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돈이 왔다.
은재가 1년이 지난 지금에야 와서 갑자기 내게 연락한것도 그렇고.
잘 있냐는 그 한마디에 내가 이렇게 흔들릴수 있다는것도..
나는 용서가 안?榮?
나는 아주 천천히 손을 씻으며, 철저히 무시해주리라 마음먹었다.
미나씨..사장님이 부르세요..은미가 말했다.
똑똑..나는 사장실 문을 노크했다.
네..들어오세요. 사장이 대답한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장과 사장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손님이 동시에 일어난다.
미나씨..어디갔었어? 한참 찾았는데..사장이 말했다.
네..저기..내 대답은 듣는둥 마는둥 하고 사장은 손님을 내게 소개한다.
인사드려요. 은성에 서회장님이셔요. 사장이 말했다.
서회장? 은재의 아버지? 손님이 내쪽으로 완전히 돌기전에
나는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정미나입니다. 내가 말한다.
오래간만이네..미나씨..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얼굴을 들었다.
은재였다. 나는 너무나 놀랬지만. 감정을 감추었다.
그새 회장이되었군....근데..머야? 왜? 여기있지? 내가 생각한다.
같은 친구끼리 언놈은 사장이구.언놈은 회장이네..참..사장이 말했다.
어? 둘이 아는 사이인가? 나는 생각한다.
미나씨..내가 마침 약속이 있어서 그러는데, 미나씨가 잠깐 손님접대좀 해줘요..둘이 아는 사이구..또...이번에 미나씨가 기획한거 은성이랑 같이 할거거든....미나씨 뽑아서 일석다조로 써먹네..하하하
사장은 이렇게 말하곤, 황급히 사장실을 나갔다.
나는 그제서야 모든일이 정리가 되는듯했다.
처음 내가 인터넷에 이력서를 올려놓았을때, 나이도 많고 경력도 없는 탓에 보험회사에서만 연락이 왔었다.
그런데..어느날 지금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인터넷에서 보고서 연락이 온줄 알았었다.
은재의 추천이 있었을 거라곤 생각못했다.
면접을 왔을때, 사장은 원하는 연봉만을 물어보고, 언제부터 출근이 가능한지 물어왔었다.
우리 공주 ...잘 지냈어? 은재가 물었다.
그렇게 부르지마세요. 저..회장님 자식아니에요. 내가 말한다.
하하하..여전하구나..너...은재가 말했다.
이번에...핸드폰 캐릭터 프로젝트 저희랑 같이 하실건가요? 은재의 말을 무시하고 내가 말한다.
어..투자규모가 크긴하지만..가능성이 커서..은재는 자못 심각한 투로 말했다.
네..그럼 회의실로 가시죠..완전히는 아니지만..대략적인 설명은 가능해요. 내가 말한다.
아니...은재가 나는 빤히 쳐다본다.
나는 마땅히 시선둘곳을 정하지못하고, 방황한다.
아침먹었니? 은재가 말했다.
나는 아무말하지않는다.
나..오늘 아침 안먹었어. 우리 이른 점심 먹을까? 은재가 말했다.
안돼요. 난 직원이에요. 회장아니구. 내가 냉정하게 말한다.
하하하...같이 나가자. 아까 김사장에게 말해두었어. 은재가 말했다.
엥? 치밀한 놈...가만히 은재를 쳐다본다.
사장실을 나와서 엘리베이터앞에 섰다.
나는 은재를 슬쩍 쳐다본다.
1년전의 은재이다.
나를 모른척했던 냉정한 은재가 아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그때처럼 냉정해질수있는 은재이다.
나는 흔들리지않으리라 마음먹으며 엘리베이터를 탄다.
엘리베이터에는 둘밖에 없었다.
은재는 가만히 내손을 잡는다.
너..무지 보고싶었어...은재가 말했다.
나는 아무말 하지않는다.
