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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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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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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민경 2002-06-15

명숙의 치켜뜬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왜 그래? 그래두 내가 네 첫 남자가 아니었나? 그럼 서방님 대접은 해줘야지~ "
" 당신.....죽여버릴거야........."
명숙은 정말 동훈을 죽이고 싶었다.
어린시절 무언지도 모른채 당했던 기억.
모든걸 잊고 싶었다.

멀리서 고모가 달려오고 있었다.
"명숙아! 여기서 있으면 어쩌~ 얼렁 들어가야잖여. 상주두 없는디.... 이서방은 안적 안온다냐?"
" 좀전에 출발한다고 전화왔어요"
"근디. 동훈이하구 뭐하구 있는겨? "
할 말을 잊은채 주춤거리자, 동훈이 다가와 한마디 한다.
" 아줌니, 동네 오빠니까 잘 지냈냐구 얘기중이었죠~ 원래 우리 둘이 친했잖아요? 안그러냐? 명숙아!"
저 입을 찢어버리고 싶다고 명숙은 불현듯 생각했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진섭이 왔다.
상복을 갈아입고 문상객들을 맞이하는 그의 모습을 보자,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진섭과 명숙은 같은 회사를 다녔다.
명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그만 무역회사에 취직했었다.
낮엔 일하고 야간대학을 다니던 명숙을 눈여겨 보던 진섭.
자연스레 일을 도와주고, 학교갈 시간에 일이 있으면 대신 처리해주며 어서 가라고 손짓하던 그.
명숙은 그의 자상함과 순수함에 늘 고마웠다.
그녀는 진섭이 자신을 여자로 보지않기를 바랬다.어린시절의 기억에 명숙은 남자기피증 비슷하게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처음 명숙에게 영화티켓을 내밀며 붉어진 얼굴로 그는 말했다.
"저기.. 오늘 주말이니까 학교안가죠? 같이 영화보고싶은데......"
그의 그런 행동에 당황스러우면서도 명숙은 맘이 조금씩 그에게 열리는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렇게 그는 명숙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그들의 만남이 계속되자 자연스레 결혼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두려웠다.
남자가 두려웠고, 무서웠다.

진섭은 막힘없이 장례절차를 밟아갔고, 그녀는 그런 진섭곁에서 그에게 의지한채 말없이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