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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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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올리브 2002-11-04

** 기억속으로...(1) **

<그>

남주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또...
다시...
아닐지도 모른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사랑'이라는 감정이 나에게 들어온다는건 혼란스러운 일이다.
아니...
'그녀'와 남주는 분명히 다를것이다.
남주는 기혼에다가 아이도 있고 항상 행복하게 지내는 여자이니까...
만나도 사랑따윈 할수없을꺼야.
'하지만 왜 만날려고 하는거지?'
이런저런 생각을 비집고 아직도 윤도현의 음악은 사무실까지 퍼져있다.
문득 핸드폰줄이 눈에 띈다.
'그녀'가 직접 수놓았던 십자수 핸드폰줄...

그날도 이렇게 이유없이 외로웠었다.

(기억.1)
"여보세요"
표준말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다.
한동안 아무런 말도 못한채 수화기만 들고있었다.
문득, 난 표준말쓰는 여자랑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사춘기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라
조소를 금치 못했다.

채팅으로 가르쳐준 전화번호로 전화하기까지
무려 한달이란 시간이 걸린지금에서야 전화를 한 이유가 뭘까?
건,아마도 다시는 사랑같은걸 하고싶지 않아서 였다고 억지부리고 싶었다.

"안녕... 잘 있었니?"
"누구...세요?"
"여기 부산이야"
"아~~~!! 왠일이세요? 전화번호 가르쳐준지가 언젠데..
오늘은 무슨 용기가 나서 전화를 하셨을까?호호호"

비웃음이 다분히 섞여있음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아..그냥 날씨가 하도 좋아서요..후후"
별 할말은 없었지만 단지 궁금해서 전화했던것이다.
어떤 목소리를 가졌는지...
정말 서울말씨를 쓸까?
내 전화받고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이런저런 이유가 궁금했을뿐이다,,처음에는.

한번 시작된 통화로 그 다음은 덜 어색해지는건 분명하다.
대화방에서도 자주만나고
전화도 더 자주 하게되고
이런게 싫어서 참아왔었는데...
한번 터진 봇물처럼 쉼없이 감정들이 오고 가기 시작할무렵.

"보고싶은데 한번 놀러와라 오빠"
"그래? 언제쯤 갈까?"
"오늘 당장 올수있어?"
"그러지"

첨엔 그랬다.
3시간 가량 걸린다는 말만 믿고
오후일찍 서둘면 한밤중엔 돌아올수 있을거라고..
오후6시쯤 출발해서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도착했다.
그것도 약속장소에서 한참이나 지난장소에서...
나중엔 안거지만 택시비가 무려 3만원이나 나왔댄다.빌어먹을...

그렇게 첫만남은 빌어먹을만큼 내가 멍청했다.
작은키에 귀여운 외모의 여자.
나이에 비해 많이 어려보였다.
기다리는 동안 술을 마셔서 얼굴이 붉다고 말한게 첫인사다.

해변에 있는 커피?痔막?가는동안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채
밖에만 쳐다보고있다.
창문에 반사된 그녀의 얼굴은 긴장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아마도 술을 마시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워 하고 있군..
나역시 어색함을 감추지 못한채..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