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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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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올리브 2002-11-04

** 날 닮은 너 **

<그녀>

전화가 왔다.
대뜸 "어이~ 꿈동산~!" 이란다.
역시...그는 장난스러웠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않고 진지했더라면 난 그날 나가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거의 다 왔단다.

그가 기다리는 약속장소와 집은 불과 2~3분거리였다.
하지만 난 아주 천천히 걸어갔다.
머리속은 방금 통화한 "린"언니의 말로 가득한채...
' 항상 말했지...난 하나야...
모든것을 다 포기할수있는 열정과
어느 누구도 힘들지않을 상황과
무엇보다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시작해...
근데...나 공범된거 같어...이제부터..흑흑'
언니는 장난스러움으로 말을 끝냈지만 난 느꼈다.
누구보다도 내가 상처 받는거를 두려워한다는것을...

골목길을 지나 대로를 나가니 검정색 차가 눈에 띄었다.
앞으로 내가 수없이 타고 내릴 차였기 때문이었을까.
난 한눈에 알아봤다.
하지만 일부러 지나쳤다.
그는 알았을까.
그가 나를 아는체해주길 바랬다는걸....
크락션이 울렸다.
이렇게 처음부터 그는 내가 생각하는대로 모든것을 해주기 시작했다.

사람의 관계라는것은
첫만남의 10분내에 결정지어진다고 한다.
1분만에 호감을 느끼고...
10분안에 사랑을 느끼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리드하는것까지도 이때 정해진다고 한다.
우리는그랬다.
첫눈에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고 난 그를 리드했다.
그래서 편했을까?
편안했다.
그의 차에 올라탔을때도...
바닷가로 갈때까지도...
이미 오래전부터 만난 사람인양

그는 참 편안한 ㅡ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편안함"이라는 이 표현이
그에게 항상 상처로 남아있었다. 설레이는 이성과 다른 동성적 느낌이 강하다는 이유로...난 두고두고 후회했다.
다른식으로 표현하지못한 나자신을...ㅡ 사람이었다.
연신 떠드는 나를 보다가 한번씩 웃어주는 일뿐 별다른 말도 하질 않았다.
그래서인지 차를 시키는 그를 앞에 두고 난 맥주 한병을 시켰다.
낯선 남자앞에서 처음으로 술을 시켰다.
어쩌면 난 미리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는 절대 내가 싫어하는 그 어떤것도 하지 않으리라는것을....

솔직히 난 알았다.
그가 나를 사랑하게 될것을....
나를 보며 웃어주는 그의 부드러운 눈웃음속에서...
그의 수줍음속에서...
난 그의 모든 모습에서 나를 보고있었던것이다.
지난 여름 사랑에 빠진 나의 모습을...
사방이 모두 유리인 그 커피숍을 울리던 음악이
임창정의 ' 날 닮은 너'였는지 그는 몰랐겠지.
말 없는 그를 대신해 난 쉬지않고 말을 하는 나를 멈추게 한것도
그 음악 때문이였는지도...
마음 한 구석이 싸아하게 시려왔다.
나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사람...
그가 앞으로 지게될 고통과 힘든 상황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내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왜 그를 걱정하는지....

그래서 일부러 난 더 그를 편안하게 느낄려고 하고 대했던것 같았다.
그러면 더이상의 진전도 없고 대충 끝날거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그는 첫인상처럼
조용하면서도 유머가 있고
부드러운 그의 눈웃음속에 배어있는 왠지모를 어두움
그 어두움의 그늘이 섬세한 그의 감성을 더욱 빛나게 하는
델리게이트한 남자였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를 볼수가 없었다.
그의 눈빛을 보면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었고
그저 멍해졌다.
그럼 들킬것만 같았다.
나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