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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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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gihing 2002-05-15

내 나이 열아홉되던 해 나는 사회에 첫발을 내 딛고 서울의 중심부인 삼성빌딩앞 삼정빌딩에 있는 사무실 타이피스트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날도 점심시간 서로 무엇을 먹을까 궁리하다가 사무실 언니가 함께 맛있는 점심 사 줄께 먹으로 나가자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유니폼에 작은 지갑과 손수건을 들고 언니의 남동생과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제과점으로 나갔다.

그 언니는 자연스럽게
"미쓰 강 여기앉아" "내 동생이야 서로 인사 해 아참, 미쓰강 보다는 한살 어린 가" 하자 그 친구에 입에서 순간 "아니예요. 누나 이래뵈도 저희도 이팔청춘이라고요"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처음 시작되었다.

지금도 생각난다. 약간의 스포츠 머리에 고등학생모자, 가방을 옆에 끼고 누나한테 점심 사달라고 나온 청소년기의 마지막 데쉬라는 것을..
우린 점심을 먹기위해 제과점을 나왔고 분위기 있다는 레스토랑 2층으로 올라가 가장 안쪽으로 자리를 잡고 언니와 나 그리고 맞은편에는 언니의 동생 성태와 그사람 우현이가 앉았다.

그 시절 한참 신문, TV, 등 모든방송매체에서 가장 큰 뉴스가 인사동 골동품상인의 죽음에 관한 뉴스가 관심사인 때였던 것 같다.
밥을 먹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고 쉼없는 대화가 그래도 뭔지 모르게 통한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며칠 후 내 사무실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에 벨이 울리고 어디서 처음들어보는 나즉막한 목소리로
"저 거기가 ㅇㅇㅇㅇ인가요"
"네 그런데요."
"미스강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미쓰 강이 저인데요" 하자 그는 주저함없이
"지난번에 만났던 이 우현을 기억하시나요" 나는 순간 누구인가를 기억할 만큼 따로 나를 찾을 만한 사람을 만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요"
"여기는 지난번에 만났던 제과점인데 저녁을 얻어 먹으려고 왔어요. 저녁좀 사 주시겠어요"
"그런데 왜 내가 저녁을 사야하죠?"
" 그러면 제가 사드릴께요 퇴근후에 내려 오시겠어요"
" 아니요 약속있어요" 하며 수화기를 내려 놓으려는 순간
"내려 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며 그쪽에서 먼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나는 조금은 화가난 기분으로 사무실 언니에게 달려가
"언니! 언니 남동생 친구 왜 그래 나한테 저녁 사달라고 하네"
그러자 그 언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크게 웃으며
"그러면 미쓰강이 저녁 사 주면 되겠네"
"내가 왜?"
"그녀석이 미스강한테 마음이 있나보지"
"무슨 소리하는거야 내가 누나인데 그애는 학생이야 학생"
"학생이라도 마음에 있으면 어쩌겠어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잘 말해서 보내 여기까지 왔다는데"

지금 생각해도 난 그때 나보다 어린 남자는 모두 동생이라는 생각이들었고 적어도 3, 4살위인 연상의 남자와의 교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었기에 더욱 용납이 되지 않았다.
난 훈계를 하는 생활교사의 모습으로 유니폼이 아닌 사복의 빨강 원피스 차림의 나와 고등학교 교련복을 입은 그 와는 누가 봐도 사회인과 남동생쯤으로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이 이래도 돼요"
"한참 공부할 시기에.."
"저녁은 같이 먹을 수 없고 여기서 간단하게 빵 먹고 갈래요"
그는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아주 낮은 목소리로
"아니요 그냥 가죠"
"그리고 YOU가 걱정할 만큼 저 그렇게 공부 못하는 놈아니예요"
"그래도 서울의 대학은 갈 수 있는 실력이라고요"
순간 나는 당황되었다 그렇게 나오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생겼고 한참 침묵이 흐른뒤 그가 먼저 일어나며
"가시죠" 했다.

우린 그렇게 서먹하게 시청길을 걸어서 덕수궁 지하도까지 아무 말 없이 걸었다. 그와 나는 누나도 아닌것이 동생도 아닌 모습으로 그는 나보다 훨씬 키가 컸고 체격도 아주 좋아 보였기에 고등학교 교련복이 마치 대학생 RCY복 같이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