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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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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BY ich63 2002-11-24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일민은 벌써 허탈하다. 두시간즈음, 그것도 거의 그 자리에서만 있다가 갔는데도 서인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일민은 가만히 쇼파에 가서 앉아본다. 다시 살며시 누워 서인이 덮었던 담요로 몸을 감싼다. 따뜻한 느낌이 전해온다. 이 담요속에 같이 누워있다면, 아니 손만 잡을 수 있다면 , 아니 옆에 , 아니 이 공간에 있기만 하다면. 서인이 두고 간 머리핀이 보인다. 손을 뻗어 가만히 쥐어본다. 얼굴에 대어본다.가슴에 보듬어본다. 일민은 머리핀이 서인인양 핀을 안고 잠이 든다.

툭.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일민은 잠을 깼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서인의 머리핀이 떨어져있다. 팔을 뻗어 핀을 집어든다. 하늘빛이 감도는, 보석이 박힌 예쁜 핀이다. 여름에 샀을 것 같은 시원한 느낌이다. 요즘 하기엔 조금 추워 보인다. 서인에게 한번도 선물을 한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계절에 어울릴 핀을 선물하고 싶었다. 항상 마음에 걸렸다. 결혼한다는 말을 들었을때 만나서 축하하고 선물을 사주지 못한 것이. 꼭 무언가 큰 것을 하나 해주고 싶었었다. 담요를 밀쳐내고 일어난다. 지갑을 꺼내 돈을 세어본다. 넉넉하진 않은 것 같다. 서랍을 열고 카드를 꺼낸다. 청구서 날아들면 놀랄일이 많아 평소엔 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갑자기 지갑이 두둑해 진것 같다.

백화점엔 사람들로 붐빈다.경제가 나쁘니 IMF가 다시 왔느니 해도 여전하다. 머리핀 매장으로 갔다. 유리너머로 핀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꽃단장하고 남자를 유혹하는 창녀들 같다. 제발 날 좀 사 주세요. 무얼 도와드릴까요? 찾으시는 게 있습니까? 다행히도 직원이 말을 건다. 이렇게 찌르는 핀 있습니까? 일민은 손을 머리뒤로 가져가며 말한다. 아, 예. 매장 직원은 핀을 서너개 꺼내 놓는다. 짙은 브라운 빛의 핀을 집어 들었다. 이걸로 하시겠습니까. 일민을 카드를 꺼내 준다. 카드전표에 찍힌 숫자가 만만치가 않다. 머리핀이 장난이 아니구만.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나온 김에 영화나 한 편 볼까?
9층으로 올라가 영화포스타 앞에 서서 읽어본다.
"어 , 안녕하세요?"
누군가가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일민이 여전히 포스타만 보고 있자, 다시 소리가 들리다.
"엄마, 엄마 선배아저씨 맞지?"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니 서인이 있다. 아들과 딸인 듯한 여자아이와
함께.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두아이들이 동시에 인사한다.
" 혼자 궁상맞게 영화보러 왔어요? 집에서 비디오나 빌려보지."
"혼자 놀러가는 것보다는 영화보는 게 낫지 않냐. 영화보러 왔어?"
"I am Sam. 보여 줄려구요. 맨날 싸우는 것만 봐서 마음을 순화시키려고. 선배는요."
"글쎄, 얘들아. 아저씨도 같이 봐도 될까?"
애들은 대답대신 엄마를 쳐다본다.
"같이 봐요. 표 타올게요."
서인이 벌써 줄을 선다. "그럼 우린 간식 사러 가자. 뭐 먹을까?"
"전 팝콘과 환타."
" 전 오징어 구이 ."
"그래 다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