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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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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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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이윤서 2002-08-10

강 간

갈수록 정신이 아찔해졌다.나간다는 희망보다는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갈 절망이 두렵기만 했다. 싸늘한 방 안에서 다시는 찾아 올 것 같지 않은 여자를 기다리다 지쳐 쓰러지는 나를 보았다.그 안에서 나는 늘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나를 노려보는 눈길이 조금씩 줄어들거나 누그러들수록 악몽에 허덕이는 밤이 늘어만 갔다.분명 여자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역시 여자는 오지 않았다.나의 실망 만큼이나 아니 그것보다도 더 크게 여자가 느껴야 했을 모멸감과 배반감.여자는 더이상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기조차 싫어할른지도 모른다.사실 따지고 보면 여자와 나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지독히도 깔끔을 떠는 여자와 식탁에 흘린 밥알까지도 주워 먹는 나 사이에는 늘쌍 성격적 괴리감 같은 것이 자리하곤 했다.간혹 닭갈비를 먹으러 가면 나오는 물수건으로 얼굴 구석구석을 문지르는 나를 보며 여자는 음식맛이 떨어진다며 투정을 부렸고 그럴때마다 나는 ‘더럽게 깔끔 떠네’하는 식으로 무시해버리곤 했다.음식이 옷에 묻지 않게 나오는 목에 두르는 수건을 남들이 사용했던 거라며 식탁 한 켠으로 밀쳐 놓는 여자였다.나는 수건을 목에 잽싸게 두르고 닭갈비를 뜯을 때마다 땀샘을 비집고 나오는 물기를 닦아내기도 했고 훌쩍거리며 기어나오는 콧물을 닦아 내기도 했다.그럴 때면 여자는 영락없이 팽하고 일어서 닭갈비 집을 나가버리기 일쑤였다.네 달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나는 원체 닭갈비를 좋아했다.양계장을 하다가 망한 유년시절의 그 참담했던 기억.그 쓰린 기억을 쓸어안고 닭을 다시 먹게 된 것은 이미 성년이 넘어서였고,의식적으로 금기시 해 온 탓에 닭에 굶주린 사람처럼 닭요리에 빠지게 되었다.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틈만 나면 닭을 먹어댔다. 처음엔 여자도 그런 나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듯했다.만날 때마다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닭갈비 집을 찾아 다녔다.사실 닭갈비는 여자와 내가 가장 쉽게 합의한 부분의 하나였다.여자는 백숙도 싫어했고 흔히 유행하는 체인점의 튀김닭도 싫어했다. 그나마 닭갈비를 먹을 수 있다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였다. 그녀의 지나친 깔끔성만 아니었어도 그렇게까지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혼자 사글세 방을 얻어놓고 사는 사는 형편에 방을 청소 한다거나 식사를 제 때에 한다거나 하는 규칙적이고 깔끔한 생활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온 터라 나는 여자의 깔끔이 늘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다.그렇다고 해서 내가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다거나 서로 칼날을 세우고 자신의 의견 고집만을 일삼아 왔던 것은 아니었다.한 번은 여자를 내가 사는 사글세 방으로 데려온 적이 있었다.여자는 방문을 열자마자 코부터 막았다.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 달아 오르며 기분이 상했지만 여자를 데려온 목적 앞에 그 정도의 수치심이나 불쾌감 정도야 감수해야 한다는 각오로 어줍잖은 웃음을 흘리며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옷가지며 책들을 주섬주섬 챙기는 시늉을 했다.여자는 그런 나의 모습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숨을 가볍게 흘리고는 빗자루를 찾았다.두어 시간 남짓을 여자는 쓸고 닦았다.생전 한 번도 그렇게 깨끗한 방이 내 방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청결하게 방을 치웠 놓았다.다.여자는 설거지는 물론하고 찬찬히 이곳 저곳을 뒤져 찾아낸 옷들을 가슴에 한 품 안고서 커다란 대야에 담궈놓고 빨래를 했다.그 속엔 꼭 이주일 만에 벗어 놓은 검정색 팬티도 끼어 있었다.스스럼없이 팬티에 비누를 묻히는 여자의 모습을 지켜보다 방으로 들어왔다.방 안에 들누워 팬티를 조무락거리며 빨고 있을 여자를 생각하니 자꾸 딴 생각이 들었다.‘안 되는데’하면서도 나는 빨래를 조물거릴 때마다 살짝살짝 드러나는 허리띠 위의 맨살을 훔쳐보며 포경수술도 하지 않은 표피를 만지작거렸다..몸안에서 고름처럼 오랫동안 탱탱하게 고여 있는 무언가가 나올 것만 같았다.