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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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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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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kyex 2002-03-29

후우~
입안 가득 머뭄었던 하얀 담배연기가 목청을 박차고 나오고나니 이제야좀 살것만 같은 안도감이 든다.
요사이 위장에서 대모라도 하듯 먹어대는것들마다 거부를 하고 속을 불편하게 만들어대니 확 떼어내고 싶은 심정이 굴뚝이였었다.
그랬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가물대어 잊혀질만도 하건만 몸만은 그때를 잊지않으려하는지 지독한 몸무림으로 나에게 그때의기억을 되돌리게 만들곤 한다.

"임신 3개월입니다."
"..........."
"떼실건가요????"
혜진은 하얀가운을 입고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은체 무언가를 열심히 긁적거리는 의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더욱하얗군'
혜진은 의사의 하얀가운만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하실건지?"
의사는 이제야 얼굴을 들어 혜진의 눈동자에 초점을 맞히며 물었다.
혜진은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혜진은 벌떡일어나 가방을 집어들고 문을 열었다.
"저기... 수술을 하실려면 빨리오셔야..."
혜진은 뒷통수에다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의사의 말이 끊나기도 전에 문을 닫아 버리고 병원을 나왔다.
어두운 곳에 있어서 일까?
젠장스런 하늘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더욱 밝아 혜진의 미간을 찌뿌리게 만들었다.
혜진은 붉은 보도불럭위에 발을 내딛어 걷기 시작했다.
'젠장 어떻게 하라구...'
혜진은 모든것이 불만스러웠다.
혜진의 나이는 이제 고등학교를 갓졸업한 19살이엿다.
가정형편이 그다지 좋질않아 대학은 꿈도 못꾸어본 19살..
혜진의 가정은 어느 3류드라마에서나 나올만한 아니 티브드라마에서 시청자들 눈물쏙 뺄때마다 울거먹는 그런 흔하디 흔한 상태의 가정을 가진 여자였다.
까마잡잡한 피부에 붉은 립스틱으로 물들인 그녀의 입에선 젠장이라는 거친말뿐이 내뱉어질 뿐이였다.
한참을 걸었을까?
혜진의 눈앞에는 공중전화가 보였다.
시원스레 푸른기가 감도는 전화기를 보니 동전이라도 넣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면 자신의 마음까지도 시원해 질것만 같았다.
혜진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백원짜리 몇개를 꺼내었다.
'누구에게 전화를 걸지...'
혜진은 동전을 부벼대며 떠오르지 않는 번호들을 짜마추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수화기 음 안쪽에서 동전떨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야..."
"네? ..어어..혜진아.."
"응 나야.."
단번에 혜진의 목소리를 알아주는 은경이가 오늘따라 유난히도 고마왔다. 혜진은 무언가 박차고 흘러나오는 눈물의 의미도 모른체 흐느끼기 시작했다.
"혜진아... 혜진아???..."
흐느낌이 수화기를 넘어 은경에게 전해질때 은경은 혜진이의 슬픔을 감지 할수 있었다.
"너.. 기현이 보고 싶어서 그러는거니?"
혜진은 자신이 울음의 의미를알수 없었지만 기현이라는 이름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며 더욱설어움이 돗아남을 알수 있었다.
'기...현...'
기현은 혜진의 애인이였다.
지금은 부산의 깊숙한 부대에서 군복무를 하는 혜진의 애인이였다.
"혜진아.. 기현씨 보고 싶으면 면회가면 되지 뭘울어..바보같이"
"으...ㅇ"
"우리 내일 기현씨 보러 갈까?"
은경이의 말에 혜진은 조금의 용기라도 얻은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 어제는 뭐야~! 왜 아무말도 않하고 울기만 하니?이구 바보"
헤진이와 은경이는 어느새 부산을 향하는 기차안에 있었다.
혜진은 창가에 기대어 한참을 밖을 바라보았다.
"야.. 머해.. 니낭군 만나러 가니깐 혼이 나갔니?히히히"
은경의 농담에 창밖을 보던 혜진은 한참이나 말을하지 않아 말라버린 입술을 움직여 입을 열었다.
"나.. 임신했어"
"뭐?임신?조심좀 하지 그랬어.. 기집애야 너 어떻할려구...
어제 그래서 그렇게 운거야?"
"....."
은경은 혜진의 고백에 창백한 얼굴을 해가며 부산에 도착하는 내내 잔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낳아야지 머.. 어쩌겠어.."
"그럴까? 낳아야 겠지?"
혜진은 은경이의 잔소리 끝에 낳으라는 말이 떨어지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은경을 바라보며 이야기 했다.
은경은 혜진의 손을 잡으며"기현이도 아니?"
"아니... 내가 이야기 하지 않았어..."
"그래도 기현이는 착하고 너 죽도록 사랑하잖어. 싫어하지 않을꺼야"
"그렇겠지.."
다음역이 종착역인 부산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주점주점 짐을 찾아 자신의 다리사이에 넣기 시작했다.
은경과 혜진도 이것저것 준비해온 작은 짐들을 손가락하나하나에 끼어가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