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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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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BY 올리브 2002-11-04

** 욕망덩어리 **

<그>

쉽게 만나서 쉽게 헤어지는걸 당연지사로 여기는 요즘
그녀를 만나고 나서 줄곧 생각해왔다.
영원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억에서 쉬 잊혀지는 그런 사람이고 싶진 않았다.
적어도 난 그랬다.

첫만남부터 무언가에 이끌린듯이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인터넷을 접속하면 가슴설레임으로 그녀를 기다리곤했다.
그리고 친구접속창에서 수없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었다가...
아니었다가...
그녀였다가...
그러다 그녀가 뜨면 그 설레임을 반가움과 사랑으로 변했다.
난 전화로 그녀와 이야기하길 더 좋아했다.
그녀는 세이에서의 사람이 아닌 이제는 현실의 실존인물이었으니
많은 메일이 오가길 반복하면서
또 다시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서 난 철저히 지킨것이 있었다.
인내였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난 인내를 가지고 기다렸다.
총각시절부터 수많은 사랑의 스쳐감이 있있다.
만남, 사랑 그리고 이별
그렇게 사랑하는 기술을 터득하게 될때부터
지켜오던 습관이였던 것이다.
여자들은 너무 가까이 다가서면 바로 물러난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서 이 습관이 나의 장점으로 바뀌게됨을
나 스스로도 대견스러웠했다.

절대 서두르지 않는것이다.
여자의 눈속에서 내가 보이기 시작할때까진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욕망이 꿈틀거림이 참기 어려울수록 오히려 더 천천히 다가섰다.
거기다 가끔씩 감동이란 양념을 맛보게 해준다.
여잔 큰 감동보다 사소한 작은것에 더 큰 감동을 느끼는 희안한 동물이기에..

첫만남 이후로 몇번의 만남이 지속될때까지
난 내가 해줄수있는 작은것부터 배려하는걸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것들은
단순히 그녀의 마음을 뺏는것이 아니라
그녀를 깊이 사랑하였고 그녀를 더욱 오랫동안 보기위함이었다.

후두둑 후두둑...
토요일 저녁약속에 알맞은 비가 내린다.
우연일수 있겠지만 우리 만남은 항상 비를 동반했던것같다.
맑게 개인날도 약속만 하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비를 통해서 그녀가 더 감성적이 되지 않았나싶다.
비가 오면 여자는 괜시리 감성적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헌데 내가 계획(?)했던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세번째 만남이였을것이다.
그녀는 노래방 가길 원했다.
노래를 부르다 적잖이 놀라고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그녀가 내손을 살며시 잡은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그때 내 볼에 뽀뽀하려다
내가 기절할까봐 손만 잡았다는 것이다.
이렇듯..그녀는 보기보다 적극적인 여자였다.

비도 오고해서 밥대신 술을 권했다.
적당한 알콜로 몸을 데워야 하니깐....

비를 구경하는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특히 차안에서 비를 감상하는것이 더 좋다.
세상은 우리둘뿐인듯 조용한듯하고
차유리로 떨어지는 빗물들은 점이 되었다가 다시 선으로 이어지고...
밀폐된 좁은 차안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인해 밖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창밖을 보고있었다.
성에로 가득찬 유리너머로 뭔가를 열심히 보는듯 했다.
고민하고 있음이 역력했다.
그리곤...
그리곤...

나의 눈을 마주 한채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스르륵...눈을 감는다.
조금씩 다가서는 그녀의 입김이 나를 빨아들인다.
부드럽지만 뜨거운 그녀의 혀가 내속깊이 들어온다.
천천히 내 입안에서 춤을춘다.
빠르게 격렬하게 내안에 불을 지펴댄다.
힘이 빠진다
그녀의 혀속으로 내몸안의 모든것들이 빨려들고 있는것같다.
뜨겁다.
너무 뜨거워 하마터면 눈을 뜰뻔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기억나지 않을 즈음 그녀가 속삭인다.
"내게 하고 싶은말 없어?"
대답대신 시동을 걸었다.
습기로 가득찬 유리창너머 끈적거림으로 손짓하는 곳.
금방이라도 튀어나올것 같은 내 욕망덩어리를 겨우 달래가며
차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