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은 여전한 얼굴로 가게로 들어섰다. 아르바이트가 손님이 찾더라는 얘기를 전하고는 퇴근을 했다. 단골손님이라 여기며 카운터에 그냥 앉았다. 잠시후 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나오니? 직원들이랑 왔다."
나는 웃음으로 대신했다.
"니 아들놈 똘똘해 보이더라."
"선배아들하고 비교하면 누가 더 ?I찮아요? 물어보나 마나지만.
아들하고 부인보고 싶죠? 언제 돌아올 계획이죠?"
"2년 계획으로 갔어. 그런데 돌아올 뜻이 없어 보여. 이대로 홀로 늙어 가는건 아닌가 싶다."
"따라 가지 그래요?"
"내가 거기 가서 뭘하겠니? 여기서 돈이나 벌어 붙여줘야지. 난 돈버는 기계가 된것같다. 이렇게 살려고 했던건 아니었는데."
"원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다들 타협하며 절충하며 사는 거지."
"그래도 요즘은 저녁밥해놓고 기다리는 아내가 그립다."
둘이 얘기를 하는 중에 앞 카페에서 아가씨가 손님과 오더니 선배에게 인사를 한다.
"아는 사인가 보네요."
"우리가게 종종 오세요. 오시면 문닫을 때까지 계시다 가곤하는데.
가끔씩 요 앞에 차 세워놓고 누굴 기다리기도 하던데. 누구랑 같이 온적은 없는 것 같네."
카페 아가씨가 손님과 같이 룸으로 들어가자 선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배 이동네 자주와요? 별 좋은 현상이 아닌데. "
"아냐.~ 한번씩 걱정이 돼서. "
"저 때문에 오시는 거예요? 전 염려 안하셔도 돼요. 앞으로 못오게 해야겠네. 난 동정받고 사는 거 싫단 말예요. 동정받을 만큼 나쁜 상황도 아니고."
"그래도 별난 손님이 있잖아.여자 혼자 감당하기 힘든 손님 말이야. "
"남편 있는데 선배가 무슨 걱정이야. 또 그러면 나 선배 안봐."
"알았다. 혹 남편없는데 상황이 안좋으면 언제든 연락해라. 항상
대기하고 있을테니까."
나는 선배에게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편에게선 느끼기 힘든 감정이다. 남편은 동갑내기에 늦둥이라 대체로 내게 의지를 한다. 무슨 일을 시작할땐 들뜨서 열심이다가도 조그만 안되면 한발 뒤로 물러나 "어떡하지.정리해버릴까?" 내게 자문을 구한다. 자문을 구한다기 보다는 해결하라는 표현이다. 그럼 나는 또 씩씩 거리며 해결방법을 찾아본다. 한때는 이사람이 내 생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혼을 고려해 본적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생부가 최고이고 그것 말고는 별다른 불만이 없어 마음을 접었다.
그나마 내가 가진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깨질까봐 두려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