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훈!
그의 이름을 명숙은 잊을수가 없었다.
가까스로 맘을 다잡고 차 문을 열고 천천히 그의 옆을 지나쳐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옆을 스칠때 명숙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걸 느낄수가 있었다.
집안에 들어서자, 동네 어른들은 다들 그녀에게 무심하다며 나무래는 소리뿐이었다. 조용히 방안에 들어서자 조그만 상위에 그녀의 아버지 사진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절을 올리고, 고모가 건네주는 상복을 입고 가만히 앉았다.
" 이서방은 어떻게 된겨? 언제 내려오는거냐? "
고모는 명숙 혼자 내려온게 이상한듯 연거푸 물었다.
" 급한 회사일때문에 밤에나 올거에요 "
" 상주가 없는디 어쩐다냐.... 얼렁 와야하는디.... "
말없이 명숙은 사진속의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직 환갑도 되지않으신 아버지이건만, 사진속의 아버지는 칠순을 넘어 팔순이 다되어가는 모습이었다.
명숙이 네살 무렵, 그녀의 어머니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형상뿐, 그녀는 기억할수가 없다.
명숙의 아버지는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술주정뱅이였다.
술을 먹고 사람을 패는것은 예사로 아는 사람이었다. 명숙의 어머니도 너무 맞아서 돌아가셨는지도 모른다.
명숙을 키워준 분은 명숙의 친할머니였다.
나이가 많이 드셨던 분이었지만 늘 고운 한복을 즐겨입었던 분.
명숙이 가장 보고퍼하는 단 한사람이 할머니였다.
어쩌면 할머니의 얼굴에서 어머니의 형상을 찾으려는지도 모르지만....
어릴적 생각을 하자 명숙은 치를 떨었다.
기억하고싶지 않은 기억들 때문에............
밤새 명숙의 집에선 동네 어른들과 청년들이 상주없는 상가를 지켜주고있었다.
고모는 밤이 되어도 오지않는 조카사위를 기다리느라 목을 대문으로 향해 있었다.
잠시 명숙은 방을 나왔다.
답답함이 엄습해왔다.
대문을 나서자, 고모는 어딜가냐고 물었다.
" 잠깐 바람좀 쐬고 올께요 "
걷다보니 동네 어귀까지 와버렸다.
이 느티나무는 하나도 변하지않았구나..............
문득 명숙은 아이들과 어울려 나무에 오르면서 놀던 생각에 고개를 들어 느티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명숙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무위에 검은 물체가 보였기 때문이다.
나무에 걸터앉아있는건, 그였다.
" 오랜만이지, 잘 지냈지?"
몸이 굳어져 움직일수가 없었다.
도망가야한다고 수없이 외쳐댔지만 땅에 붙어버린듯 꼼짝을 할수가 없었다.
그가 옆으로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에 손이 올라가는순간, 명숙은 주저앉아버렸다.
그 때, 명숙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여보세요.."
"나야, 지금 어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