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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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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BY ich63 2002-11-26

아내가 보인다. 반가워서 다가서려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선다. 아내는 그 남자와 포옹을 하며 환히 웃는다. 내 아내가 달라보인다. 분명 내 아내 서인이 맞는데 왜 저리 달라 보이는 걸까? 둘은 꼭 붙어서 호텔방으로 들어선다. 안돼. 소리친다. 안돼 안돼.
옆에서 누군가 흔들어 깨운다. 나쁜 꿈인가보네.

아직도 멍하다. 안왔어야 할 여행이었다. 오래전부터 아내는 가족끼리 해외여행한번 다녀오자고 노래를 불렀다. 나중에. 나중에 가자고. 아내는 올여름 휴가를 다녀오더니 같이 여행가자는 말은 안겠다고 했다. 울려대는 전화때문에 숙소를 잡아두고도 돌아와야만 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휴대폰을 꺼놓으라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결국 아내와 아이들만 바닷물에 들어가고 명준은 밖에서 사진만 찍다가 돌아왔다. 그런 명준이 일주일 예정으로 중국을 다녀오겠다고 했을때 아내는 심드렁했지만 알아서 하라고 했다. 허락으로 알았다. 여행을 떠나는 날에서야 그것이 허락이 아닌 불만임을 알았다. 하나 이제와서 되돌릴 순 없다고 생각했다. 돌아온 후에 가족끼리 가까운 곳에 다녀오면 풀릴거라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 아내는 본척도 하지 않았다. 도착해서 집으로 전화를 했으나 아내는 받지 않았다. 할수 없이 일요일 밤에 가게로 전화를 했다. 가게는 발신자 표시가 뜨지 않는다. 반갑지 않은 전화인양 아내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서인아, " 전화기너머로 웬 남자가 아내의 이름을 부른다. 누구냐는 질문에 친구라며 바빠서 끊겠다고 한다. 평소의 아내가 아니다. 아내는 내 전화를 늘 반가워 했었는데. 아내와의 통화때문에 그런 꿈을 꾼 것일까? 지금이 5시니까 거긴 6시겠지. 거리는 꽤 먼데도 시차는 한시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참 자겠구나.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잠은 이미 먼 여행을 떠나버렸다. 돌아오려면 한 나절은 지냐 할 것 같다.

아침 일찍 아내는 나갔는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자면서도 전화가 울리면 손을 뻗어 수화기를 집어드는 아내다. 전화받지 말고 자라고 하면 중요한 전화면 어떡하냐던 아내였다. 있으면서 안 받을리 없다. 잠결에 발신자 확인하지도 않을 것이고. 남은 일정이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