여자가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나는 잽싸게 바지춤을 수습하려 했으나 이미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여자가 방문을 열었고 물색없는 그 고름같은 무어가가 바지춤으로 흘러내렸다.여자는 아무 말없이 문을 닫았다.손 끝이 쉼없이 떨리고 있었고 뱃속은 며칠동안 아무것도 공급받지 못한 오랜 단수의 물탱크마냥 비어 있는 느낌으로 몸 안의 맥을 한정없이 풀어놓았다.여자는 들어오지 않았다.분명 하얀 고름이 묻어 있는 귀두를 보았을 것이다.한참동안 나는 수습을 하지 못하고 멍청하니 앉아 있었다.여자가 다시 들어 온 것은 한 시간 쯤 되어서였다.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밥은 어떻게 할까“하며 생긋 웃는 모습이었다.나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여자에게 보이지 않기 위에 책장의 책을 정리 하는 척했다.그날 밤 나는 여자를 안지 못했다.작은 일로 인해 큰일을 망친 꼴이었다.나의 자위행위까지 눈 감아 준 여자에게 나는 그곳을 나온 이후 줄곧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다.처음 여자가 내 방에 왔던 날은 섹스를 하지 못했지만 그로부터 꼭 삼 일이 지난 후에 난 여자를 안을 수 있었다.사실 쉽지는 않았다.여자가 내 방을 다녀간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나는 여자를 내 방으로 데려가려고 애를 썼다.떼도 써보고 아양도 떨어보고 했지만 여자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아‘하는 식으로 건조하게 반대를 했다.세번 째 날 그러니까 내가 여자를 처음 안은 날 나는 강제이다시피로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적당히 마시게 하려던 술을 처음엔 거부하던 여자가 조금씩 알콜에 젖어가더니 결국 몸을 가누기 어려울 만큼 술기가 올라 내게 몸을 기대어 왔다.나는 기회다 싶어 여자를 택시에 태웠고 앞 뒤 잴 필요도 없이 집 앞에까지 가서 내렸다.내내 숨을 쌔근대며 잠에 빠져있던 여자가 택시에서 내리더니 ”여기가 어디야.우리집에 데려다줘“하며 내 방에는 가기 싫다며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여자를 들어안다시피하여 방으로 데려갔다.생각이고 뭐고 없었다.여자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이미 일어서버린 내 감정의 끄트머리를 제지하지는 못했다.브래지어를 벗기려다 일순 당황하고 말았다.분명 뒤에 있어야 할 걸개가 없었다.나는 등 뒤의 브래지어 끈을 잡아 당겼다.’아!‘여자가 짜증섞인 소리를 내며 인상을 찌푸렸다.그 인상 속엔 포기함의 표정이 역력히 묻어 있었다.후크를 먼저 풀은 것은 여자였다.앞에 달린 후크를 풀더니 여자는 의외로 순순해졌다.먼저 옷을 벗었고 알몸으로 일어나 불을 껐다.어둠 속이었지만 여자의 성기가 선명하게 나의 동공을 파고 들었다.내가 보아왔던 백 명도 더 될 법한 여느 여자의 그것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다른 여자들의 그것보다 나를 더욱 흥분시켰다.여자가 나를 삼켰을 때 가느다랗고 짧은 신음이 방 안을 울렸다.여자에게 내가 첫 번째 남자였는지 두번째 남자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여자가 나의 두번째 섹스 상대였다는 것 뿐이었다.여자는 자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그 이후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섹스를 했다.늘 여자는 옷을 벗길 때마다 거부의 손짓을 해댔다.그리고는 예정된 통과의례처럼 자신이 먼저 옷을 벗었다.나는 적어도 하루에 두 차례 이상을 여자와 섹스를 했다.여자와 행해졌던 섹스는 청계천이나 청량리 같은데서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사 온 포르노 비디오 속의 남녀처럼 이루어졌다.물론 여자는 싫어했다.’한 번 저질러 놓은 일인데 뭐 그러느냐‘는 식으로 말했다가 화를 내는 여자를 달래느라 애를 먹기는 했지만 갖가지 형태의 체위와 변태적인 행위로 여자와 나는 시간을 죽여갔다.그 중에도 가장 나를 흥분시켰던 것은 허름한 화장실에서 오줌을 누는 여자를 훔쳐보는 일이었다.물론 여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다.여느 여자들에게 했던 그대로 나는 여자를 훔쳐보았다.화장실을 훔쳐보는 일 정도는 거진 달관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스스로 파멸해가는 것도 모른체.열두살 적이었다.

거기까지 읽고 나는 담배불을 붙였다.녀석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글이 소설인지 일기인지 혹은 내게 보내온 편지인지는 알아챌 수 없었다.깨끗하게 타이핑 된 글을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갈 때마다 무슨 뜻으로 글을 보냈 왔는지 하는 의문만 부풀어 오를 뿐이었다.국민학교를 졸업한 이후 녀석을 만난 것은 고향에서 있은 신체검사 때였다.그것도 잠깐이었다.사실 녀석과 나는 유년시절 친구들이 인정해주는 단짝이었고 아래윗집 사는 아주 가까운 친구였다.가장 순수하고 가장 아름답게 기억되는 친구 하나를 고르라면 두 말없이 나느 녀녁을 지목할 것이다.때 묻지 않은 그리움으로 늘 가슴 언저리를 파고들게 하는 친구였다.여름이면 녀석과 나는 집을 번갈아 가며 잠을 같이 잘 때가 많았다.