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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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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BY 김隱秘 2002-12-20

저녁 식사는 순수한 산음식이었다. 토끼요리는 살이 질기고 뼈가 억센 법이지만 이 집의 요리는 달랐다. 보드랍고 순하고 수육처럼 만들어 접시에 깔아 놓은 모양이 보기도 좋지만 먹기에도 참 편했다.

"이사님, 우리 친구들에게 영 내놓지 않는 별미인데 이사님 왔다고 이 특요리를 내왔네요^^"
"네..감사합니다. 정말 맛있네요. 평생에 이런 요리는 첨이구요 hh"

별장여자는 그냥 미소만 짓고 있었다. 미소도 참 촌스럽고 순박하다. 이쁜 구석은 찾아 볼 수 없다. 그저 순후한 시골의 아줌마 모습인데...그림 그린 것들을 보니 정말 놀라웁지 않은가. 하기야 예쁘다고 노래 잘하는 것도 아니지...예술은 어느정도 소질이 있어야 하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타고난 재질이 있어야 쉬이 성공하는건 아니지만 워낙 문외한 들이 대성하기는 쉽지 않은 세계가 예술 아니던가

식사가 끝나고 후식이 나오고..우린 가끔씩 농을 썩어 서로의 맘0을 익히며 시간을 보낸다.
밤이 점차 깊어지고 언제 가려는지 란같은 여자 순미씨는 움쩍도 않는데...핸드폰이 울린다.
실례가 될 것 같아 대청쪽으로 나가는 나를 보고 두 여자가 웃는데 란같은 여자가 피곤한지 아랫목에 눕는 것이 눈에 들어 온다.

"여보세요."
"응, 나다. 윤식이..어디냐?"

늘 하는말이 어디냐? 뭐하냐인 놈의 전화다.

"응, 여기 별장에 왔지.."
"뭐, 별장..세월 좋네..누구랑?"
"응, 사모님하고.."
"야임마 너 사고치지마 정신차려 임마"
"사고는 무슨 사고..근데 왜 전화 했어?"
"응, 그거 대상자 찾았냐?"

그랬다. 오늘 기회를 보고 있는중이 아닌가. 김포에 갈때부터 챤스를 봤지만 마땅한 기회가 없었던차다.

"응, 오늘, 잘하면..."
"그래..알았어. 연락해..돈 떨어졌냐? 내일 좀 넣어줄께.."

놈은 벌써 전화를 끊었다. 담배를 하나 빼문다. 마침 앞에 옹기 잿털이가 서 있다. 이 잿털이는 누가 사용하던거야..그렇겠네. 저여자 남편 교수라는 사람이 사용하던 것이겠지..
담배연기가 식후라 참 맛있다. 폐부를 돌아 나오는 숨먹은 담배 연기를 동그랗게 말아서 뱉어 본다. 바람이 없어서인지 고리를 만들고 올라가다가 제 갈길로 흩어진다.

담배가 다 탓다. 난 더 서성일 수가 없어 방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윤식이가 내게준 자그만 광선총을 만지작 거려 본다.
오늘은 저 란같은 여자에게 이 비기를 설치(?)해야지. 몸에다 쏘이기만 하면 된다고 했잖아.

"들어 오세요. 얘는 피곤한가봐요. 이사님도 좀 기대세요. 저기 의자 있네요. 제가 나가서 단술좀 가져다 드릴께요. "
"아...네, 배가 불러서.."
"배가 부를때 먹으면 금새 소화가 되거든요.."

별장여자가 문을 열고 나간다.
아랫목에 란같은 여자가 머리를 괴고 깜박 토막잠을 자나보다. 얼굴을 쳐다보니 정말 곱다.
뽀뽀라도 하고 싶다는 순진한 생각이 스친다. 아니 꼬옥 안아주고 싶은 충동도 일어날 것 같아 불안하다. 아니지, 지금 내가 해야 할일은...

난 손안에 들어가는 작은 총을 꺼냈다. 그리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 갔다. 긴장 공포....
어서 끝내야지..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움직인다. 그리고 번쩍 눈을 뜬다.
"피곤하신가봐요?"
"아니, 이사님 혼자 계셨네. 실수할뻔 했네요. 침이라도 흘리고 자면 어째요.."

벌떡 일어나 앉는 그녀의 행동에 난 질겁할뻔 했다. 내 꿍심이 들키지 않았을까...

"사모님 주무셔서 잠깐 나갔다 오려고 일어 나던중이예요"

난 변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눈치 채지 않은게 확실하다. 하기야 특별한 행동을 하게 없으니...
어색한 분위기 속으로 별장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 섰다.

"아니, 왜 서 게세요?"
"네, 주무시기에 밖에좀 나가 달구경 하려구요..."
"그러셨구나. 이거 한잔 드시고 저하고 산책로 한번 돌아요. 이 친구 놔두고"
"내, 그게 좋겠네요.."

나는 얼른 승락 했다. 어서 란같은 여자의 이목에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난 별로 내키지 않는 산책을 하자고 반갑게 말하고 있었다. 란같은 여자가 묘하게 웃으며 빈정댄다.

"아주 금방 친해지셨네..좋으시겠어요 이사님 어서 다녀 오세요. 전 좀 더 쉴께요.."

별장 여자와 난 대청을 내려와 신을 신고 서서히 산책로로 접어들고 있었다. 달이 숲 사이로 빛을 뿌리고 스산한 바람은 나무잎에서 잠자다 몸을 뒤척거리는지 바스락 댄다.
한참동안 그녀도 나도 말이 없었다. 정말 무슨말을 하여야 할텐데..별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