 진정이 안되었다.
수업시간 내내 신경이 쓰여 어떻게 50분이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쉬는 시간에 다시 사과하려고 했지만 세현인 동건이와 화장실이라도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난 정말 ....어떻게 그걸 잊어버렸을까....
맹순이도 아니구....
세현이에게서 전화가 왔었다는 얘길 왜 아무도 안해준거야......?"
하필 핸드폰도 끄구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난 세현일 불렀다.
매점에 간다는 세현일 겨우 붙들어 옥상으로 향했다.
시큰둥한 얼굴의 세현인 좀 생소했다.
원래 이런 얼굴의 세현일 더 많이 봐왔었는데......토요일의 세현이 모습이 더 눈에 익은 것처럼 생각되는건 왜인지.....
무거운 침묵에 난 압사당 할것 같은 기분이였다.
"뭐해....사람 불러놓고....또 내얼굴 감상하냐...?"
예전의 놀림장이 세현이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