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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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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허브향 2002-04-27

92년 10월 3일3:30 p.m.
홍차의 깊이를 알고, 인생의 무게를 알고, 사랑의 아픔을 겪은듯한 40대 후반의 선영이 홍차를 홀짝이며, 비가 오는 창밖을 바라 보고 있었다. 이렇게 맑은 세상이 다시 올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2층에서 고요하게 들려오는 OLD POPSONG 'END OF THE WORLD'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선영은 미국에 있는 딸과,2층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아들을 생각 하고 있었다.
재미교포 3세인 의사와 결혼한 딸 유정과, 부모의 반대와 반대를 무릎쓰고 사법고시를 붙은 장한 아들 유태를 생각하며, 오후의 포근함을 보내고 있었다.

92년 10월 5일 11:00 a.m.
"교수님!"
수진이었다. 언제나 밝고 활동적이면서도 과수석과 과대표를 놓치지 않는 수재였다.
호주에서 태어나 자라던 수진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때문에 중학교때 홀로 날라온 것이다.
외교관이신 부모님의 고향과 자신의 고향을 버린채 타국이나 마찬가지인 한국에서 홀로 자취를 하고 있는 것이다.
Y대 캠퍼스를 수진과 거느릴때면, 대학 시절 아름다웠던 첫사랑과 큰 포부와 희망이 되살아나 춤출것만 같았다.
나뭇잎 하나에도 가슴 설레던... 생물의 움직임에 행복해하던 그때 그 시절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지금은 안정된 직장에서 의대 교수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부족했던 것을 채우려고 노력했던 그때가 더욱 행복하고 의미 있었는지도 모른다.
수진이 다정하게 나의 팔짱 끼며, 내 어깨쪽으로 머리를 기대온다.
"엄마 같아요!"
"녀석! 싱겁기는..."
"정말이예요. ...하늘에 계신 우리 엄마 같다니깐요."
하늘에 계신 우리 엄마? 호주에 부모님께서 계신다고 알고 있었는데 뭔가 잘못 된것일까.
"교수님"
"어... 수진아"
"저희 엄마요! 저 초등학교때 돌아가셨어요"
"..."
"저희 아빠는 새엄마와 호주에 살고 계시구요"
수진이가 씁쓸한 미소로 웃으며 캠퍼스를 앞서 걸었다.
"먼저 가겠습니다!"
앞서 걷던 수진이 손을 크게 흔들며, 뛰어 갔다.
참으로 밝은 아이인데... 상처가 없이 부족함 없이 살았던 아이인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였구나.
하늘이 공평하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구나.

-사람은 사랑의 상처를 알때 비로서 사랑의 깊이를 알고, 삶의 높이 를 알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