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이 돌아가서 독서실 버스를 타고 11시 쯤 딸 주희가 돌아왔다.
주희는 샤워를 한 뒤 내가 퇴근길에 사온 초밥을 먹는 모습을 수경은 바라보고만 있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그럼 예뻐서?"
"응 우리 딸 예뻐서"
"후훗"
"우리 주희 정말 이쁘다"
"근데 엄마!"
"응?"
"엄마... 솔직히 말해서 나 귀찮지?"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없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런 말이 어딨어?"
"엄마는 능력 있는 의사구 얼굴도 이쁘니깐 좋은 사람이랑 결혼하면 되는데 괜히 나 때문에 재미 없이 사는것 같애서"
"엄마가 말했지? 넌 내 생명이야"
"...그냥 그렇다는 거야"
"그런 생각 하지마 다시는. 알았니?"
고개를 끄덕이는 딸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핑 돌았다.
딸이 이제 이런 생각을 하다니. 가슴이 아팠다.
언젠가는 이런 통과의례가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적은 없지만 너무 빨리 다가와서 그저 당황했다.
딸의 마음이 상처 받지 않도록 잘 대처 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수경은 10년전 일이 생각났다.
주희가 4살때. 김포공항에서 딸의 손을 잡고 걸어나왔을때 부모님은 기겁을 하셨다.
내가 피곤함에 젖어 잠이 들었던 사이 엄마(주희 외할머니)는 어린 주희를 업고 시장을 가신다고 나갔다.
그리고는 돌아오실때는 혼자셨다. 잠에서 깬 내가 놀라 엄마를 붙잡고 물었다. 그때 엄마는 멍하니 이제 끝났다 좋은 사람 만나야지
이제 잊어라 잘 살꺼다 라고 내게 말했고 나는 미친 사람 처럼 추운 겨울에 맨발로 뛰쳐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