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남편에게도 상처가 있었던 것인가. 남편은 올봄 사이버대학에 입학하였다.40 도 훌쩍 넘은 이 나이에 나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아마 떨어지면 창피할까봐 비밀로 한 것도 같다. 끝까지 읽은 책이 하나도 없다든 남편이라 염려가 되기도 했으나 남편은 생각보다도 훨씬 공부에 열중하였다. 스타디도 나가고 메일도 주고 받으며 때때로
강의를 들으러 학교로 가기도 하였다. 열심인 남편이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자기만 즐긴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과가 과인지라 아줌마 아저씨가 많았으나 아가씨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눈치를 보아하니 공부만 하러 다니는 것도 아닌것 같았다. 단합대회를 한다며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시키질 않나 1박2일 MT를 다녀오기도 했다. 즐길 줄 모르던 사람이라 그런 맛도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기특한 생각이 들다가도 늦어지거나 혼자 바쁘게 가게를 볼때면 억울한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돈버는 기계, 남편은 돈 써는 사람. 기계와 사람의 결합이 어찌 문제가 없겠는가. 나도 사람이고 싶고 사람과 살고 싶은 평범한 여자라는 걸 남편은 잊은 모양이다.
어쨌든 남편은 중국으로 떠났고 나의 섭섭함은 말을 잊게 했다.
짐을 싸는 것을 알면서도 자는 척 했고 다녀온다는 말에도 들은 체하지 않았다. 마음이 불편할 것인 줄 알지만 내 마음이 더 불편하여 배려하고 싶지 않았다. 순간적이었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마음이 아플 것 같지 않았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이혼은 사람들에게 색안경을 끼게 한다. 저 부부는 왜 헤어졌대. 여자에게 문제가 있었데 아니면 남자에게. 겉보기엔 괜찮아 보였는데 .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사별은 조금 관대하다. 이혼녀보다는 미망인이 여러모로 낫다는 생각이 든다. 재산면에서나 사람들의 시선면에서나. 이런생각까지 들게 만든 남편이 증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