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은 자동차를 세우고 약간 조심스럽게 물었다.
"갈때가 마땅찮아서 내 오피스텔에 가려는데 괜찮겠어?"
평소보다 더 늦은 탓에 서인은 몹시 피곤하였고 편한곳이 좋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고는 따라나섰다. 오피스텔은 혼자살기엔 별 불편함이 없어 보였고 생각보다 깨끗하였다.
"우리집보다 더 깨끗하네."
"어질러는 사람이 없으니까."
"난 맥주.이상하게도 난 맥주만 취해. 다른 술은 아무리 독해도 안취해. 소주도 마셔보고 양주도 마셔봤지만 맛있는 줄도 모르겠고 취하지도 않아. 맥주가 최고야. 2캔만 마시면 약간 붕뜨는 느낌이 들면서 아주 기분이 좋아요."
서인은 말이 조금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민은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씻는다. 서인이 도와줄 량으로 다가섰더니 "손님은 가만히 있어."라며 소파에 앉힌다. 서인은 쇼파에 앉아 여기저기를 쳐다본다. 가족사진과 책상,컴퓨터......
둘은 맥주캔을 부딪힌다. 서인은 쭉 들이켰으나 일민은 한모금 마시더니 이내 내려 놓는다.
"왜 안마셔요?"
"너 데려다 줘야지. 택시 태워보내기도 그렇잖아."
"하기사 여자가 아침부터 술냄새 풍기며 택시타는 것도 꼴불견이네."
맥주의 시원함이 정신을 들게 했으나 이내 졸린다.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어제 못잤으면 낮에라도 잤어야 했는데 속상해서 잠도 못잤더니 몸이 가라앉는다. "졸려." 서인의 얼굴을 보더니 일민이 담요를 들고 나온다. "한숨자." "가야돼. 애들만 있어요. 가서 아침챙겨줘야돼."잠시만 눈부쳐. 깨워줄게. 너무 피곤해 보여."
서인은 마음과 달리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일민은 물끄러미 서인의 자는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머리뒤로 집은 머리핀이 불편해 보여 머리핀을 풀어주었다. 숱많은 머리가 풀어져 얼굴에 엉키었다. 머리칼을 치우고 담요를 덥어주었다.
일민은 컴퓨터를 켰다.아내와 아이로 부터 메일이 와 있었다.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방학때 갈게요. "
-여보 미안해요. 미역국도 못끓여주고. 친구만나 꼭 맛있는 것 사먹어요.-
내일이 내 생일 이구나. 일민은 생일상을 받고 싶었다. 아내가 있을땐 무슨 젊은 사람 생일이냐며 탐탁치 않아했는데 혼자가 되다보니 모든 것이 그리워졌다. 시계가 8시를 울린다. 서인을 깨운다. 서인은 시계를 보더니 서두른다. 말없이 따라오던 서인이 아파트앞에 다와서 "고마웠어요. 다음에 맛있는거 사줄게요." 하더니 아파트안으로 들어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