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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청소년 스마트폰 제한 제도가 생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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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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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ich63 2002-10-28

"딩동딩동"
사람만나기 싫어 모니터로 눈이 간다. 동준엄마다. 집이 여전히 어질러져 있지만 문을 열어준다.
"어서와"
"살아있긴 하네."
"얼굴꼴 보니 이집 삐돌이 아직 안 풀렸구만."
나는 대답대신 피식 웃었다.
"이번엔 오래 가네. 숨막혀 못참는다며."
"내가 먼저 손 내밀기 싫어졌어. 속없는 여자로 너무 오래 산것 같아. 그렇게 사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 사십이 되니까 허망해지네."
"왜 싸웠는데?"
"돈 때문이지 뭐."
"아직도 생활비 안줘?"
"돈이 없대. 수금을 못했대나."
"남자치고 마음이 너무 약해, 유진아빠. 샐러리맨 체질인데."
"글쎄말이야. 하지만 내가 살림만 하는 여자라면 저렇게 여유로울수 있겠니. 무슨 대책을 세우겠지."
"자길 믿는 거지."
"나만 믿는 거 지겨워. 일벌릴땐 신이 나서 뛰어다니다, 조금 어려워지면 쏙 빠질려고 하잖아. 나도 이젠 보호받고 싶어."
"남편 사랑한다며? 우리 남편 우리 남편하더니 왜그래?"
"사랑하며 살고 싶어 발버둥친거야. 내가 타락하지 않기 위해,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기 최면을 건거지. 난 남편을 사랑한다. 내 남편이 최고다. 너무 욕심을 내다 더 나빠질수도 있다.
그래도 애들에겐 생부가 최고다. "
"그래도 유진아빠 착하잖아."
"그게 그사람 면죄부야. 하도 못난 남자만 봐와서 자족하면 사는 거지. 그런데 자긴 어때? 요즘도 집에 못오게 해?"
"오면 힘들어.꼬박 꼬박 밥세끼 챙겨줘야지. 매일 그냥 안자려고 하지. 하면 1시간씩이야. 내가 죽어. 내가 연극이라도 해야 내려와."
"행복한 소리 그만 하슈. 나는 한번이라도 그래봤음 소원이 없겠네.
갈듯 말듯하면서 늘 이르지 못한 미진함. 혹시나하고 시작했다 역시나로 끝나.어떤때는 엄청 찝찝해. 내가 또 왜 시작했나싶고.내가 싫어진다니까."
"몇 분이나 하는데? 30분 40분?"
"비교대상이 못되니까 묻지마. 키스도 안해줘.그게 제일 기분나빠.
창녀들도 몸은줘도 입술은 안준다더니 이 사람도 내게 마음이 없나
싶기도 하고 그래."
"그럼 어떻게 해."
"그냥 끼어. 그것도 환한 아침에 들여다보면서."
"싫다고 하지."
"아주 싫지는 않거든. 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 내가 비정상인가?"
"그런 점은 있지."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내가 쏠게. 얘기 하다 보니 마음이
많이 풀어졌어.매운거 먹자"
집은 어질러진채로 나는 옷른 걸쳐입고 동준엄마와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안에도 낙엽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계절도 내 나이처럼 순식간에 인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