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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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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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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yks1121 2002-11-25

토요일 방과후 였다.
모처럼 서희와 함께 종로로 나왔다.
독서실 그만 둔 이후론 이렇게 밝은 날에 돌아 다녀 본지가 오래된것 같은....그런 토요일 오후다.
종로는 언제나 봐도 활기차다.
영풍문고에 가서 전부터 일고 싶었던 책을 샀다.
'아오키 가즈오' 일본 작가다.
학대 아동에 관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건데....제목은 해피버스데이 였다.
자신의 어린 날에 병든 언니탓에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엄마가 자신의 언니를 빼닮은 딸에게 냉정하게 대하다가 결국 자신처럼 딸아이가 상처를 받고 있다는것을 깨닫고 딸아이를 사랑하게 된다는 해피엔딩 이야기다.
작은 언니가 읽어 보고 괜찮은 책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도 사고 싶었지만 한번 읽었던 책이라 다음으로 미루고 해피버스데이을 샀다.
서흰 음반 매장에서 뉴에이지 음악가인 케빈 컨의 시디를 구입했다.
전에 tv드라마 가을 동화에 나왔던 음악...le jardin을 샀다.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가만히 듣고 있으면 눈물까지난다.
나와 서흰 뉴에이지 음악 광 팬이다.
유키구라모토,안드레 가뇽.안단테.야니.마이클호페...등등 너무나아름답고 예쁜 음악들이다.

우리가 책과 CD을 사러 종로에 나간다고 하자 정효가 인터넷 에서 사면 20%사다고 하면서 말렸지만....직접보고 사는 재미을 맛보려고 나온 거였다.
신간도서나 CD...그리고 예쁜 팬시 물건...
볼펜 수집광인 난 이번에도 예쁜 색 볼펜을 다섯개나 구입했다.
더불어 아름다운 가을풍경이 그려져 있는 편지지도 쌌다.
서희에게 아름다운 글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5시쯤 다리가 아파 쉴려고 롯데리아로 들어갔다.
메세지가 들어와 있었다.
서희가 주문을하러 나간사이 메세지를 확인했다.
[어디야...?아직도 종로야...?전화해......세현]
요즘들어 세현이가 메세지를 자주보내고 있었다.
전과 달리....무슨 별다른 용건도 없으면서....
햄버거와 콜라.난 사이다만 마신다.
콜라는 너무 톡 쏘고 자극적이라 싫어한다.
컴컴한 밤 색깔도 맘에 들지않다.
투명한 물 색깔인 사이다가 좋다.
김이 빠지면 너무 달지만....암튼 투명함이 좋다.