유년의 대부분을 나는 녀석과 함께 지냈다.,인생의 고통과 삶의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 할 만큼 성장한 나이는 아니었지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히 기분 좋은 그런 친구였다.그래서 늘 기억되고 기다려지는 친구였다.녀석의 아버지가 사고로 죽지만 않았어도 녀석과 나는 오래도록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녀석은 아버지가 죽자 서울에 있는 작은집으로 이사를 가고 말았다.어쩌면 그렇게 헤어지고 서로 쉽게 만나지 못한 것이 녀석을 더욱 그리워 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른다.서울로 올라간 이후 녀석과 나는 거의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본적지에서 받는 징병검사 덕으로 녀석을 만날 수 있어 다행히 전화 번호 정도는 알고 있던 터였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밤 열 두시에 전화를 해도 통 연결이 되질 않았다.가끔씩 전화를 할 때마다 허탈감과 순수했던 유년시절의 기억만을 한 번 쯤 되새겨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그러던 녀석이 보내온 글은 내게 적잖은 놀라움을 안겨다 주었다.간혹 녀석을 아는 친구들을 통해 녀석의 소식을 전해 듣는 것이 녀석과 내가 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내겐 지금까지도 가슴 속에 소중하게 기억되는 친구 하나가 있다.유년의 짧은 기간을 같이 했던친구였지만 그는 해가 바뀌어도 늘 똑같은 모습으로 내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아버지의 죽음은 아버지라는 존재가 가져다 주는 주춧돌과 같은 커다란 의미,그런 의미의 상실 외에 작고 어리게만 느껴지던 친구와의 헤어짐을 가져다 주었다.아버지라는 의미의 상실만큼이나 크게 다가온 친구와의 이별.나는 줄곧 그 친구를 그리워했고 단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국민학교 오학년 때의 일이었다.나와 친구에게 자위행위를 처음 알려준 동네 형의 손에 이끌려 흥분과 쾌감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여자의 성기를 보았다.서른 살을 조금 넘긴 동네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여자의 그것을 보았을 때 나와 친구의 몸 안에서 하얀 수액이 흘러 나왔다.나뭇단 속에 숨어 그짓을 하던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듯 여자는 오줌을 다 ?럭?엉덩이를 두어번 흔들다가 속곳을 끌어 올리고 휑하니 어귀 쪽으로 사라져 갔다.동네 형은 참을 수 없었던지 웃음보를 터뜨렸고 나와 친구는 서로 눈만 멀뚱거리며 나뭇단 속에서 가쁜 숨을 가다듬어야 했다.전율처럼 온몸을 타고 흐르던 쾌감은 그날 밤까지 이어졌다. 친구와 나는 똑같이 밤새 신열을 앓았고 다음날 학교에 등교하지도 못했다.화덕에서 쏟아내는 훈기같은 무더위로 중무장한 여름 가운데서 식구들 눈총을 피하며 솜이불로 몸을 휘감고 오한을 견뎌내야 했다.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여자의 그것.오한과 몸살에서 깨어난 친구와 나는 생식기 옆으로 성겨 있는 거무틔틔한 털들을 상상하며 학교 화장실로 들어가는 여자 선생님을 마력에 이끌리듯 몰래 뒤따라 갔다.판자대기로 칸막이를 해놓은 화장실에서 가느다랗게 들리는 여자 선생님의 오줌 ?럽?소리에 서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지 춤을 내렸고 서로의 것을 붙잡고 그짓을 해댔다.여자 선생님의 그것은 나뭇단 속에서 보았던 동네 여자의 그것보다 훨씬 더 세련되어 보였다.우리가 찾아 낸 세련되었다는 표현에 서로는 여선생의 성기를 본 것만큼이나 감탄했다.오줌을 ?려?않고 생활을 할 것만 같은 여자 선생님에 대한 경외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쉬는 시간이면 여선생의 행동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화장실 주위나 교무실 근처를 어슬렁거렸다.오줌을 ?럭?난 후 엉덩이를 위 아래로 두어번 털어대는 동네 여자와는 달리 새하얀 화장지로 엉덩이 주변에 묻어있는 물기를 닦아내는 여선생의 손길을 보며 신열 속에 가위눌리던 그 갑갑함을 느껴야 했다.판자대기에 못으로 뚫은 구멍은 훔쳐보는 횟수가 늘어가는 것에 비레하여 넓어져 갔고 그것을 눈치라도 챈 듯 여자 선생은 하루에 두세번 씩 가던 화장실을 한 번으로 줄이거나 어떤 날은 아예 가지도 않았다.재수없게 걸린 아이는 상습범인 우리가 아닌 우리의 정보를 듣고 처음 화장실에 숨어서 여선생을 기다리던 지지리도 공부 못하는 아이였다.호되게 야단을 맞은 것은 물론이고 같은 반의 여자 아이들로부터 졸업할 때까지 야유와 외면을 받아야 했다.그 지지리도 공부를 못하던 아이는 혼자만 당하는 게 억울했던지 우리를 고자질하고 우리가 진짜 범인이라고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나는 우리가 공부를 잘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렇게 우리의 유년시절이 끝나갔고 그 끝남과 동시에 나와 친구는 긴 헤어짐으로 멀어지게 되었다.중고등학교 시절은 그런 짜릿한 전율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어쩌다 같은 반 아이들이 가져오는 도색 잡지에 빠져 하루에도 몇 번 씩 수음을 해대는 게 고작이었다.

