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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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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BY ich63 2002-12-05

선배의 몸은 뜨거웠다. 아프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사람의 체온이 올라갈 수도 있는 것일까? 하기사 몇년전, 비행기화장실 내부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는데 불을 끄려고 문을 열었더니 한쌍의 남녀가 어우러저
키스를 하고 있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얼마나 키스가 뜨거우면 화재경보기가 울릴까? 그 기사를 읽고 그렇게 까지 뜨겁게 키스할 수 있는 그들이 무척이나 부러웠었다. 바야흐로 나의 몸도 마음도 데워지고 있었다. 아직 뜨거운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와는 조금 다른 들뜬 기분이 나의 체온을 변화시킨 것인가. 마음속으로 두마음이 싸우고 있다. 지금 일어서야 한다. 아니다. 딱 한번이라고 좋으니 나를 절실히 원하는 사람과 자 보고 싶다. 자 보고 싶다. 자 보고 싶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아니 너무 오래전에 원했던 사이아닌가.
우리의 결혼생활 이전에 원했던 감정. 차라리 그때 같이 잤더라면 이렇게 미련이 남진 않았을 텐데. 사회적 , 도덕적 굴레가 우릴 멈추게 했고 그 결과 이렇게 질기게도 오랫동안 우리에게 미련을 갖게 만든 것일까? 선배의 손이 내 몸을 쓰다듬었다. 내 얼굴을 , 귀를 ,목덜미를 그리고 나의 등을. 아주 조심스럽게, 언제 튕겨져 일어날 줄 모르는 작은 연인의 몸을 만지면서 선배는 떨고 있었다.
"추워? 왜 자꾸 떨어?"
선배는 나를 꼭 안으면서 속상였다.
"니가 도망갈까봐. 널 떠나고 십오년동안 헤맸는데 니가 또 떠나버리면 또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두려워. "
"그랬어? 하지만 우린 오래갈 수가 없어. 이런 관계로는 더더욱."
"널 갖고 싶어. 한 번 만이라도. 안 될까?"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선배는 더 이상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입술로서 입을 막았다.
우리는 딱한번만이라고 중얼거리며 서로를 탐닉해 들어갔다. 우리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빠진 것이다. 소용돌이에서 제대로 나오려면 버티면 안된다. 몸을 가만히 내버려 두고 저절로 빠져나올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나는 은근히 그 소용돌이가 길게 이어지길 바라고 있었다.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사정을 끝낸후 선배는 나를 안으며 말했다. 나도 마음속으로 그랬다.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고 머리를 만지며 선배를 바라보았다.
"선배, 오늘 일은 모두 꿈이야. 앞으로는 꾸어지지 않을 꿈. 이젠 가 봐야 겠어. "
"저녁먹고 가지."
"아냐, 애들 저녁챙겨줘야지.이젠 가게 나오지마. 손님들 시선이 부담스러워."
"이게 끝이니? 이젠 못만나? 이게 널 가진 대가야?"
"미련을 없애려고 그런거야. 이젠 선배도 가정을 찾아.선배가 가든 가족을 불러 들이든. 난 이제 선배 안만날거야. 잘 살아요.내 첫사랑"
나는 선배의 안타까운 시선을 뒤로 하고 집으로 왔다. 집은 아이들이 어질러 놓아 엉망이었다. 옷을 주섬주섬 주워 세탁기에 집어넣고 대충 청소를 했다. 머리속이 윙윙거렸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힘든 하루였다. 저녁은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애들과 시켜먹었다.
"엄마, 어디 아퍼?"
아들이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아니다. 엄마가 죄를 지어서 그렇단다. 너희도 하면 안되는 줄 알면서 너무 하고 싶을때는 어쩔수 없이 하지 않니? 엄마도 오늘 그랬단다. 그래서 힘이 드네.'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