햄버거를 먹고 나오면서 서희가 물었다.
"내일 뭐 할꺼야?"
"글쎄.....큰 언니가 형부될 사람 데리고 온다고 했거든....음식 만드는거 도와야 할것 같아...."
"너네 언니 이제 겨우 25살 아니니...? 요즘엔 다들 결혼 늦게 하는 추센데.....일찍하는 것 아니니..?"
"우리언닌 현모양처가 목표인 사람이야.....전형적인 여자 스타일 이야...결혼과 동시에 호주로 유학가잖아....둘이 같이 간데...."
"....너희 언닌 무슨 공부할건데...?"
"가서 보고 정한다던데.....그냥 형부될 사람 뒷 바라지나 하겠지뭐....나도 잘 몰라...?"
"...그런것 별로 않좋다던데..."
"뭐가..?"
"아무런 목적없이 배우자 따라 갔다가 만신창이가 되어서 돌아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래....남잔 자기 목표다 채우고 여잔 뒷바라지 하다가 지쳐서 오고.....않좋게 되서 돌아오게 된데...."
서희의말에 난 좀 기분이 이상했다.
서흰 가끔 보면 굉장히 현실적인 것 같았다.
생각도 나보다 더 어른스럽고.....
난 큰 언니가 결혼해서 호주로 가면 방학때 한번 놀러나 가야지 하는생각이 앞섰는데.....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어서 얘기 해 본거야......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아무말 없는 날 보며 서흰 미안한 얼굴을했다.
"아냐....니 말이 맞는 말일수도 있지뭐...사실 우리 큰언닌 우리집에서 제일 맘이 약해....남 말에 잘 흔들려...형부되는 사람도 선봐서 만난거야....니 말 듣고 보니 좀 위험한것 같기도 하다....하지만 내가 얘기한다고 해서 들을것도 아니고..."
"...괜한 얘길 꺼낸것 같다....내가..."
기분이 울적해졌다.
작은 언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약은데 ...큰 언닌 그렇지 못하다.
작은 아버지 친구분의 아들이라는 형부될 사람을 몇번 만나보곤 결혼날짜를 잡은 것이다.
그 사람의 유학결정이 있어서.....
언니가 행복해 하는 것 같긴 하지만....
괜히 마음이 무거워 졌다.
침묵하고 있는 날 보며 서흰 미안해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거워진 기분 탓에 침묵하고 버스에 올랐다.
먼저 내리면서 서흰 내일 전화하겠다고 했다.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우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이 많아 졌다.
큰 언니에 대해서 작은언니와 한번 얘길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집엔 작은 언니 남자친구인 윤석이 오빠가 와 있었다.
피자를 시켜서 먹고 있었다.
우리집은 두분이 다 직장엘 다니신다.
엄만 집 근처 약국에 다니시고 아빤 제약회사 연구소에 계신다.
엄마의 퇴근이 늦는다는 이유로 작은언닌 자주 윤석오빨 집으로 부르고 있었다.
우리식구와 편하게 지내기는 하지만....둘만 있다는건 좀...더구나 아무도 없는 빈집에....청춘 남녀가 ...
사실 내가 이러는건 다 이유가 있다.
얼마전에.....물 마시려고 나오다가 거실쇼파에 앉자서 입을 맞추고 있는 둘을 본적이 있다.
나의 출현에 둘은 많이 멋적어 하더니....내게 들킨 이후론 이젠 아예 내 앞에선 자연스럽게 스킨쉽을 한다.
내가 얼마나 예민한 나이 인지 생각들이 없는 건지....
곱지 않은 내 시선을 느꼈는지 작은언니 유린이가 물었다.
"서희랑 지금까지 같이 있다 온거야...?"
"응....오빤 언제 왔어....?"
"온지 얼마 안됐어....저녁 안먹었지?....이리와서 같이 먹자..."
내게 그 입맞춤을 들킨 이후로 윤석오빤 날 볼때마다 멋적어 했다.
예전엔 장난도 잘 치고 그러더니....하긴 요즘엔 나도 장난을 받아 주기가 좀 그렇지만....
뻔뻔한 유린 언닌 내게 들킨 이후로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스킨쉽을 한다.
스킨쉽이라고 해봤자....포옹이나 손을 맞잡고 있는 정도지만...이젠 처음 처럼 별로 놀랍지도 않긴 하다....
"아까 정효한테서 전화 왔었어....너 핸드폰 꺼 났어..?"
"응....."
"왜..?밧데리 나갔던 거야...?"
"아냐....세현이가 자꾸 쓸데없는 문자보내서 껐어...."
"...그래...근데 너 피자 안먹을꺼야..?"
"햄버거 먹고 왔어....생각 없어..."
"그래 ...그럼 네 방으로 들어가...우리 비디오 보고 있었는데 ...18등급 이상 이거든..."
저 뻔뻔함.....
쏘아 보는 내 시선을 못본척하며 유린 언닌 리모콘을 들었다.
윤석오빠의 민망해 하는 얼굴을 보며 난 내방으로 들어갔다.
들어 가면서 옆눈으로 흘깃 보니 유린 언니의 머리가 윤석오빠 어깨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저렇게 좋을까...?