녀석이 써보낸 글은 나의 유년과 중고등학교 시절의 한 단면과 닮은 꼴의 내용이었다.단 한번이라도 그러한 행위들이 남의 눈에 띄어 지지리도 공부 못하던 아이가 받아야 했던 냉대와 멸시를 받았더라면 녀석이 보낸 글의 내용이 조금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녀석이 글 처음에 썼던 여자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내가 겪어왔던 일들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유년을 같이 보낸 탓인지많은 부분이 나의 성장과 일치했다.어쩌면 내 또래의 남자들이 겪어온 성장의 단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녀석이 내게 글을 보내온 것도 그런 동일감 때문이 아닐까.녀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겪어온 이야기들을 꽤 장황하게 써나갔다.여자의 성기를 훔쳐보는 내용을 집요하게 다루고 있었고 세밀한 묘사가 조금은 부담스럽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것은 녀석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용화장실에서 여자의 성기를 훔쳐보는 일 정도는 녀석 못지 않게 나도 일가를 이룰 정도로 도가 터 있었다. 어쩌면 녀석의 사실감 있는 묘사 만큼이나 나도 적나라하게 적을 수 있을지 모른다.녀석이 써 온 글 만큼 나 역시도 그런 일 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지르고 있으니 말이다.친구들과의 약속을 위해 시내의 한 까페에 들렀다가 그 곳 화장실에서 난 유년시절 보았던 여선생의 성기 만큼이나 세련된 여자의 성기를 보게 되었다.큐비클 칸막이에 듬성듬성 구멍을 뚫어 놓은 화장실 한 켠에서 일을 보다가 옆칸에 들어와 앉은 여자의 그것을 보게 되었다. 여자는 구멍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 엉덩이를 닦고는 팬티를 끌어 올렸다.의식하지 못했던지 아니면 의식을 안하려고 일부러 애를 섰던지 어찌되었든 여자의 행동은 대담하기만 했다. 나는 친구들과의 약속도 잊어버리고 그 안에 한 시간 남짓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여섯 명의 여자가 들어왔고 다섯 명의 여자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내 코 앞에서 오줌을 누었다. 마지막 여자까지 오줌을 누웠더라면 나는 그날 밤이 새도록 오금을 오무렸다 폈다 하며 그 광경을 지켜 보았을텐데 그 여자는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똥을 퍼질러댔다.‘더러운 년’정신이 번쩍 들었고 나는 그제서야 화장실을 나왔다.녀석도 나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일을 당한 모양이었다.그 이후 녀석은 어쩌면 내가 들어 앉아 구멍 속 여자의 성기를 훔쳐보았을 그 화장실에서 녀석이 표현한 그대로 여자의 그것을 훔쳐보았을지도 모른다.물론 그것은 내 상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만 녀석이 내게 보내온 글에 묘사된 화장실의 모습이 내가 근거로 삼던 그 화장실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왜 하필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장황하고도 지루하게 써 보낸 것일까.녀석이 써보낸 글 중간까지를 읽고 나는 그것을 한 쪽에 밀쳐 놓았다.사실 처음에는 아는 친구의 글이라고는 하지만 직설적이고 사실적인 묘사에 나는 야릇한 흠분감까지 느꼈었다. 도색잡지의 사진들 아래 인쇄된 원색적인 표현의 대사들을 읽고 막혀오는 숨을 감당하지 못한 채 화장지를 들고 화장실로 달려가 그짓을 해대던 고등학교때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사 십등 쯤 하는 친구와 화장실 안에서 자위행위를 하다가 흡연 단속 나온 선생한테 발각되는 낭패감을 맛보아야 했다.사실 낭패감이라기보다는 쌕쌕이 잡지를 빼앗긴 데서 오는 서운함이 더 크게 다가왔었다.스포츠 형 머리를 한 단속 나온 선생은 책만 뺏어 가는 것으로 그날 일을 눈감아 주었다.그런데 일은 그로부터 두 달 쯤 뒤에 터졌다.나와 사십등 쯤 하는 친구가 하루의 시간을 두고 똑같은 일로 똑같은 선생한테 발각이 되었는데 사 십등 쯤 하는 아이는 학교를 그만 둔다며 무단으로 일주일을 결석을 했다.이유는 간단했다.사 십 등 하는 자신보다 하루 먼저 걸린 일등하는 나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는데 유독 지신에게만 부모님을 불러 오라는 둥 책을 입에 물고 바로 코앞에 있는 여 학교 앞에 서 있으라는 둥하며 갖은 수모를 다 주었다는 것이었다.친구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그리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친구에게 죄책감 같은 것을 느낀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공부를 잘 했기 때문에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구나 하는 것 뿐이었다.나는 담배 한 개비를 들고 한여름의 훈기가 사그러들고 있는 옅은 어둠 속에 피어나는 가로등 불꽃 밑의 보도 위를 걷어 갔다.보도 위를 비춰주는 키 작은 가로등과 차도를 비춰주는 키 큰 가로등이 새롭게 단장되어 주위의 어둠이 깊어갈수록 빛을 더욱 밝게 비추는 그 길을 걸어가며 녀석의 글을 생각했다. 녀석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결코 여러 사람들 앞에 자랑하고 싶지 않은 유년의 기억을 왜 새삼 들추어 내고 있는 것일까.녀석의 글 처음에 나오는 여자는 누구일까.녀석이 말하고 있는 그 안은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들이 다시 피워문 담배 연기 위로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나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녀석의 글을 끝까지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런 생각과 함께 맞은편에서 한 여자가 걸어오는 것을 직감적으로 간파할 수 있었고 나는 헐렁한 반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 주물거렸다. 여자의 출현과 동시에 나의 성기는 금세 딱딱해져가기 시작했고 여자와의 거리가 불과 몇미터 앞에 이르렀을 때 나의 의식은 팽팽하게 옷 안에서 자리하고 있는 나의 성기를 끄집어내 여자의 눈 앞에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그때였다.아스팔트를 파고들듯한 브레이크 소리와 동시에 하늘에서 거대한 물체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이어졌고 여자와 나는 거의 동시에 그 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여자는 이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리를 질렀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탱탱하던 내 성기는 총살을 당하는 사람이 총소리에 놀라 숨을 거두는 그것마냥 바지 속에서 맥없이 흐물거렸다.사고 처리가 끝날 때까지 나는 그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중앙선을 침범하여 회전을 하는 차를 고속으로 들이받고 죽은 시체를 보았을 때도 나는 바지 속에서 느껴지던 그 이물감에 대해 생각했다.경찰서에 잠깐 다녀 온 것 외엔 그 사고에 대한 충격이나 무섬증 같은 것은 없었다.다만 우그러진 차 안에서 피투성이가 된 주검을 보면서도 바지 속에서 느껴지던 이물감이,혹은 여자 앞에 내보이지 못한 아쉬움 같은 것이 떠오를 뿐이었다.집에 돌아 왔을 때서야 시간이 꽤 많이 흘렀음을 알 수 있었다.녀석의 글이 다시 떠오른 것은 샤워를 마치고 다시 방에 들어왔을 때였다.

