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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청소년 스마트폰 제한 제도가 생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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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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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ich63 2002-10-24

"손님, 가게문 닫을 시간인데요."
일민은 까페여종업원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일민은 카운터로 가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걸음걸이가
약간 비척거렸다.
" 너무 많이 마셨나." 일민은 중얼거리며 노래방 간판쪽으로 눈을 돌렸다. 간판의 네온이 지지직거리며 아는체를 한다. 일민은 차뒷좌석에 앉아 핸드폰을 누르려다 말고 간판불이 꺼지길 기다린다.
깜빡 잠이 들었었나. 열려진 창문 사이로 왁자지끌한 소리가 들려
바라다 보니 간판은 꺼져있었다. 갔나? 담배를 하나 꺼내 피우려는데 서인의 모습이 보였다. 시동을 걸자마자 주위도 둘러보지 않고 출발한다. 새벽 4시 40분이다. 서인이 지나가자 일민은 핸드폰을 누른다.
"대리운전 부탁합니다......."


"나다."
잠결에 서인은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잠에 취한 목소리다.
"자니? 나다. 김일민."
"아, .. 예."
잠이 확달아났다. 어젯밤 심란한 김에 마신 맥주가 조금 과했나 보다. 몸이 안좋아 하루종일 잤던 것이다.
그새 아이들은 안방에 들어와 간식값을 받아 학원을 가고 없었다.
"좀 보자."
"......"
"어디로 갈까?"
"......"
"듣고 있니?"
"네."
일민은 마음이 급하다. 하루종일 고민하다 전화했는데
안나오겠다면 어쩌나. 다시 한번 다그친다.
"몇 시에 나올래?"
"지금 어디예요?"
"주엽"
"그럼 한시간 후에. 어디로 갈까요?"
"그랜드 맞은편에 ....."
"예, 예. 알았어요."
나는 전화를 끊고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막상 만나 무슨
얘기를 할것인가. 화장도 신경쓰이고 옷도 신경쓰였다.
화장을 제대로 하려다 꼭 요부같다는 생각이 들어 간단한
밑화장에 립스틱만 발랐다.

선배는 구석진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도 없이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
"차시키자. "
선배는 커피를 나는 유자차를 시켰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선배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남편은 뭐하니? 잘 사는 줄 알았다. 잘 살길 바랬어."
"자기 일해요. 그리고 잘 사는 편이에요."
"행복해?"
"다른 여자들이랑 또같죠. 남편이 잘해줄땐 행복하고 무심할땐 좀 불행하다 느끼죠."
또 말이 끊긴다.
"선배는요?"
침묵이 주는 무거움이 싫어 내가 말을 꺼냈다.
"증권회사 다니고 아들이 하나 있어. 캐나다로 엄마와 유학갔어."
"그럼 기러기 아빠예요?"
"남들이 그러데."
나는 웃음이 피식나왔고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혼자 살아요?"
"응, 혼자 사는 것도 괜찮아."
"그래도 가족은 같이 살아야지."
"같이 살때 많이 싸웠다.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늘 투정했어. 좋은 여자였는데 내가 망친거지."
그 말을 하며 선배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꼭 내 탓이것만 같아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저녁 같이 먹자.혼자 밥 먹는 것도 이제 지겹다."
나는 대답대신 동준네로 전화를 걸었다.
"동준엄마, 나 유진엄만데 우리 애들 저녁좀 먹여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