음악실 청소을 하려고 복도로 나오다가 강주희와 마주 쳤다.
주흰 단짝인 영은이와 함께였다.
서희 일이 있어서 그냥 못 본척 지나치려는 날 보며 주희가 말했다.
"언제까지 그럴건데.....내가 미안하다고 했는데.....너무 하지 않아...?"
정말 그랬다.
동건이 서희에게 친구로 지내자고 한 후 주희가 서흴 찾아와서 자초지종을 말하고 사과했다.
소문처럼 자신은 동건이와 다시 시작할 생각이 아니였다고....그냥 우연히 미팅에서 만나서 자연스럽게 얘길 할 수 있었던 것 뿐이라고 했다.동건이와 예전에 헤어질때 좀 껄끄럽게 헤어져서 관계가 어색했는데 미팅건으로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지낼 수 있게되어서 반갑다고 한 행동이 모두의 오해를 산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때 분명히 사과를 했지만.....난 아직 강주희을 알수가 없는 애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사과하고 나서 바로 친한척 해 오는 그애의 행동이 좋게 보이지가 않았다.
사실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아무런 대꾸도 않는 날 보며 이번엔 영은이가 말했다.
"아직도 오해하고 있는건 아니지...?"
"아냐...."
"그럼 이젠 만나면 안면몰수 하는것 그만해....주희가 상처 받잖아...모두 주희 욕하고 그런것 알지....? 얘도 알고 보면 피해자 잖아...
서흰 우리보면 예전처럼 대하는데...서린이 넌 아직 풀리지 않았나봐....그런 것 아니지....?"
영은이 말에 난 기분이 별로 였지만 .....달리 대꾸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그냥 고개만 끄떡였다.
"이번주 토요일날 주희 생일 이거든....가게 빌려서 할건데....서희랑 같이 와....올수 있지..?"
강주희 대변인 인지 영은인 미소까지 띄우며 말하고 있었다.
앞서 가던 반 친구들이 돌아다 보며 빨리 오라고 했다.
"3시 까지.....가을 동화 알지...?그리로 와....꼭 와야해..유서린...서희랑 같이 알았지..?"
다짐을 하듯이 말하는 영은일 보며 난 걸음을 띄며 고갤 끄떡였다.
기분이 ....아주 ....짜증스러웠다.'
얽히고 싶지 않은 애들인데....왜 자꾸 얽히는지.....정말 짱났다.

아침방송 음악으로 내가 좋아하는 안단테의 아름다운 날들을 선곡했다.
늦가을의 비가 촘촘히 내리고 있는 아침이였다.
어린왕자의 한 구절을 읽어주는 동건이의 음성이 아주 감미롭게 들렸다.
갑자기 커피가 간절히 생각이 났지만....학교인지라...
방송을 끝내고 나서는 길이 였다.
서쪽 별관 베란다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머리가 좀 길어져서 더 인기가 있어진 세현이였다.
옆엔 .....못보던 얼굴의 여자애와 함께였다.
무슨 심각한 얘기중인것 같았다.
그쪽을 보고 있는데 옆으로 지나가면서 동건이 말했다.
"요번엔 일학년 인가보네....."
".....누군지 알아...?"
"...왜 갑자기 관심...?"
놀리는 듯한 동건이 말투에 민망해진 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관심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호기심 때문이라고 해두지...."
"....말 되네....고백받는것 같은데....내 보기엔..."
'고백...?학기초도 아닌데....?"
"글쎄....얼마전엔 졸업을 앞둔 3학년 선배도 고백해 오던데...."
정말 신기했다.
학기초라면 모를까.....학기가 다 끝나가는 지금에..?
요번에도 거절할건가....?
쟨 여자가 좋다면서 정말 왜 여친을 안만드는 건지....
구속하고 구속받기 싫어서가 전부일까....?
"방과후에 버섯동자로 나와....커피 사줄께...."
그말에 내가 환하게 웃자 동건인 피식 거렸다.
"그때까지 비가 오면 나갈께.....비가 그치면....분위기가 없어지잖아...."
"이럴땐 무감동 무표정의 유서린도 센치한 여자로 보이는데....?"
"뭐...내가 그런 표현 쓰지 말라고 했잖아...내가 로봇이야....무감동 무표정이게...?"
쏘는 날 보며 동건인 하하 웃었다.
수업 예비벨이 울리는 소리 들렸다.
우리 뒤를 따라서 세현이도 교실로 들어왔다.

방과후에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커피를 마시러 버섯 동자에 가려고 하니 너무 그림이 안되는것 같아서 동건이에게 맥도널드나 가자고 했다.
거기서 파는 원두커피가 교복엔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서흴 데릴러 난 먼저 교실에서 나왔다.

서희가 보이지 않아서 같은반 친구에게 물었더니.....서희가 몸이 않좋아서 조퇴을 했다고 했다.
아까 점심시간엔 그런 말 없더니....
전화를 하려고 복도끝 베란다로 향했다.
분명 셋이 같이 나올텐데....나 혼잔 가기 싫었다.