화장실 안에 들어 온 여자는 문고리를 걸고 짧은 스커트를 위로 올리고 엉덩이를 까고 앉았다.오줌발이 변기에 흩어졌다. 여자의 엉덩이 사이로 오줌발을 뿌리는 보지가 드러났다.숨이 막혔다.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 갑자기 여자가 앉은 채로 뒤를 돌아 보았다.‘에이 씨팔 ’여자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옴과 동시에 나는 구멍에 갖다 대었던 눈길을 거두고 밖으로 뛰쳐나왔다.불안감이 엄습했다.마침 계단에는 사람이 없었다.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하루에 한 번 정도는 그런 일이 일어 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거세당하는 느낌을 받았고 조금씩 위축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해야 했다.마약을 투약받는 사람처럼 그곳에 매일 들르던 나는 그 이후로는 며칠 동안은 그곳에 가는 것을 삼가했다.그러다가 일이 벌어졌다.며칠을 참고 있으려니 그동안 내 눈 앞에서 엉덩이를 까고 오줌을 ?럽?여자들의 모습이 환부를 긁지 않고는 못배기게 하는 아물 때의 상처처럼 내 몸을 그곳으로 빨아대고 있는 것을 느꼈고 나는 냅다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구멍들을 하나하나 화장지로 막아놓고 일을 보는 여자들의 자위 수단에 나는 쇠꼬챙이를 구멍에 살짝 집어넣어 쇠꼬쟁이의 틈 만큼 보이는 옆 칸의 여자를 훔쳐 보았다.그렇게 조심성스럽게 세 명의 여자를 나는 만나고 보냈다.그녀들은 옆간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들의 나신을 탐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은 채 뇨의를 지워냈다는 뿌듯함을 안고 화장실을 나가고 있었다.세번 째 여자가 나감과 동시에 옆간에 누군가가 들어왔다.문틈으로 여자인지 남자인지를 꼭 확인하는 나의 침착성보다 민첩한 행동으로 그가 들어왔다. 나는 그 구멍을 막은 화장지에 가져다 댈 쇠꼬챙이를 만지작 거렸다.그와 동시에 구멍을 막은 화장지가 내 눈앞으로 툭 떨어지고 그 구멍 속에 낯선 눈동자가 나타났다가는 내 눈빛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 부리나케 일어서 문을 나가버렸다.나와 비슷한 놈이었다.그 놈 역시 여자의 성기를 탐하려 들어왔을 것이다.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재수가 없었다.마수걸이 손님이 물건만 헤집어 놓고 나간 뒤에 느지는 그런 재수없음이었다. 나는 자리를 뜨려고 문고리를 잡았다.그 동시에 발자국 소리가 났고 나는 동물적으로 문 틈에 눈을 가져다 댔다.그리 크지 않은 화첩을 들고 있는 짧은 스커트의 여자였다. 여자는 나가려고 하는 나를 화장실에 계속 붙들어 놓게할 만큼 가슴이 컸다.스커트 단 아래 잘 드러난 허벅지 선이 일순 흥분을 일게 했다.여자는 내가 들어있는 칸으로 몸을 움직이더니 노크를 했다.나는 잠시 뜸을 들여 노크를 해 주었다. 여자는 옆 칸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어쩌면 여자는 나이거나 혹은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들에게 자신의 성기를 강탈 당했던 모양이었다.그녀와 나의 긴장된 대치가 이어졌다.여자 손에 힘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여자의 조급함과는 상관없이 나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여자는 포기하는 빛이 역력했다. 여자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훅 훑고 지나갔고 그럼과 동시에 여자는 이내 내가 들어 있는 옆간으로 들어갔다,문고리를 거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잽싸게 높은 포복을 하는 자세로 몸을 굽혔다.여자는 침착했다. 화장지가 떨어져 나간 구멍으로 눈을 갖다 대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화첩으로 구명을 가렸다.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나는 실망하지 않았다.큐비클 화장실의 장점은 밑이 바닥과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나는 몸을 더 바싹 바닥에 갖다대고 화첩 옆으로 보이는 여자의 오른쪽 엉덩이를 보았다.오줌발이 셌다. 급했던 모양이었다,.화첩이 가운데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여자의 보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보고 싶었다. 그토록 주의를 하며 나를 골탕먹이려는 여자에 대한 악의가 물큰물큰 일어났다. 나는 용기를 내어 화첩을 가만히 옆으로 밀었다.

