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은 꿈을 꾼다. 꿈속에서 서인이 울고 있다.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서럽게 울고 있다. 그 걸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갑자기 조급증이 생겼다. 조급증이 생긴들 무얼 할수 있겠는가. 새벽녘, 남편있는 여자에게. 그래도 마음이 초조하다.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내려놨다 하다 결국 번호를 누른다.
"여보세요."
아직 영업이 끝나지 않았나 보다. 목소리나마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다소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다. 남편은?"
"출장갔어요."
"혼자 있어?"
"손님하고 있지요."
"손님하고."
"손님은 방에서 노래하고 나는 카운터에 있고."
서인의 놀리는 듯한 목소리다.
"나갈게."
"괜찮아..."
말도 끝나기 전에 전화가 끊기더니 이내 일민이 들어선다.
"날아왔어요?"
"니가 날개 보내지 않았냐? "
둘은 마주 보더니 이내 웃고 만다.
"어디로 출장갔어?"
"중국,5박6일로"
"무슨일로 중국까지."
"글쎄, 무슨 일이 있겠죠."
"넌 남의 말 하듯하냐?"
"선배는 아내일 시시콜콜 다 알어?"
"그거랑은 경우가 다르지.우리는 떨어져 살고 니네들은 같이 살잖아."
"별반 다르지 않아요. 나 그런 얘기 하고 싶지 않아."
팡파레가 울리더니 안녕히 가시라는 멘트가 흘러 나오고 손님들이 몰려 나온다.
"끝난거니? "
"한팀더 남았어. 얘기 하나봐. 조용하네."
"5시반이다.뭐하는 사람들이기에 이 시간까지 노냐?"
"내일 일요일이잖아.아니 이미 일요일이지. 내가 잠들었다 깨지 안으면 날짜가 바뀌지 않은 것같아. 일 끝내고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 카페하는 사람들, 식당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도 풀어야 살지 않겠어요?"
"넌 언제 푸냐?"
일민은 퉁명스럽게 던져본다.
"나,음 오늘 풀어볼까? 선배가 책임질래."
일민은 그 말에 아래가 뻣뻣해 옴을 느낀다. 어떻게 책임지란 말인가. 책임져. 그말을 참 오랫동안 듣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다른 방에서도 안내멘트가 나온다. 이제 끝났나보다.
"어디 갈까?" "술이나 한잔 했으면 좋겠어."
일민은 갈만한 곳을 생각해본다. 그러다 이내 시간이 6시가 넘었음을 알고 단념한다. 그 사이 서인은 간판을 끄고 뒷정리를 한다.
"내 차 타. 어차피 술마시면 운전도 못할텐데."
서인은 말없이 조수석으로 가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