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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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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BY 올리브 2002-11-04

** 기억(2) **

<그>

그녀를 집근처에 내려주었다.
그녀는 처음과 같은 미소로 차문을 닫고는 타박타박 뛰어갔다.
난 그녀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그냥 있었다.
담배를 한대 물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녀가 왜 나의 지난 사랑을 물었는지 알았다.
아니,난 그녀가 물어올 질문을 이미 알고있었다.
왜 그녀가 나를 만나려고했는지도...
그녀 역시 나와같은 지난 사랑이 있었다는걸 짐작했었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였지만 도로는 한산했다.
핸드폰의 불빛이 반짝거린다.
이제 핸드폰의 줄을..십자수줄을 뺄 시기가 온것 같았다.

"꼬미"

내가 붙여준 호칭이다.
꼬마처럼 귀엽고 이뻐서 지어준것이다.
언제나 자신에게 당당했고
적당히 남도 배려할줄 아는만큼
철저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여자였다.
한마디로 자존심이 무지 강했던여자다.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가질려고 했던것 같다.
그것이 비록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할지라도 말이다.

처음엔 그냥 내옆에 있는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었다.
가정이 있는 내옆에서 그저 가끔씩 자신이 필요로 할때만
찾아주는것으로 충분히 행복해 할수있다고 말했던 그녀.

그래서...난 내곁에 있어도 좋다고 말해줬다.
사람의 욕심이란게 원래 그런것이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원하게 되는것....
소유욕이 남달리 강했던 그녀로썬 참기 힘들었지만
용케도 몇개월을 그렇게 무던히 버텨왔지만...

먼저 손을 놓아버린건 그녀가 아니라 나였다.
끝을 알기에 더이상 붙잡아 둘수 없었다.
언젠가 내게 잠자리에서 이런말을 했던적이 있다.
"당신은 날 사랑하는게 아니라 취하는것이야...."
"난 그저 당신아내의 빈자리를 잠시 메꾸어 줄뿐.."
"이렇게 당신이 떠나고 나면 내가 얼마나 힘이 드는줄
알고 있나요? "
"............."

그렇다.
더이상은 내가 있어야 할 명분이 없어진것처럼
아니,더이상은그녀에게 내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 ...너무 부담스러웠어"
"공평하지 못한 관계에서 출발한게 잘못이야"
진작 보냈어야 하는건데 왜이렇게 미련스럽게 잡아둔것인지
처음으로 후회했다.
차라리 내곁에 두지 말걸...

봄이 오기전 그녀를 보냈다.
새로 시작되는 계절의 처음처럼
그녀에게 다시 첫사랑의 감정들이 찾아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내가 아닌 다른사람을 사랑할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그리고 하나의 계절이 지나고 이제 가을...
난 또다른 사랑을 만난것이다.

"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