나는 더이상 읽지 않았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세 줄 쯤 더 읽다가 말았다.녀석은 화첩으로 구멍을 막고 오줌을 누는 여자를 훔쳐보다 그만 여자가 지른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사람들에게 붙잡혔다는 얘기를 그 세 줄에 써놓고 있었다.나는 그제서야 녀석의 글 처음에 나온 여자의 이야기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고 녀석이 여자를 못 만나게 된 이유도 알게 되었다. 더이상 읽지 않아도 그런 것쯤은 미리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녀석은 비교적 자세하게 써나가고 있었다.나는 녀석의 글을 옆으로 밀쳐놓았다.나는 일부러 더이상 읽지 않았다.그동안 가슴에 가만히 자리하고 앉아 은은한 향기를 풍기던 녀석에 대한 나의 작은 배려였다.좋지만은 않은 내용이 전개 되리라는 것 쯤은 미리 직감할 수 있었다.선풍기를 강풍으로 해놓지 않고는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땀을 감당해내지 못할 만큼 방 안의 공기가 무덥고 탁하기만 했다.밖으로 나왔다.바깥 역시 바람 한 점 없는 열대야가 숨을 가로막고 있었다.‘니미럴’ 내 입에선 의식과는 무관하게 예의 그 지랄같은 욕지거리가 튀어 나왔다.큰 길 옆애 집을 둔 탓에 밤새도록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소음을 고스란이 귀청에 담아두고 살아야 했지만 가끔씩 길 옆에 차를 대놓고 섹스를 즐기는 부류들 때문에 그 소음이 고맙게까지 느껴질 때도 많았다.그제서야 바지 춤 속에서 꿈들거리던 이물감에 묻혀 기억 저 편으로 내달음질치던 몇 시간 전의 주검이 떠올랐다.형체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처참하게 죽어버린 교통사고 변사자의 피투성이 된 얼굴이 떠오르며 소름이 온몸에 돋아올랐다.며칠전 밤길 운전을 하다가 라디오에서 들은 무서운 이야기가 갈기를 세우고 소름돋은 온몸을 파고 들었다.반에서 늘 이등만 하는 아이가 있었다.밤을 세워 공부를 해도 그아이는 일등을 따라잡지 못했다.어느날 그 아이는 일등하는 아이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우리 사전 한 권을 누가 먼저 외우는지 시합해 볼래?’일등하는 아이는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고 두 아이는 그날부터 사전을 외우기 시작했다.두 아이는 사전을 한 장 외울때마다 그것을 뜯어 먹었다.며칠이 지난후 일등하는 아이가 이등하는 아이의 사전을 보게 되었다.이등을 하는 아이의 사전이 자신의 것보다 더 많이 뜯겨진 것을 안 일등하는 아이는 몰래 사전 한 장을 뜯어버렸다.마침내 두 아이는 사전을 다 외었고 둘은 누가 잘 외웠는가 확인해 보기로 했다.물론 이등하는 아이가 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일등하는 아이가 뜯어버린 사전 한 장을 외우지 못하고 만 이등하는 아이는 그날로 자살하고 말았다.그런데 그날밤 일등하는 아이에게 일이 벌어졌다.한 밤에 공부를 하고 있는 일등하는 아이 앞에 나타나 죽은 이등하는 아이는 그동안 씹어먹은 사전을 한장한장 토해내며 짜맞추기를 하고 있었다. 겁에 질린 일등하는 아이를 노려보며 이등하는 아이가 말했다.‘한 장이 없잖아.’나는 이내 실소를 하고 말았다.왜 하필 그런 얼또당또한 생각이 떠오른 것일까.주검을 뒤로 물리친 바지 속에서 느껴지던 이물감,녀석의 글을 옆으로 밀쳐두고 나왔을 때 퍼뜩 떠오른 피투성이의 주검,그리고 우스꽝스럽게 튀어나온 무서운 이야기.아무런 연관도 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서로 내 의식 안으로 파고들어 아귀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사전을 씹어 먹을 만큼 공부를 하지는 않았어도 녀석과 나는 늘 일 이등을 번갈아가며 했다.중고등학교 때도 나는 일이등을 놓치지 않았다.녀석도 그러기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가끔씩 전화를 해오는 고향 친구가 말한 녀석이 다디는 명문 대학의 이름이 아니고라도 알 수 있었다.하나도 무섭지 않은 이야기의 꼬리는 녀석과 나의 동일성에 대해 밤이면 더 왕성히 움직이는 내 의식의 중심부를 향해 쉼없는 린치를 가해대고 있었다.사실 일이등을 하지 못했다면 도색잡지를 스포츠형 머리의 선생한테 빼앗긴 날 이미 모든 것이 끝나 버렸을지도 모른다.사 십등 쯤 하는 아이가 당한 것처럼.공부를 잘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인정되어 버리는 세계가 학교였다.자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학교에서 조차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고 생활한 녀석과 나였다.그것이 악의든 선의든 혹은 무의식이든 녀석의 행동이 적나라하게 까발겨졌던 화장실 사건 이후 녀석은 견딜 수 없는 수모와 냉대를 받아야 했을 것이 뻔한 일이다.사전을 토해내며 짜맞추기 하는 이등하는 아이의 적개심 앞에 참담한 나락의 늪으로 쉼없이 빠져들던 일등하는 아이의 일그러진 눈빛을 하고 마지막 남은 기력을 다해 내게 글을 보냈을 것이다.녀석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끝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결국 녀석은 글을 빙자하여 내게 동질성을 생각하게 하였고 그것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그렇다면 녀석은 왜 하필 그 동질성의 대상으로 나를 지목한 것일까.유년시절 여선생의 엉덩이를 서로 훔쳐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칠 팔년이 다 되도록 연락 한 번 통하지 않던 내게 그 글을 보내온 것일까.어쩌면 녀석은 글을 써 보내면서 ‘너도 마찬가지야’라고 끊임없이 되뇌였을지도 모른다.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그동안 서넛 되는 남자들이 내가 앉아 있는 보도블럭을 밟고 지나갔다.내가 앉은 곳으로부터 가장 끄트머리로 보이는 가로등 밑에서 남녀 한 쌍이 걸어 오고 있었다.둘은 몸을 바싹 기대고 내 쪽으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그들이 거진 내 옆에 왔을 때서야 나는 구부정하게 일어섰다.가로등 불빛 사이로 적당히 자리한 어둠 속에서 그들이 옆눈질하는 눈빛을 잽싸게 훔쳐보고는 그들이 걸어 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남자는 분명 여자를 범할 것이다.누군가의 눈길에 한 번쯤은 자신의 성기를 강탈당했을 그런 여자의 그곳을 잎술로 핥아댈 것이다.그리고는 그 여자가 없는 틈새를 이용해 다른 여자의 그곳을 훔치기 위해 눈갈기를 세울 것이다.그것이 꼭 관음이 아니라도 남자는 혼자 지나가는 낯선 여자 앞에서 자위를 한다든지 오줌을 눈다든지 하는 식의 행동을 한번 쯤은 해보았으리라.방 안에는 꺼놓지 않고 나간 선풍기가 전혀 지친 기색도 없이 나가기 전과 똑같이 돌아가고 있었다.‘자식 힘도 좋아’피식 웃었다.나는 다시 녀석의 글을 집어들었다.읽다만 곳에서 서너장을 부러 넘기고 읽기 시작했다.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녀석에 대한 작은 배려였다.

