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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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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yks1121 2002-11-28

약속시간 30분 전부터 마음이 심란했다.
모두와 함께 만난건 여러번 이지만 둘만 만나는 건 첨이였다.
왜 이렇게 긴장이 되고 의식이 되는 건지....
만나면 굉장히 어색할 거라는 생각만들었다.
세현인 이성으로 여자친굴 대한적이 내가 첨이라고 하지만....미팅도 여러번 나갔으니까....나보단 자연스럽겠지....
만나보지도 않고 뭘 혼자 상상하고 긴장하는 건지....
알수 없는 내 감정의 폭...이젠 머리까지 아파온다.

약속장소에 세현인 벌써 나와 있었다.
다크 블루의 파카에 청바지.....체크색 모직 목도리 까지 하고 있는 세현인 따뜻해 보였다.
학교에 갈때 늘 입는 풀 오버에 빛바랜 청바지 차림의 난 왜 이?품?초라해 보이는 건지....요즘엔 전 같지 않게 외모에 신경이 자주 쓰였다.아마도 주희의 파티 이후인것 같다.
내게 손짓해 보이며 세현이 다가왔다.
주머니에서 캔 커피를 꺼내 건넸다.
계속 손에 쥐고 있었는지 따뜻한 온기가 느껴 졌다.
"정확하게 맞춰 나왔네....."
"우리집......공원인데 ...뭐...."
내 앞에 서며 세현이 날 끌었다.
뭐라 할 새도 없이 내 손을 잡아 자기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영화 보러 가자....너 전에 비포선라이즈 다시 보고 싶다고 했잔아..."
"....그거 하는 영화관이 있어...?벌써 몇년 전 영환데...?"
"비디오방.....거기가면 언제라도 있잖아...."
"...뭐...?비디오 방...?"
"왜...?안돼....?"
"그건 아니지만.....그럴거면 그냥 빌려서 집에서 보자.....우리집에 유린 언니뿐이거든..."
"안돼.....이건 엄연히 우리의 첫 데이트라구......오늘은 내가 스케줄 잡았으니까....맘에 안들어도 따라와....담엔 네가 잡으면 되잖아...알았어...?"
"...그래두.....우리 둘이 비디오방 가는건....좀 ...그러잖아....?"
"뭐가...?내가 설마 너 한테 이상한 짓 할 까봐 그러는 거야...설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세현일 보며 난 인상을 썼다.
정말 첫 데이트에 비디오 방이라니......?
물론 세현이 내게 이상한 짓을 할린 없겠지만....
더구나 비포선라이즈는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이긴 하지만....
웬지 비디오방이라는 데는 선듯 내키지 않았다.
선입견이 강해서 인진 모르지만.....
내가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는데 세현인 내 생각은 아랑곳 없다는 듯이 전철역 쪽으로 날 끌었다.
우리 동넨 아파트 촌이라 전철역이 가깝게 있었고 그 역주변이 번화가 못지 않게 발달되어 있었다.
편의점.화장품가게.음식접.호프집.노래방 등등 유흥가 가 많았다.
비디오방도 여러개가 있었다.
우린 '브로드웨이'라고 쓰여진 비디오 방으로 갔다.
테입을 고르고 세현인 포카칩도 샀다.
방을 안내하는 우리 또래로 보이는 여자애의 시선이 아주 묘했다.
세현이와 날 번갈이 힐끔 거리는게 신경이 쓰였다.

룸으로 들어온 세현인 마치 자기방에라도 들어온양 파카를 벗고 의자를 뒤로 젖히곤선 멀뚱히 서 있는 날 봤다.
"뭐해.....안 앉아....여기 난방 잘되어 있으니까...오버 벗어서 나처럼 걸어놔....빨리 앉아....시작한다..."
세현이의 자연스러운 태도에 왜 이렇게 심란한 기분이 되는건지....
이런 생각을하고 있는 내가 이상한걸까.....
집에서 계속 이 만남을 위해서 안절부절 못했던 내 행동은 ...
"뭐해....벌써 시작하잖아...."
세현이 날 끌어다 자리에 앉혔다.
화면엔 벌써 등장 인물인 나의 이상형 에단호크가 보였고 내가 닮고 싶은 여자 줄리 델피가 나오고 있었다.
체념한듯 난 의자를 끌어다 앉잤다.
세현이 내게로 의잘 가까이 붙였다.
"우리도 나중에 저렇게 유럽을 관통하는 기차를 타보자....너 영어 잘하니까...실현 가능한 꿈이겠지...?"
내 기분도 모르고 세현인 싱긋 거리며 포카칩을 내게 건넸다.
아까 밖에서 세현이 주었던 캔 커핀 이미 식어 있었다.
미지근하게....첨 만나러 나올 때 들떳던 내 기분이 많이 가라앉은 것 처럼 그렇게 커피도 식어 있었다.
커피의 뚜껑을 따는 내게 세현인 언제 샀는지 포카리를 내 밀었다.
"그거 나 주고 이거 마셔....아주 시원해......"
자기가 먹던 것을 내미는 ....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내미는 뻔뻔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기막혀 하며 받지 않는 날 보며 세현인 예상했었다는 얼굴로 웃었다.
"자 여기 ....이 걸루 마셔...새거야...."
다른걸 내미는 세현일 보며 난 인상을 써 보였다.
우리가 그러고 있는새 영환 벌서 초반을 지나 가고 있었다.
자리를 옮긴 줄리와 에단이 식당칸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장면이였다.
정말 난방이 잘되어 있어서 인지 오바를 입고 있던 난 너무 더웠다.
일어나서 오바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둘이 함께 뜻을 같이해서 기차에서 내렸다.
정말 우연속의 여행....그것도 다른나라의 또래.....흥미로왔다.
저속의 줄리델피가 나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코드 가게에서 서로 안보는척 시선비껴가기 시합.....카페에서 임의이 연기인 손가락 전화 .....서로 안보이는 상대에게 전활 하면서 서로의 맘을 떠보는 장면.....정말 가슴 떨리게 재미 있는 장면이다.
영화에 푹 빠져 있는새.....난 세현이 날 끌어다 자기 어깨에 머릴 기대게 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난 더이상 영화에 전념할 수 없었다.
언제 내 머리가 세현이 어깨에 닿게 되었는지....
정말 모르고 있었다.
영환 어느새 후반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난 더이상 집중할수 없었다.
그냥 모른척 움직이지는 않고 있지만...가슴은 내가 주인인걸 잊은 것처럼 혼자서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

"정말 .....괜찮은 영화야....난 이거 벌써 3번짼데....볼때마다 새로운것 같아...."
내게 둘렀던 팔을 빼내 기지개을 펴며 세현이 말했다.
어색하지 않게 스므스 하게 모면한것이다.
정전기 일었던 머릴 추스리는 날 보며 세현이 말했다.
"괜찮지...비디오방 데이트도...?"
정말 그랬다.
비디오방 이라고 하면 괜한 안좋은 선입견을 가졌던 내 소심한 사고 방식이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