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누군가가 노래를 부른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도무지 알 수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같아.
그래 산다는 건 참 쓸쓸한 일인 것같다. 가슴아래에서 또 슬픔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가슴과 배 사이에 어떤 개울이 있어 감정의 홍수가 나면 그 개울에 슬픔이 흘러 다닌다. 파도소리같기도 하고 시냇물소리 같기도 하다. 이소리가 들리면 위험신호다. 곧이어 위경련이 일어나고 머잖아 삶에 의욕을 잃고 자살 충동에 휩싸인다.
어릴때부터 자살은 내 희망이었다. 기억상실증 환자가 너무 부러웠다. 현실을 잊고 나의 굴레로 부터 벗어나는 꿈을 무수히 꾸었다.그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자살은 안되었다. 자살은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모든 종교가들이 말했다. 적어도 남들이 자살이라고 눈치채지 않을 방법이 필요했다. 하느님까지도 속일 수 있는 방법. 교통사고나 강도를 유인하거나 무거운 책장에 깔려 죽는 것등등.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는 그런 막다른 생각까지 가지않으려 무수한 노력을 한다. 십자수도 놓고, 퀼트도 하고, 가벼운 책도 읽고.
생각을 비우는 데는 단순노동이 최고다. 십자수나 퀼트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단순노동이라는 표현이 기분나쁘겠지만 내게는 그렇다.잡념을 갖지 않게 하는 일. 남편과의 불화가 있을 때면 꼭 하나의 작품을 만들곤 한다. 그 것이 완성되면 물론 내가 먼저 남편에게 화해를 청한다. 별 것도 아닌 일로 시비를 걸기시작하여 말문을 튼 다음 육탄 공세로 나간다. 남편팔을 빼내어 팔베개하고 가슴에 안기면 처음엔 뻣뻣하다가 이내 꼭 안아준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세탁기 버튼을 누르면 세탁, 헹굼, 탈수까지 자동으로 넘어가듯 인간
특히 상대의 육체를 알아버린 사이에서는 그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버튼을 눌러버린 것이다. 누군가가 끄기 전엔 자동이다. 두 몸이 합해지고 나야 완전한 화해를 한것같다. 아무래도 오늘밤 시도를 해야할것같다. 한계가 가까워 진것 같다.
자식들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프다. 내가 사랑을 많이 주면 줄수록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이 당연하다. 감사가 아닌 당연함.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한 보상인양 난 애들에게 너무 각별하다. 다른 엄마들과 수다떨고 놀다가도 저만큼에서 아이의 모습이 보이면 손뼉까지 치며 호들갑이다. 우리 딸 , 우리 아들 하면서. 다른 엄마들이 유별스러워 하는 눈을 의식해야만 또 내가 오버했구나 느낀다. 그러면서도 또 가슴에 슬픔이 흐른다. 쟤들은 내 이 감정들은 닮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금 미움을 받더라도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일일이 신경쓰며 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이 외로움을 ,이 쓸쓸함을 말이다.
현관 벨누르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비밀번호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얼른 방문 뒤쪽에 숨는다. 아들은 엄마부르며 안방에 들어와서 이내 나를 찾고는 씩 웃는다.
"엄마는 거기 밖에 못 숨어?"
나도 웃으며 팔을 벌린다. 아들은 내품에 와서 안기곤 이내 지 방으로 간다. 거기엔 엄마보다 좋은 컴퓨터란 친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