더위에 폐사한 닭목을 움켜 쥐고 눈물을 삼키던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건 바로 그날이었다.음주 운전이었다 저녁 나절 경운기를 끌고 나간 아버지가 다음날 새벽녘이 다 되어도 돌아 오지 않자 누나가 아무래도 불안했던지 새벽 단잠에 빠져 있던 나를 깨워 동네 어귀의 술집까지 걸어갔다.초겨울의 오슬한 추위가 옷깃을 야금야금 파고 들었다.으스름한 황토의 저녁길 같은 분위기에 누나의 불안감 섞인 눈길마저 더해 나를 에워싼 무섬증이 세포처럼 몸에 달라붙었고 울음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써늘하고 소름 끼치던 그 기억을 난 잊을 수가 없다.아버지의 주검은 처참하기만 했다.개울을 연결해주는 다리 밑으로 곤두박질쳐 있는 경운기 밑에 깔려진 아버지의 주검 주위로 술찌께미 냄세가 지독스럽게 피어올랐다.그것이 바로 내가 겪은 첫번째의 상실이었다.그 첫번째의 상실에 대해 나는 결코 아버지를 원망하지는 않았다.다만 내가 원망한 것이 있다면 술찌께미 냄새였다.아버지가 죽고 난 후 나는 두 달이 채 되지 못해 친구와 헤어지고 말았다.내게 가장 가까운 존재가 하나 있었다면 그것은 아버지도 누나도 아니었다.적어도 어릴 적 내 의식의 대부분은 친구에게로 가 있었다.그런 친구와의 헤어짐은 내가 겪어온 두번째의 상실이었던 것이다.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생채기가 나있지 않은 그 믿음을 안고 서울로 올라오긴 했지만 그토록 고대하던 믿음의 순간은 하얀 면팬티가 즐비하게 늘어선 징병검사장에서의 밋밋함으로 쉽게 지워져 버렸다.그 이후 나는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의식적으로 피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친구가 나를 만나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다..단지 아주 깨끗하기만 한던 그 믿음이 또한 번 밋밋해져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두번째의 상실은 내게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안겨다 주었다.아버지의 죽음만 없었어도 두번째의 상실만큼은 없었을텐데.

녀석의 세번째 상실은 분명 글 처음에 나온 여자였을 것이다.그러나 녀석은 여자의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녀석과 여자가 유일하게 합일할 수 있었던 닭갈비의 단서만 제공하고 녀석은 글에서 여자를 빼버렸다.분명 녀석의 심중에 자리한 여자는 녀석이 닭갈비로 우회하여 표현한 대로 한두번 알몸 부대끼고 그것으로 끝을 내는 그런 부류의 여자는 아닌듯 싶었다.여자와 헤어지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도 녀석은 일부러 적지 않고 있었다.물론 짐작으로도 쉽게 알아 수 있는 정황 근거들이 적나라하게 표현되기는 했지만 녀석이 풀어가기 시작한 화두를 결론 지어주는 그 어떤 것도 글에는 나타나지 않았다.글의 말미는 처음과는 다르게 어둡고 칙칙하게 채색되어져 있었다.닭들의 폐사가 말해주듯 죽음과 상실의 고통을 끝 줄까지 이야기 하고 있었다.두 시간 남짓 끊겨버린 전기 공급 탓에 더위에 짓눌려 버린 생명들,그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그에 뒤이은 나와의 헤어짐.어린 나이에 무서운 속도로 끊겨나간 믿음의 가닥들을 그는 도색 잡지나 관음증 정도로 보상 받으려 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그저 그것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들로 치부해 버리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을 것이다.관음 역시도 의식적인 악의가 아닌 무의식적인 행동이 아니었을까.가령 밤마다 술을 마신다든지 담배를 핀다든지 하는 것으로 치부해 버렸을 것이다.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해 왔었다.그것도 아주 당연하게.나는 그렇게 단정짓고 싶었다.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볼 수 있는 그런 일 쯤으로 생각하고 싶었다.녀석이 내게 글을 보내온 이유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내게 동정심을 바란다거나 이해를 요구하는 심정으로 글을 보냈을 것이다.그가 섹스를 한 첫 여자가 창녀가 아니었대도,밤거리를 지나는 여자를 겁간했대도 나는 녀셕의 글을 충분히 이해하고 말았을 것이다.아니 그것은 이해의 차원이 아니라 당연히 그렇게 되어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 쯤으로 생각 할 수 있다.바지 안에 가만히 쉬고 있던 성기가 갑자기 꿈틀거리는 느낌이 왔다.주검마저도 그 이물감 앞에선 아무런 느낌을 던져주지 못했다.뜯어먹은 사전을 토해내며 장수를 맞추던 이등하던 아이도 살아 있는 일등하는 아이 앞에선 죽은 자일 수밖에 없었다.결국엔 다 그렇게 잊혀져갈 것들이었다.녀석도 결국 그렇게 잊고 말 것이다.그 잊음의 끝에서 녀석은 또 여자의 성기를 탐할 것이다.아무런 죄의식없이 그 짜릿한 쾌감을 맛 볼 것이다..어쩌면 녀석의 글은 소설일지도 모른다.끝이 없는 소설.풀어놓기만 하고 수습하지 못한 그런 소설. 나로하여금 유년의 기억을 더듬게 만드는 장난기 섞인 삼류의 도색 소설을 써 보낸 것인지도 모른다.녀석이 보낸 글이 소설이라는 것으로 결론이 나자 잠이 쏟아져 내렸다.
