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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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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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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joanjoan 2002-08-08

오리털과 오리새끼

수학선생은 철학자의 동그란 얼굴을 잠시 들여다보았지만, 역시 알 수 없었다.
나이를 따져 보았다. 6살이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오리털과 오리새끼의 차이를 알아야하지 않을까? 또 말라서 갈라지기 시작한 땅의 주름이 설령 목말라하는 사람의 얼굴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해도 착각을 일으키지는 말아야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진지하게 철학자에게 물어본다.
"너 정말 그걸 오리새끼라고 생각했니?"
"아니"
바보라는 심한 소리를 들은 데다가 걱정스러워하는 기미마저 느낀 철학자로부터는 이제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수학선생은 이제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틀기 시작한다. 물병건은 단순한 장난. 아이들은 때로 무의미한 장난을 하기도 하는 거니까. 뭐 멀쩡한 바지가랑이를 가위로 쪽 오려 놓고 마는 그 이상한 장난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는 거잖아. 왜 하필 꼭 가랑이 부분을 V자로 오려놓고 마는 것일까? 스트레스가 있나? 심술인가? 시원하라고 그러나? 그렇게 따지고 드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수학선생이었다.
그래 땅을 의인화해서 아기 돌보기 놀이를 한 것 뿐이야. 그리고 오리새끼건은 자못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혼자 사는 엄마는 오리부부의 다정함에 주눅들었고, 본능적으로 엄마의 슬퍼지려는 얼굴표정을 감지한 아들은 짐짓 귀여운 농담을 생각해낸 것이라고. 음...이건 좀 지나친 생각인 것 같고. 그보다는 아이들은 늘 자신과 같은 처지인 동물새끼에 관심을 가진다는 쪽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뒤, 그러니까 철학자의 나이가 꼭 그 두 배가 되었을 때, 심심하기 짝이 없는 동강래프팅에서 였다.
"야 오리새끼도 있다"
마치 그 고무보트마냥 한적하게 떠가는 오리 옆에 분명 그것이 있긴 했는데, 이미 멀어져가는 그것이 오리새끼인지, 오리깃털인지 수학선생 혼자만 알 수 없어 했다. 그렇다고 "저거 오리 깃털 아닌가요?" 하고 물어볼 수도 없고 해서 그저 멀어져가는 그것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오리새끼는 오리털을 꼭 닮아 있었다!
......
아니면 오리털이 오리새끼를 닮은 것인지, 정말 오리새끼와 오리털은 그렇게 많이 다른 거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