은재가 나를 앞으로 당겨서 내 뒤에 서더니 뒤에서 나를 안았다.
나는 강하게 저항한다.
가만...10초만...은재가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서 문이 열릴때까지 은재를 그렇게 나를 안고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조용한 분위기 괜찮지? 은재가 말했다.
비싼 레스토랑들이 몰려있다는 청담동 레스토랑은 처음이다.
이태리음식이 전문이라는 이 식당은 온통 유리로 되어있다.
나는 어쩐지 식당과 내가 부조화인것같은 느낌이 든다.
조용하긴하네요. 내가 말한다.
여기 음식도 맛있어..파스타종류.잘해. 은재가 말했다.
그럼 대신 골라주세요. 내가 말한다.
은재가 나를 향해 가만히 미소짓는다.
핸펀벨이 울린다.
희수이다.
조금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내가 말한다.
나야..어디야? 희수가 말했다.
손님이랑 점심먹으러 나왔어요. 내가 말한다.
어딘데? 희수가 말했다.
청담동이요. 내가 말한다.
정말? 그럼 이따가 나랑 커피한잔 하구가면 되겠다. 희수가 말했다.
이따 전화할게요. 내가 말한다.
알았어...혹시..바람피는거 아니지? 희수가 말했다.
으이구..암튼 이따 전화할게요. 나는 이렇게 말하곤 전화를 끊는다.
누구야? 은재가 말했다.
애인이에요. 내가 말한다.
진짜? 은재가 말했다.
네. 내가 말한다.
안돼...은재가 말했다.
나는 순간 은재를 쳐다본다. 은재는 화난 얼굴로 나를 보고있었다.
안돼. 애인은 만들지마. 은재가 단호하게 말했다.
왜요? 나 모른척할때는 언제구? 내가 말한다.
암튼..안돼. 넌 내곁에만 있어야돼..은재가 말했다.
미친놈아냐? 유부남주제에..정신못차리고...
글구..인제와서..무슨소리야? 나는 은재를 쳐다보았다.
내가 가장 힘들때, 내 위로가 되준사람이구..날 늘 행복한 기분들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지금 그사람...나는 고백하듯 빠른 어조로 말한다.
은재가 가만히 나를 본다.
미나야....니가 예전의 활기찬 너로 돌아와서 좋아...은재가 말했다.
너..딴애인 못만들게 하려구 친구회사에 넣구..
일많이 주라구 했는데...
그 자식이 직무유기를 했군...은재가 말했다.
언제 당신이 내 애인이었어요?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나는 냉정하게 말한다.
그래? 그럼 지금 미나애인은 뭐하는 사람이야? 은재가 긴장된 어조로 말했다.
벤처하는 사람이에요..내가 말한다.
좋은기획 김희수? 은재가 말했다.
나는 놀란 표정으로 은재를 쳐다본다.
왜? 너무 잘 알아서? 미나에 대한건 다 알지...은재가 말했다.
알면서 왜 모르는척 물어봐요? 사람 시험해요? 내가 말한다.
아니야..우리 공주님.요즘 만나는 사람이 하두 많아서..
누굴 애인으로 생각하는지..몰랐을뿐이야...은재가 말했다.
내 뒷조사까지해요? 나는 좀전에 먹은 스파게티가 넘어오려는걸 간신히 참는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까? 나는 얼굴이 붉어지며..순간 안절부절한다.
그렇게까지 당황할 필요없어. 잠자리에서 몇번까지했는지는 모르니까..은재는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은재는 내 손목을 잡아 다시 앉힌다.
굳이 정리할 필요는 없어. 지금까지 그래왔던것처럼 계속 만나.
하지만..마음은 절대 주지마. 그건 내꺼니깐. 은재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말은 와이프한테나 말하시죠. 내가 말한다.
하하하...아무리 니가 그래도 넌 내 공주님이야...그 사실은 변하지않아..은재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