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서희와 동건이,정효는 남고 난 세현이와 먼저 나왔다. 분위기가 험악 해질것을 우려해 정효가 얼른 손을 쓴거였다. 그래도 영은이와 주희의 표정이 누구러 지진 않았지만..... 괜히 나 때문에..... 그냥 서희랑 둘이 가게 내버려 두지..... 정말 친 동생인양 날 너무 챙기는 셋의 행동은 ....좀 부담이 되었다. 밖으로 나온 세현인 한쪽벽면에 날 기대게 하곤 우리집으로 전화를 했다. 토요일 이긴 하지만 엄마.아빤 집에 안계실 거다. 두분다 휴일이 없긴 매한가지니까..... 누가 전화를 받았는지 통화을 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끄는 세현일 보며 난 몸을 추스려서 일어섰다. "유린 언니 집에 있지....?" "아냐..혜린 언니야.....자 가자....바로 설 수 있어..?" "응....나 혼자 갈께....넌 다시 들어가봐....주희 생일인데...괜히 맘 상하게 하지 말구.....정말 혼자 갈 수 있어..." "됐어....빨리가자...." "나 혼자 간다니까.....주희 생일이라고 신경 많이 섰잖아....왜 끝에 가서 망치려고 하는거야.....빨리 들어가봐..." 내말에 세현이 날 잠시 내려다 봤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서인지 머리가 아까보단 훨씬 맑아져 있었고 기분도 나아졌다. 다리에 힘도 들어가고.....혼자 갈수 있을것 같았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날 잡으며 세현인 택시를 잡았다. "알았어....택시 타고 갈께.....넌 이제 가봐..." 팔을 빼는 날 보며 세현이 말했다. "너랑 같이 갈꺼야....절대루....그리고 말해두는데 ....우린 주희보다 네가 더 중요해...너랑 주희가 사이가 나빠...네가 힘들어 질까봐 널 파티에 참석 시킨거지 주희 기분 맞춰 주려고 그런것 아냐....너 일학년 때 여자애들에게 왕따 당한것 생각나지.....많이 힘들어 했잖아...주흰 학교서 인지도가 높은 애고....너랑 괜히 않좋으면 ...아무래도 너 한테 불이익이 돌아갈거고....그래서 내켜하지 않은 널 억지로라도 참석시킨거야....알지...?" " 날 왜 그만큼 신경써주는 건데.....오늘일도 그렇고 ...암튼 난 너나 동건이 정효 모두 부담돼.....애들 말처럼 내가 정말 너희들 친동생이라도 돼냐...?내가 그렇게 어설퍼보여...?" 좀 새침하고 속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날 물끄러미 보더니 세현이 말했다. "친동생이라.....누가 그런말을 하고 다니는진 모르지만.....그건 아냐...단지 너무 오랫동안 널 보아와서 인지 우린 네가 마치 우리의 오래된 공주처럼 느껴져 그래서 그 공주를 유해한 환경에서 지켜줘야 하는 기사가 되는거지...." 기막혔다. 정말 기막혔다. 자신의 말에 장난스럽게 웃는 세현일 보며 난 더 기막혔다. 뭐....공주와 기사.... 쿨한 남자라고 소문난 윤세현의 입에서 저런 유치찬란한 말이 나오다니....술에 취한건 내가 아니라 윤세현 아냐...? 택시에 날 밀어넣고 옆자리에 앉으며 세현이 아직 얼굴을 풀지 않은 날보며 피식 거렸다. 기사아저씨 에게 목적지를 말하고 언제 챙겼는지 주머니에서 귤을 꺼내 내밀었다. "혜린 누나 내달에 결혼한다며....?" 세현인 나랑 학교동창 인것도 있지만 엄마들 끼리도 잘 알았다. 우리엄마와 대학 선후배 사이다. 그래서 우리집 대소사를 나보다 더 잘알고 있을때도 있다. "곧바로 호주로 유학 간다며....?누군지 몰라도 그 사람 땡잡은거야....혜린 누나 같은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사람을 아내로 맞다니...정효 무척 배 아파 하던데...." 세현이 말에 난 웃음이 나왔다. 정효의 첫 사랑이 바로 우리 큰 언니였다. 고등학교에 오면서 그 증상이 많이 나아졌지만....요즘도 가끔 집에 와서 언니랑 마주 칠때면 아직까지 쑥쑤러워 했다. 그런 정효를 보면 정말 재미 있었다. 택시에서 내려 혼자 가려는데 세현이 따라 왔다. 책임 지고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면서.... 슈퍼에서 찬 포카리스웨트를 사서 내게 마시라고 했다. 밤 바람이 차서 싫다는 내게 맑은 정신으로 집에 가야지 하면서 권했다. 한 고집하는 세현이라....난 내키지 않았지만...받아 마셨다. 