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시험인데 서희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당일치기가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데.....사실 독서실을 다니고 있긴 하지만 의자에 앉아 있었던 시간이 얼마 안되었다.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 아닌가.....더구나 내일부터 시작하는 중간고산 내가 제일 어려워 하는 수학이다.
대답을 않고 있는 날 보며 서희가 다시 물었다.
"어떡할거야?...갈거야 말거야....벌써 5시야....."
"좀 ...그렇지 않냐?...내일 부터 시험인데.....너 공부많이 했어...?"
내말에 서흰 인상을 써보이며 말했다.
"나랑 매일 붙어다니는 애가 너 아냐?....넌 많이 했어...?'
"너랑 비슷하니까 이러고 있잖아.....난 별루 안가고 싶어...."
"알았어 그럼....나 혼자 가지뭐..."
샐죽해진 얼굴로 등을 돌리는 서흴보며 내가 말했다.
"너 동건이 하고 마주치기 싫어서 그러나 본데.....우리 오늘은 그냥 집에가서 할까?.....우리집에서 하자....응...?'
"....나...정말로 영화 보고 싶은데....."
"미안해 그럼.....난 오늘은 안되겠다....먼저 올라갈께..."
망설이는 얼굴을 하는 서흴 다시 한번 보고 난 독서실로 올라왔다.
서희가 정말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유진이가 손짓을 했다.
시험전이라 독서실 안은 조용했다.
자리에다가 가방을 내려 놓고 유진이 에게 갔다.
너무 조용해서 인지 유진이 연습장에 글을 섰다.
"서희는 왜 안들어와?"
밖에 있는 우릴 본 모양이다.
볼펜을 들고 나도 섰다.
"기분이 별로 겠지.....근데....정말 어떻게 된거야?"
"나두 사실 잘 몰라.....대타로 나왔다는 것 밖에....."
"그거말구.....왜 둘이 만나냐구...?"
"글쎄....서희 화 많이 났니?"
"당연하지.....너도 윤창이가 바람나봐라....더구나 시험전인데..."
내 글에 유진인 미안해 하는 얼굴이였다.
서흰 정말 갔는지 아직 안들어 오고 있었다.
걱정이다...혼자 영화 보러 가진 않았겠지만.....참고서랑 교과서 모두 여기에 있는데....정말 공부 할 생각이 없는건지....
자리로 가서 수학 참고서를 펴는데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 난 고갤 돌렸다.
서희는 아니였다.
다른애 였는데 그애가 내게로 다가왔다.
"저기....유서린....언니죠...?"
같은 독서실을 다니고 있는 애인데 같은 학교가 아니라 안면만 있을정도인데....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
"밖에서 누가 좀 불러달라고 하던데요...."
아하....그랬구나.....
난 그애에게 고맙다는 눈 인사를 건네곤 밖으로 나왔다.
총무 에게 찍히겠군...벌써 3번이나 들락거렸으니....
복도엔 세현이와 정효가 나와있었다.
옥상으로 올라갔다.
10월 이여서 인지 밤바람이 제법 서늘했다.
"커피 마실래...?"
정효가 물었다.
"아니...근데....동건인....오늘 안왔어...?"
내 말에 둘다 고갤 저었다.
"어떻게 된거야?....정말 둘이 사귀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둘다 대답이 없었다.
괜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무슨일 생기는것 아냐...?
심각해지는 내 얼굴을 보면서 정효가 먼저 말했다.
"본인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일이 좀 생길것 같아..."
"뭐?...정말...?"
"응.....너 ...모르고 있었나 본데...서희는 알고 있었을걸..?"
"뭘....내가 모른다는 거야...?"
정효가 날 보다가 세현일 봤다.
세현이 고개짓을 하는걸 보고 정효가 다시 말했다.
"왜.....일학년 때...둘이 잠깐 사귄건 알지....?"
"........."
"동건이 에게 헤어지자고 먼저 말한게 주희였어....동건인 아직 주희에게 미련이 남아있었나봐....이번 미팅에서 주희가 다시 한번 사귀어 보자고 했데....?"
"기막혀....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예전에 둘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 서희하고 사귀는데....주희걔좀 웃기지 않냐..?흔들리는 동건이도 그렇구....."
내 말에 둘다 아무 대꾸가 없어 난 더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구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무슨 미팅이냐...정말 이해안돼....이거 주희걔가 술 순것 아냐....동건이 성격 우유부단한 것 알고...."
"그렇진 않을거야..."
지금까지 한 마디도 않던 세현이 날 보며 말했다.
"동건인 사실 주희 생각 많이 했어....서희에게도 몇번 말했고....아마도 둘이 다시 만날것같아.....동건인 맘 굳힌것 같아..."
동건이와 단짝인 둘의 말이니까 맞는 말이겠지...
정말 화가 났다...
동건이에게 먼저 사귀자고 말한게 서희이긴 하지만....동건이가 아직도 주희에게 맘이 있다는 걸 서흰 정말 알고 있었을까....알고 있었으면서 사귀자고 했던걸까......이해가 되지 않았다.
둘이 잘 어울려 보였는데.....동건인 정말 서희를 만나면서 다른 여자앨 생각했을까...?순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구선....
갑자기 눈물이 핑돌았다.
어쩜.....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너무 속이상하고 ....기막히고...화가났다.
별로 대수럽지 않은 일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서흰 이 모든걸 다 짐작하고 오늘 그런행동을 했던걸까....?
하필이면 오늘......내일이 바로 시험인데....
눈물방울이 또르르 떨어져 내렸다.
정말...정말 화가 났다.
오늘 점심시간 이였다.
서희와 둘이 써클실에 다녀오는 길이였다.
3학년 선배들과 내일 방송준비 얘길하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음악실 근처에서 동건일 봤다.
주희와 함께 ....웃으면서 장난치고 있었다.
며칠전 미팅에서 둘이 만났다고 했다.
유진이가 주선한 미팅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계획적인 미팅인것 같았다.
유진인 우리보다 주희와 더 친하게 지내는 아이니까....다 알고 주선했을 거다.
동건이 미팅 나갔다는 사실에도 화가나 있었는데....둘이 보란듯이 모두가 다니는 길목에서 장난이라니.....서희의 얼굴색이 굳어 지는걸 보고 선배들은 먼저 간다며 자릴 비켰다.
주희와 동건인 우릴 못 봤는지....둘만의 세계을 만들고 있었다.
화가 나서 아는척 하려는 날 서희가 잡아 끌었다.
오늘보니까 둘이 그동안 꽤 친해진것 같아 보였다.
예전에 둘이 사귀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지만.....마치 둘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 지낸 것 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점심도 못 먹고 서흰 계속 굳은 얼굴이였다.
방과후에 독서실도 안온다고 하는걸 내일 시험인데 그러면 안된다며 끌고 왔던 거였다.
결국 들어오진 못했지만....
동건이도 오늘 안왔다니까.....공부도 강주희 하고 둘이 같이 하나....맘 약한 앤줄 알았는데...그렇지도 않나 보다...어떻게 자기 여자친구 귀에 금방 들어갈 만한 일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할수 있는지.....이해가 안갔다.
오늘 공부하긴 다 글른것 같다.....
가슴이 답답한게 어디가서 소리라도 꽥 지르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오기전에 서희에게 전화도 하고 문자메세지도 날렸지만...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다.
얜 ...지금 얼마나 속상할까.....최동건 이 나쁜놈......걸리기만해봐...
학교에 오자 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