서흰 집에 없었다.
감기몸살 이라서 병원에 갔다고 한다.
동건이에게 다음에 사달라는 문자 메세지를 보내려고 하는데 내 쪽으로 오는 정횰봤다.
교실에서 날 봤다고 했다.
정효는 동건이가 커피 사려는건 모르는 얼굴이였다.
"여기서 뭐해.....서희 오늘 조퇴했어.....5교시 끝나고.....감기가 심한것 같더라...몰랐어...?"
"응...점심시간 까진 그런얘기 없었거든....."
"오늘 아침 방송 죽이던데.....안단테 음악이지...?"
"뷰티풀 라이프야....동건이가 커피 산다고 하는데....같이 갈꺼지...?"
"난 못가....약속 있거든..."
"그래....그럼 난 가봐야 겠다...."
정효와 헤어져 오면서 문자 메세지 날릴려던건 그만 두었다.
정효가 빠지는 것 보면 세현이도 빠질 확률이 컷기 때문이다.
정효와 세현인 늘 같이 붙어 다녔다.
동건인 과외 때문에 어울릴 시간이 별로 없어 둘과 친하긴 하지만 방과후에 어울리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방과후에 같이 가는건 거의 둘 이였다.

맥도널드엔 예상치 못한 인물이 나와 있었다.
정효와 함께 일꺼라 생각했던 세현이 나와 있었다.
들어서는 날 향해 손을 들어 보이는 애도 세현이였다.
우산이 없었는지.....머리와 어깨가 조금 젖어 있었다.
날 보고 동건인 주문을 하러 갔다.
앞자리에 앉는 날 보며 세현이 물었다.
"서흰...?왜 같이 안와..?"
"감기 걸렸나봐....조퇴했데....."
"그래....여기보단 버섯 동자가 더 따뜻하고 좋은데...왜 여길 오자고 한거야....?"
"그냥...동건이 주머니 사정 생각해서지 뭐...내가 원래 착하잖아...."
"너 지금 무지 부끄럽잖냐...?"
놀리는 듯한 말투에 난 더 민망해졌다.
얜 늘 그런것 같았다.
볼 때 마다 날 놀려먹는것 같았다.
심술꾸러기 나쁜 놈 윤세현.....
정효 따라 갈줄 알았더니......

원두커피의 향이 정말 좋았다.
비가 와서 인지 띄엄띄엄 비어 있는 자리도 좋았다.
다만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시끄럽게 울어대는 팝송은 영 아니였다.
애플파이 까지 들고온 동건이의 세심한 배려에 난 고맙다고 했다.
프림과 설탕을 모두 타는 나와 동건이완 다르게 세현인 블랙으로 마셨다.
갖은 폼은 다 잡는게 웃겼지만....왠지 오늘은 웃음을 지을수 없었다.
물기어린 앞 머리칼 탓인가....긴 속눈섶을 내리 깔고 두손으로 종이컵을 마주 잡고 있는 폼이.....꽤 멋있어 보였다.
애들이 수군거리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옆자리의 일학년 여자애들이 시선이 모두 우리쪽에 와 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세현인 입가에 커필 적시며 말했다.
"버섯동자 가 좀 아쉽긴 하지만 ....오늘은 여기도 꽤 괜찮은데....커피도 맛있고..."
주위의 시선을 정말 하나도 못 느끼는지 세현인 담담한 말투였다.
"아침에...너 일학년 애랑 서쪽 별관에 있었지....무슨 일이야...?서린이가 궁굼해 했는데...?"
동건이 말에 난 인상을 섰다.
"봤어....?"
내게 눈짓을 해보였다.
동건인 왜 그얘긴 꺼내갖고.....분명 또 날 놀릴텐데...
"현수 사촌인데.....토요일날 시간되면 영화보러 가자고 왔어...현수하고 몇번 같이 만났거든...."
"그래....현순 잘 있지...?"
현순...중학교 동창인 남자애다.
세현이 하고 친하게 지내는 아이였다.
나도 가끔 정효 통해서 얘길 듣곤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실업고에 진학했는데....요즘 사정이 좀 않좋다고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위험한 질주를 한다며 정효가 걱정하는걸 들은적이 있었다.
세현인 그런 현수하고 만나서 .....같이 폭주족 처럼 노는건 아닌지...조금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만나기로 했어...?"
"아냐....이번 토요일날은 선약이 있어서 거절했어...너희도 초대 했다면서.....강주희 생일파티 말야....잊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