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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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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ich63 2002-11-07

일민은 요즘 계속 머리가 띵하다.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가. 그날 서인을 만난 그 이래로 제 시간에 자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새벽녘이 되면 잠이 깨어 꼭 운전대를 잡게 된다. 서인의 간판불이 꺼지고 차가 출발하는 것을 봐야만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것 같다. 그나마 남편과 같이 나오는 날은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만 혼자 나오는 날은 집까지 따라가 주차장에서 나오는 걸 확인해야만 했다. 이런 생활이 벌써 한달째다. 오늘은 안나가야지 다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가족이 옆에 있다면 절제할 수 있을텐데. 아내가 있었으면 잔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안 나갈텐데. 무한한 자유가 부담스럽다.
서인은 한번도 내쪽을 바라다보지 않는다. 나는 서인바라기가 된
듯 싶다. 가슴속에 죽어있던 조그만 불씨가 토닥토닥 불꽃을 내며 다시 타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한번만 다시 안아볼수있다면, 그 입술 그혀의 감촉을 다시 한번 느껴볼수 있다면. 아내없이 살아도 여자가 그립진 않았다. 전혀 욕망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참을만 했다. 참고나면 오히려 해냈다는 자긍심까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거의 매일 꿈을 꾼다. 꿈속에서 서인과 사랑을 나눈다. 내 오피스텔에서, 러브호텔에서, 심지어 내 차안에서까지. 서인을 안고 입술을 빨고 그 보드라운 가슴을 핥으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서인도 나를 안은 채 헐떡거린다. 아~ 아~아~. 절정의 순간에 영락없이 꿈을 깬다. 꿈을 꾸고나면 팬티뿐만 아니라 이불까지 흥건히 젖어있다.
아내가 있을 때도 매일 하지는 않았다. 아내가 힘들어 하기도 했고
원하지도 않는 아내와 하는 것이 별 즐겁지도 않았다. 지금은 잠결에서나마 매일하며 동시에 자괴감에 빠져있다.
아무래도 아내를 불러들여야 겠다. 지금 날 붙들어 줄 사람은 아내와 아들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