절반쯤 마시고 들고 있는데 세현이 받아서 마저 마셨다. 자신의 행동에 너무 놀라와 하는 날 보며 세현이 싱긋 웃었다.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방금 내가 입 댔던 곳에...정말 이해가 안가는 행동이였다. 너무도 놀라왔다. 저건 간접 키스와 마찬가지 아닌가... 오늘 새현이의 행동은 이해할수 없었다. "안오고 뭐해.....바람이 찬데...." 아파트 입구 쪽으로 들어서며 세현이 불렀다. 다시 술 기운이 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야....잰....왜 자꾸 날 자극하는 짓만 하는 걸까...?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 난 더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너 말야....왜 그런거야....?" "뭘...?" "아까....그거 말야...왜 내가 마시다 만걸 네가 마시냐구....딱지도 않구....왜...." "알고 싶어....?" 엘리베에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밖으로 나서며 묻는 세현이 말에 난 좀 긴장이 되었다. 그럼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랬단 건가....? 왠지...물음을 다시 주워 담고 싶었다. 내게서 시선을 안떼고 쳐다보는 세현이의 눈빛이 ....날 혼란스럽게 했다. 현관문 앞에서 세현인 잠시 날 내려다 보더니 다시 물었다. "아직도 알고 싶어....?내가 왜 그랬는지....?" 난 쉽게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왠지 그만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빨리 벨을 누루고 집으로 들어가 숨어 버리고 싶었다. 한번도 이런 일을 겪어보지 못한 터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화끈 거렸다. 세현이의 침묵이 너무 신경이 쓰였다. 괜히 물어봤나...... 내가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세현이 날 벽쪽으로 밀어붙였다. 당황하는 내 얼굴을 잠시 보더니 눈 깜짝할사이도 없이 세현이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어떻게 이런일이..... 바람둥이 윤세현이...어떻게 나한테....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있는 내게서 입술을 떼면서 세현이 말했다. 조금은 상기된 어조로..... "오늘 거기서 너 보자 마자 계속 이러고 싶었어....." "왜...?" "......너무 이뻐서......" "....뭐...?야 윤세현 너 지금.....장난하는 거야.....?" 순간 화가 나기도 ....눈물이 나려기도 했다. 장난 치곤 너무 하지 않아.... "장난 아냐...." "......" "....너 ...니가 둔한건 알지..?" "......?" "....내가 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지...?" "...뭐...?" "이런식으로 고백하고 싶진 않았는데.....네가 평소와 다르게 하고 나온 게 실수야...." 멋적어 하며 내게서 얼굴을 돌리는 세현일 보며 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세현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도대체 방금 무슨일이 있었는지..... 귀가 윙윙 거리는 것 같았다. 한참후 세현이 말했다. "오늘은 그만 들어가....얘긴 다음에 다시 하자..." ".....어떻게 이런 맘으로 들어가라는 거야.....?"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왔는지..... 금방 뱉어버린 말에 당황스러웠다. 그런 날 다시 보면서 세현이 말했다. "그럼 다시한번 입맞춰줘....? 난 자꾸 그 생각 뿐인데...그래 줘..?" 정말 당황스러웠다. 쿨 가이 윤세현이...... 난 앞뒤 생각할 새도 없이 비밀번호를 누루고 문을 열었다. 세현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걸 보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우리집은 디지털 감시기로 되어있어 열쇠대신 비밀번호를 누루면 문이 열리게끔 되어있었다. 