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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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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ich63 2002-10-20

일민은 처음엔 술탓인가 했다. 손님과 다투고 있는 노래방주인여자가 서인이와 너무나 닮았다. 서인이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을텐데....... 성수로 부터 서인이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서인의 집으로 전화를 했었다. 잘 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대학시절 내내 내 가슴속에 담겨있던 여자. 내 여자가 되기를 주저했던 여자.하지만 좋은 여자이기도 했다. 항상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했으니까. 너무 넘쳐서 탈이었지만.
서인이는 집에 없었다. 마침 동생이 전화를 받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신랑은 무얼하는지 집은 사서 가는지 전세로 가는지 준비는 잘되어가는지. 동생은 언니 결혼에 들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누구시죠?"
이상한 느낌이 드는지 동생이 갑자기 물어왔다.
"아, 네! 좀 아는 사람입니다."
나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서인이에게 무언가 선물을 하고 싶은데 안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날 마음속에서 그녀를 그녀의 미지의 남편에게 인도했다. 제발 잘 보살펴달라고, 잘 지켜달라고.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심정같기도 했다. 그녀를 사랑한게 아니었던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틀림없었다. 서인이었다. 서인이와 다투던 손님들이 나가고 서인이가 주저앉으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개새끼"
서인이가 저런 욕을 할리가 없는데, 서인이가 아닌가?
"저, 혹시?"
일민은 주저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힐끗 쳐다보던 서인은 날 단번에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