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3

[제9회]


BY 올리브 2002-11-04

** 불꽃놀이 **

<그녀>

살다가보면 '사랑'은 수없이 우리를 스쳐간다.
얕은 숨을 고르며 자는 아이의 얼굴에서...
깊게 패인 부모님의 주름살에서...
치열한 생존의 시장에서 지치고 돌아온 남편의 어깨에서...
하루하루가 무료하다고 외치는 친구의 목소리에서...
티브이에 나오는 동화같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에게서...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거리의 얼굴에서도...

애정,연민 ,호감,증오....
사랑은 또 다른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지나가고 또다시 지나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소위 '생활'이라는 것을 하고난 이후에는
'사랑'은
해마다 피고 지는 꽃처럼 낙엽처럼 눈처럼
그렇게 잠시 왔다가 지나가는 계절과 같은 감정이라는것을 깨달았다.
열정적인 사랑도 시간이 지나가면 식는다는 것을 이미 경험한 나이가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어쩌면 나를 뒤흔들지도 모르는
지금의 이 '사랑'도
너무나 뻔하고 안타까운 '이별'에의 전주곡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창밖으로 바다를 보았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분간할수없는 어두움속에서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만이 여기가 바닷가라는것을 실감하게 했다.
순간
어둠을 가르는듯한 가늘고 높은 소리와 함께
밝은 빛들이 그 소리를 부서뜨리며 다시 점들로 사라져 어둠에 뭍혀졌다.

불꽃놀이였다.
어린 시절 무슨 행사날이면 하늘을 찬란한 빛의 축제로 물들이는
불꽃놀이를 보면 이유없이 행복해지곤 했다.
그런데 특별한 날도 아닌데 하늘은 또 축제를 하고 있었다.
밑으로 보니 사람들이 일회용 폭죽으로 하는 모양이었다.

"와~불꽃놀이네~"
"가자"
그는 내 의사를 묻지도않고 아니, 이미 나의 답을 알기라도 한듯
나를 밖으로 이끌었다.
긴 백사장을 지나 해변 끄트머리에서 가서야 우리는 폭죽을 살수있었다.
그리곤 쪼그리고 앉아 폭죽을 쏘았다.
머리위 하늘로 불?J들이 날아갔다.
무섭고 불안했지만 난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옆에서 조용히 웃고만 있었다.
그간의 어색함도 불꽃과 함께 날려버렸다.
훗날 짧고 긴 여행에서 우리는 또 다시 밤바다의 불꽃놀이를 보았다.
그리곤 이날을 추억했다.
처음한 놀이로 끝나지 않은 우리의 사랑을 감사히 여기며...
다시 우리에게 불꽃놀이 할 날들이 있을까?

백사장을 돌아나오며 난 조십스레 물었다.
"오빠 전에 썼던 글...하필이면...그거 오빠 이야기지?"
"응..."
그는 조용하면서도 강하게 대답했다.
"이별뒤에 쓴것 같던데...왜 헤어졌어?"
"......부담스러웠어...."
난 순간 뭔가가 가슴 밑바닥으로 떨어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부담...부담이라...'
하지만 길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리곤 다시 물었다.
"왜? 미스였어?"
"응....아니...음 좀 복잡해...하지만 혼자였어..."
난 웃었다.
역시 사람들은 혼자인 여자를 부담스러워하는구나.하고
하지만 난 그의 말에서 실망보다는 솔직한 그의 태도가 좋았다.
다른 말로 포장하여 이별을 아름답게 미화시키지도 않고
그냥 담담하게 말해가는 그가...

그리곤 집으로 가기위해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해변을 빠져나오는 중에도 하늘은 불꽃놀이로 화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