인기척이 났는지 방에서 나오던 혜린언닌 문 앞에서 넋 잃고 서 있는 날보더니 말했다. "정말 ....많이 취했나 보구나....세현이 말론 괜찮다고 하더니....." "......" "안들어 오고 뭐해...꿀차 타서 들어갈께....옷이나 갈아 입어..." 언니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린 듯 난 신발을벗고 내 방으로 향했다. 정리가 필요했다. 오늘 세현이 행동에 대해서.... 정말일까....? 날 좋아하고 있었다는 말이..... 그럼 그동안 날 놀리고 그랬던 건...... 매번 볼때마다 장난치고 놀리고 그랬는데... 쉽게 이해가 안갔다. 옷도 안갈아 입고 책상앞에 앉아 있는 날 보며 가져온 꿀차를 내려놓고 고맙게도 혜린언닌 방에서 나가줬다. 유린언니 같았으면 이것 저것 물으면서 눈치없이 굴었을 텐테.. 역시 혜린언닌 속이 깊었다. 윤세현....정말 오늘 왜 그런거야...? 아까 맥주 마셔서 취해서 그런걸까.....? 취한 마음에 평소와 다른 내게 장난친걸까...? 정말 그런걸까...? 그랬으면 싶다... 앞으로 세현이 볼때 어색하지 않게 정말 그랬으면 했다. 술기운에 장난 친거라고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겁이나기도 했다. 아까 날 바라보던 세현이 눈빛을 다시 떠오리자 숨이 막혀왔다.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왜.....이런 일이 벌어진건지.... 왜..... 왜...... 아침에 본 세현인 아무렇지도 않은 것 처럼 보였다. 토요일저녁 내내.....일요일 하루종일 난 힘들어 했는데.....세현인 말짱해 보였다. 동건이처럼 내게 인사말 까지 건네었다. 토요일에 있었던 일은 그럼 꿈이었나.... 괜히 화가나려구 했다. 수학숙제 보여달라며 재영이 날 쳤다. 재영이에게 노트를 건네며 난 화가 나려구 하는 내 감정을 억눌렀다. 한편으론 다행이지 싶었다. 저렇게 아무렇지 않아 하는 세현이의 행동이 ...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 지기 시작했다. 화가 나려던 기분이 금새 사라졌다. 숙제를 다 배낀 재영이 내게 선물한다며 예쁜 볼펜을 내밀었다. 연초록의 꼬마 도깨비가 그려진 볼펜이였다. 고모가 일본에 다녀오면서 사온 거라고 했는데 날 주겠다고 했다. 볼펜 모으기가 취미인 내게 선물한다고 했다. 고마운 재영이..... 기분 좋은 아침이였다. 수요일 방과후 였다. 서희가 모처럼 버섯동자에 가자고 했다. 11월이 되니까 바람이 많이 차 졌다. 낙엽도 거의 다 떨어져 나가고...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어 보자던 약속을 작년에 했는데... 요번에도 못 지킬것 같았다. 낙엽이 다 떨어져 버린 가로수 길은 너무 삭막할 테니까.. 버섯동자에 들어서자 따뜻한 기운이 넘쳐왔다. 아늑한 고동색톤......카운터의 유리언니가 손을 들어 보였다. 서빙하던 하진 오빠가 우릴 보고 끝쪽 테이블을 가리켰다. 세현이와 정효가 보였다. 자길 보는 내 시선에 서흰 고갯짓 했다. 정효가 우릴 보고 손짓해서 우린 그쪽으로 갔다. 세현인 청소당번 인것 같았는데....어떻게 나보다 먼저 온거지.... 청소당번 아닌가.....? 주문도 안했는데 하진 오빠가 분홍빛 나는 차를 가져왔다. "오미자 찬데....한번 마셔봐....아주 괜찬거든..." 하진 오빠 말에 나와 서흰 고갤 끄떡였다. 새콤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했다. 색깔도 너무 이쁘고.....차가웠던 몸이 일순간에 녹는 기분이였다. 차를 다시 한모금 마시고 내려 놓는데 정효가 날 보더니 물었다. "토요일날 세현이가 기습공격을 했다던데.....대답은....?" 새알이 걸릴 뻔했다. 의문의 서희의 눈빛....아무렇지도 않다는 세현이의 얼굴....호기심 어린 정효의 시선....정말 당황스러웠다. "기습공격 이라니....무슨 소리야...?" 서희가 물었다. "얘기 못들었어....?서희에게 말 안했어...?" 정효의 말에 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서희의 시선이 내게로 왔다. 세현이의 담담한 얼굴을 보다가 난 고갤 숙였다. 