녀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건 그로부터 두어달 쯤 지난 추석 날이었다.명절이라고 외지에서 다시금 몰려든 친구들과 술과 고스톱 등으로 밤을 보내던 그 날이었다.‘한 두 달 됐지.“자기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마냥 건조하게 녀석의 죽음을 말하는 친구의 귀퉁을 올려치고 싶을 정도로 난 흥분하고 있었다.친구는 내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어갔다.”여자 화장실을 훔쳐보다 들켰는데...“옆에서 가만 듣고 있던 친구들이 죽음을 전제하고 한 이야기라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심각해질 수도 없다는 듯이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새끼.때가 안 좋았어.그때 한참 성희롱이니 어쩌구하며 난리 법썩을 떨 때라 글쎄 감방에서 콩밥까지 먹고 나왔잖아.“이야기는 내가 생각하고 단정지어버린 것과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고 있었다.”“결국 자살했어.자식 별 것도 아닌걸 가지구 명줄을 그렇게 쉽게 끊어 버리냐.자세한 건 정확히 모르고 하여튼 그렇대.난 네가 알고 있는지 알았지”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족들의 만류도 물리치고 서울로 차를 몰았다.내가 읽지 못한 부분에 녀석의 죽음이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녀석에 대한 배려로 나는 그곳을 읽지 않았던 것인데 녀석은 그곳에 사전 한장 치의 비밀을 감춰두고 있었던 것이다.그 비밀은 화첩으로 구멍을 가린 여자 이야기 뒤로 한 두장 쯤 넘어간 부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내가 내린 단정으 비웃듯.

처음엔 여자를 못 만나게 되었다는 생각 뿐이었다.가족을 잃었고 친구와 헤어졌다.이번에는 내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여자에게 내침을 당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재수가 없어 걸려들었다는 생각도 들었다.그러나 그런 생각이 감방 안에 들어서면서 여지없이 사그러 들기 시작했다.닭들이 죽어나가기 두시간 전 느닷없이 끊겨버린 전기불처럼 사라져 버렸다.닭장에 목을 비벼대며 간절한 구원을 청하던 닭들처럼 피를 토하며 무조건 잘못을 빌어야 했다.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나는 밤마다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당해야 했다.빨통에 앉아 똥을 싸고 싶었지만 나오지 않았다.나오지도 않는 똥을 누려 애를 쓰는 내 엉덩이에 악당의 미소가 느끼하게 다가와 앉았다.“일루와.거기 노상 앉아 있으면 뭐하누,내가 잘 만져줄테니까 이리와.”놈들이 삼켜대는 군침 소리에 난 한 잠도 잘 수 없었다.밤이면 적어도 세 놈의 손길이 내 엉덩이를 어루만지고 달아났다.“어쩜 이리 피부가 새하얗노.뽀송뽀송 한기 꼭 젖살 같구마.아나,이리온나.”지옥이었다.그렇지만 내가 범한 여자들에 대한 죄의식 같은 것이 금세 자라난 것은 아니었다.내가 행한 행동이 여자들에게 내가 당한 만큼의 고통을 안겨주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그저 그 지옥을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할 뿐이었다.시간이 흐를수록 나에 대한 폭행은 드물게 행해졌다.폭행의 정도와 수가 줄어들수록 내가 범한 여자들에 대한 죄의식이 꿈틀거렸다.속박 속에서의 감시와 엉덩이조차 까발리고 똥을 누어야하는 그 참담한 생활 이 이어질수록 여자들에게 행해진 나의 행동들이 눈덩이 불듯 죄의식이 부풀어 올랐다.그것은 내가 사랑했던 여자에 대한 죄책감까지 동반하고 있어 그저 암담하기만 할 뿐이었다.교도소를 나왔을 때 어깨위로 내려 앉는 것만 같은 이슬.아버지를 찾으러 나갔던 유년의 새벽길 같은 음습한 분위기가 나를 휘감았다.모든 것이 그대로 끝나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가슴은 쉼없이 불안정한 요동을 쳐댔고 다리의 맥은 이미 풀려버려 있었다.내가 사랑했던 여자가 옮기는 걸음마다 밟히고 있었다.내가그리워 했던 친구가 나타났다가는 환영처럼 사라졌다.아버지의 주검이,얼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만금 피투성이가 된 아버지의 주검이 떠오르곤 했다.여자는 여느 여자들처럼 사랑하는 존재로부터 똑같은 훔침을 당했다는 데 심한 모멸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사랑하는 존재가 화장실에서 자기 아닌 다른 여자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강탈해 갔다는 것에 대한 혐오감.그 혐오감 보다도 여자를 더욱 괴롭게 한 것은 그런 여자 여자들과 자신이 동일시 되었다는 데서 오는 배반감이었을 것이다.여자는 다시 오지 않았다.내가 마지막 기대했던 존재의 상실.내가 원망한 것은 오직 나의 본능 뿐이었다.본능!왜 본능이란 단어가 튀어나온 것일까.나는 그 말을 오래도록 생각했다.본능마저도 죄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내가 강탈한 모든 것들.나의 본능과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감정.그러나 그런 것은 강탈 당한 자들에겐 강도가 들고 있는 흉기 같은 것들이었다.

나는 더이상 읽지 않았다.그는 그 죄악을 참회하고 아직도 그의 마음 언저리에 자리하고 있는 나에게 글을 보냈다고 단정하고 싶었다.내가 결코 죄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그런 행위 말이다.나는 다시 가로등 빛과 어둠이 알맞게 버무려져 있는 보도 위를 걸었다.앞에서 한 여자가 걸어오고 있다.단 한 번도 죄악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 일을 나는 준비하기 시작했다.여자가 몇 발짝 앞에까지 왔다.나는 이내 내 자지를 꺼내 여자가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했다.여자는 비명을 지르더니 멀리로 달아나 버렸다.단 한 번도 죄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의 행위에 놀라 달아난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손을 흔들어 댔다.(100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