정효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세현이가 얘길 한걸까....? 아무리 비밀이 없고 친한사이라 해도 그런얘길 하는건....좀 너무하지 않나.....?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날 정효가 다시 쳤다. "대답은......? 예스야 노야..?" 그렇게 묻는 정횰 보며 난 인상을 썼다. 서흰 계속 모를듯한 얼굴을 하고 우릴 번갈아보고 있었다.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마.....정효 너도 자꾸 묻지 말고...." 이제껏 아무말 없던 세현이였다. "그럴순 없지....난 계속 기다렸는데....페어플레이 하자고 한건 네가 먼저였어....넌 반칙을 한거야 윤세현....." 정효의 말에 세현이 고갤 돌렸고 서흰 흥미로운지 눈을 반짝였다. 페어플레이 라니... 무슨소린지..... 생각이 뒤죽박죽이였다. 머리속에 엉킨 실타래가 가득 들어있는것 같았다.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서희가 그 기류를 참지 못하고 차를 한모금 마시고 내려 놓으며 말했다. "기습공격 이라면.....세현이가 서린이에게 드디어 고백을 한거야...?그런거야....?" 서희의 말에 난 놀랐다. 세현이가 드디어 내게 고백을 했다니.....서흰 그럼 뭔갈 알고 있었던 걸까...? 자길 보는 날 보며 서희가 말했다. "너만 모르고 있었지....다른 애들은 조금씩 눈치 체고 있었어....정효하고 세현이 네게 관심있는것....근데 세현이가 먼저 터트렸다니....정효 속 많이 쓰리겠다.....정말..." 서희의 말에 정횬 인상썼고 세현인 웃었다. "얼마나 불안했는지......그렇게 둘만 보내는게 아니였는데...." 정효의 말에 서희와 세현이 웃음 지었다. 날 사이에 두고 모두들 무슨 얘길 하고 있는건지....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날 개의치 않고 자기들 끼리 무슨 얘길들을 하는거야....? 순간 화가 났다. 서희도 .세현이도 정효도 모두가 너무 하는것 같았다. 날 무슨 재밋거리로 생각하는것 같았다. 일어서는 날 보며 세현이 따라 일어섰다. 놀란 얼굴의 서희.. 화난 내 얼굴을 보며 서흰 당황스러워 했지만 난 아무말 않고 먼저 나왔다. 정효가서흴 앉히는게 보였고 날 따라 나오는 세현이가 보였다. 하진오빠와 유리언니에게 인사도 없이 버섯동자에서 나왔다. 버스정류장에 다다를동안 우린 한마디도 않했다. 도대체 무슨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수 가 없었다. 정효의 얘기도 뭔가 알고 있는것 같은 서희의 행동도.....모두가 이해가 안되었다. "얘기좀 하자...." 세현이 날 끌며 말했다. 잡힌 팔을 빼며 난 고개짓 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아무말 하지마.....듣고 싶지 않으니까......." "궁굼하지 않아..? 왜 이런일 생기는지..?" "장난치는 거잖아...이번엔 서희까지 끌여들여서.....니들 정말 너무해....." 순간 눈물이 났다. 왜 인진 모르지만 ......눈물이 펑펑 났다. 속에 커다란 웅어리가 들어있어서 그걸 토해내고 싶을 만큼 울고 싶어졌다. 내 눈물에 세현이 당황해 하며 날 길가로 끌었다. 방과후가 한참 지난 뒤지만 학교 근처라 정류장엔 학생들이 몇몇 있었다. 세현인 학교 뒷 골목으로 날 끌었다.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날 잠시 내버려두던 세현이 어느정도 진정이 된 내게 말했다. "얘기하자면 긴데.....어떻게 이렇게 둔할수도 있을까....넌 불가사의중 하나야....아까 서희봐서 알겠지만 ....서희도 눈치체고 있는 나와정효의 너에 대한 마음 .....정말 한번도 눈치 체지 못하고 있었어...?" "...무슨 소리야....? 너 자꾸 왜 그러는 건데.....?" "너야 말로 아직도 모르겠어...?" "....뭘....너하고 정효의 행동.....날 놀리는 것 그렇게 재밌어...?" "이 바보야....제발 .....정신좀 차려....!" 화난 투의 세현이 말에 난 많이 놀랐다. 장난이 아닌 .....세현인 정말 화가 난것 같았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이렇게 소리까지 치며 화를 내는 건지....또 눈물이 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